표현의


자유가 존중받고 그것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일반 대중 사이에 널리 자리잡게 된 시기가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 표현의 자유가 자기가 하고픈 말만 다하는 편리한 개념이 아닌, 그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개념이 정립된 것은 또 언제라고 생각합니까?


'표현의 자유'의 기준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개념입니다. 교육과 체험의 수준에 따라 그 기준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고유 문화의 영향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그것 자체를 존중받아야 하는 문화가 마련된다는 것은 건강한 민주주의와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기에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로 인한 진통은 줄곧 한국 문화계를 괴롭혀온 문제였습니다. 90년대 중후반까지만해도 국내 대중음악계는 사전검열제로 몸살을 앓아야 했고, 출판만화계는 지금까지도 15세구독가라는 법적으론 존재치도 않는 자체검열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시 유희열의 올댓뮤직은 일본의 시부야계 음악을 소개하는데 주력했고, 신해철은 인디뮤직을 소개하는데 주력했었습니다. 둘 다 애로사항이 많았던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요. 그럼에도 신해철은 아직 심의가 떨어지지 않은 곡을 변칙적으로 송출하는 식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소개하고자 노력하였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라디오에 빠져있던 저는 심야 라디오를 즐겨들었었는데, 당시 신해철에게서 세 밴드에게 가해진 방송금지 처분에 대한 똑같은 불만을 연달아 며칠씩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03년 앨범 ChocoCream Rolls를 발매한 동명의 밴드 초코크림롤스는 당대에도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실력파 뮤지션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존재들입니다.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자우림의 멤버들이 발매한 프로젝트성 앨범으로 2집이 발매되는 것을 밴드의 보컬인 김윤아조차 기대하고 있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죠.


당시 그들이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곡은 다름 아닌 '클라크'라는 곡이었습니다. 슈퍼맨의 클라크를 모티브로 삼은 이 곡은 '반한 그녀에게 언제나 무시당하는 한심한 사람이지만, 사실 그 정체는 슈퍼맨'이라는 이야기를 가진 노래입니다.


보컬 이선규의 매력과 개성이 드러난 이 곡은 특유의 중독성을 통해 빠른 주목을 얻었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곡이 되어 버렸습니다. 멜로디부터 주제까지 전혀 걸릴만한 요소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측은 사유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방송부적격판정'만 내렸고, 밴드 멤버들과 관계자들은 가사에 등장하는 '똥'이라는 단어 때문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이 앨범이 마음에 들었던 신해철은 심의결과가 내려지기도 전에 이 앨범을 방송에서 들려주었다 나중 클라크가 방송부적격판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일상에서 사용하는 표준어고, 악의도 없는 글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불만을 토로한 바 있었죠.


'똥'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가진 어감, 저속함 등을 고려해서도 이는 당대에도 과한 조치로 여겨졌고, 고작 10년이 흐른 지금와선 당위성은 상실된 채 "그땐 그랬지" 수준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특유의 루저정서와 상반되는 분위기. 깨놓고 말해 지금 발매되었다면 훨씬 반향이 컸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 정도로 좋았습니다.


2004년 발매한 미스터 펑키의 1집 Alright은 평단과 리스너들의 호평을 받으며 순식간에 차트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고, 수록곡 '떡볶이와 오뎅'은 여러 인터넷에서 떡볶이 송으로 불리며 화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신해철 역시 이번에도 이 앨범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방송에 그들을 초청하여 이런 저런 뒷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을 밀어주었고요.


그러나 이번엔 '오뎅'이라는 표현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금은 오뎅과 어묵은 지칭하는 표현이 다르고, 이젠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들도 무조건적인 순화보다는 외래어로서 존중할 필요가 있어 '오뎅'이라는 표현을 예전의 짜장면처럼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이 당시만 해도 아직까지 일본식 표현은 무조건 지양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세인 때였거든요. 언젠가의 유희열의 발언 '일본 음악 중에도 좋은 게 많고, 한국 음악가 중에 거기에 영향을 받은 것도 많은데 소개를 할 수가 없다'는 것도 이 당시를 즈음한 표현으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서 뮤비에 안전벨트를 메지 않아 방송이 금지된다던지, 길을 막아서 방송금지가 된다던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정작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자 19세 미만은 듣지 못하던 음악의 제한이 풀리는 등 황당한 또한 시대착오적인 행정이 우스개거리가 되었죠.


같은 해 발매된 에픽하이의 2집 Lesson2에서의 결석이라는 비유가 문제되어 금지곡이 되었고, 넬의 시작의 끝은 가사가 난해해서 금지곡이 되었습니다. 전자는 앨범의 분위기를 고려하여 내려지진 과도한 침해였고, 후자는 대중문화과 장르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었기에 내려진 판단이었죠.


올바른 표현이 일종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에 이론을 제기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선택의 폭을 줄이는 정도를 넘은 제한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고, 무엇보다 '대중문화'가 '일상'과 괴리되면 과연 문화로서 어떠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곰곰히 곱씹어 보아야 합니다. 모든 문화가 아나운서적 표현을 지향할 순 없는 겁니다. 달을 가르키고 있는 손가락에 주목하여 달에게서 눈을 돌리는 검열식의 시대착오적 조치들은 계속해서 불만을 쌓아갔고, 결국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이름의 잡음을 끊임없이 만들어냈습니다.


자연히 이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습니다. 단순히 특정한 연령대의 순간적이고 일괄적인 탁상행정식의 판단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와 관점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문화의 소비자와 생산자의 의견이 무엇보다도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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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