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초


만화가들의 절규라는 글을 보면 인터넷 만화에 대한 관계자들의 회의적인 시선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서도, 이젠 빌려서도 보지 않는 만화를 과연 사람들이 '공짜'라는 인식이 박힌 인터넷에서 구매해서 보는 게 정착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던 거죠. 실제로 이 의문은 어느 정도 맞았습니다.


인터넷 만화방이 본격적으로 자리잡는 것은 그로부터 10년의 시간이 흐른 정도였고, 그 사이 인터넷을 통해 1화 정도를 미리보기로 제공했던 출판 만화계는 대여점과 만화방도 고꾸라질 정도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사유는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기 간략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적절한 기준을 통해 책정되지 못한 중구난방인 가격과 품질, 정품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 정품보다 훨씬 간편한 불법사이트, 기존 출판물에 비해 특별히 내세울만한 이점을 가지지 못한 콘텐츠 등등등.


그렇기에 기존 기성작가들은 인터넷 만화 연재에 쉽사리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적절하겠네요. 하지만 인터넷은 삶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매체로 자리잡은 상황이었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요구하는 이용자의 숫자도 끊임없이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작용한 것이 바로 의욕은 있고 출판만화계엔 아직 뛰어들지 않거나 못한 아마추어들이었습니다.


 도제식 교육이 보편화된 그 때, 인터넷을 통해 등장한 작가들은 기존 만화들과는 다른 색다름이 있었습니다. 젊은 세대만의 감각을 친숙함으로 포장해낸 그들이 바로, 웹툰의 정립과 활동에 영향을 끼쳤고요. 지금은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풍 역시 그러한 이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이전의 짤방에 비해 크게 발전한 행태라고 보긴 어려웠습니다. 특정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립한 해당 콘텐츠들의 대다수의 장르가 '똥', '폭력', '엽기'로 대변되는 자극적 소재를 다루는 것들에 한정되기도 했죠. 접근 자체가 가볍고, 해당 작가들의 마인드나 실력 자체도 출판물 작가에 비해 특유의 서사적 연속성이나 스토리텔링을 갖출 정도가 아니기도 했고요. 실제로 이로부터 적지않은 시간동안 웹툰 작가들의 실력이 출판물 작가들의 실력에 비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적잖게 나돌았습니다. 그림 실력에서부터 이야기 전개에까지 말이죠. 아마추어리즘을 완전히 벗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의외의 방식으로 이러한 인터넷 만화들이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그림, 그리고 인터넷의 간편함과 맞아떨어진 장르적 가벼움은 '일상물'이라는 고유의 장르가 자리잡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였고, 일부는 정식 연재물로서 신문지상이나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공짜로요.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단순한 자극을 넘은 감동을, 서사를, 주제를 담는 작품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십년이 훨씬 넘는 기간이 지났음에도 한국만화저작권보호협의회에 마린 블루스가 등장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작품이 가진 상징성도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만화 섹션에서 마린 블루스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된지도 적잖은 시간이 흘렀는데, 이젠 좀 배너를 다양화 했으면 하는 생각도...


그리고 별개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이제 인터넷에 게재되는 만화와는 다른 방식의 표현이 필요로 해졌습니다. 이전까지 인터넷에 연재된 기존 출판만화나, 스포츠 신문의 만화 등과 엮여 있던 이 장르에 '웹툰'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것이죠.


이 웹툰의 개념이 정착엔 기존 만화작가들보단 포털 서비스 이용 업체의 노력이 컸습니다. 어찌보자면 디지털 음원 시장의 정착에 기존 뮤지션들보단 통신업체들이 더 많은 투자를 했던 것과 닮아 있죠. 여하튼 각 포털 사이트마다 웹툰이 게재되고, 이 과정에서 그들을 대표할 만한 콘텐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까지도 지금의 웹툰의 고유 연출법이 자리잡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인기와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이 시기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강도하와 강풀이죠.(썰전에서 허지웅이 같은 이야기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강풀은 기존의 엽기만화로 자신이 기억되는 것이 싫어 그에 대치되는 순정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스크롤 방식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연출법을 활용하기에 이릅니다. 특유의 떨어지는 작화에 대비되는 뛰어난 이야기 구성도 화제가 되었고요. (그가 국문과 나와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강도하는 위대한 캣츠비로 웹툰에서도 인물의 심리를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을 통해 인물 그 자체에 널리 공감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의인화한 데포르메가 주는 특유의 반전으로 인해 당시를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났습니다.(강도하도 세로 스크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만, 강풀과 차이가 있다면 강풀은 영화적 연출을 염두에 두었다는 인상이라면, 강도하는 여백을 통한 전달에 더 주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이전의 편견이 무색하게 20대 이상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며, 새로운 매체에 적응하는데에도 성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웹툰의 아버지-까지는 아니어도 큰형님이라고는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아니 조금만 과장해도 웹툰의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강풀은 오늘 날 자신이 있기까지 일종의 선점효과가 작용한 것이라 자조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었습니다만, 그가 웹툰에 끼친 내외적인 영향을 생각해보면 마냥 이상한 일은 결코 아니죠.


하지만 문제는 있었습니다.


바로 새로운 매체에 대한 적응과 거부감이 그것이었죠.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저부터가 웹툰을 웹툰으로 즐기기 시작한게 2~3년 전의 일입니다. 그 이전엔 출판된 웹툰을 보았고요. 제가 이러한 선택을 했던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작용했습니다.


첫째. 새로운 매체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 어찌보자면 기존 콘텐츠를 이용하는 자들의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실제로 지금도 저의 중심 매체는 종이책입니다. e북을 살 바엔 차라리 중고 책을 사겠다 여기고 있는- 예, 어찌보면 참 낡은 사람입니다만, 이러한 사람에게 웹툰은 검증된 콘텐츠가 되지 않는 한 그리 인상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가 없죠.


둘째. 떨어지는 실력. 다소 자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은 훨~~씬 나아졌지만, 당대만 해도 웹툰 작가는 출판 작가에 비해 한 두수 이상 뒤진다 보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지만 이말년의 만화를 보고 허영만이 이럴 수도 있냐는 짤방도 있죠.) 일단 웹툰의 대표작가 강풀조차 당시 그림체로 인해 출판만화계에서 소위 말하는 '쫑코'를 먹은 상황이었고, 스토리로 좀 먹어준다는 작가들도 과거와 현재의 명작들과 비교당해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웹툰은 비교적 자유로운 매체다보니 기존의 콘텐츠들을 차용하는 정도가 출판만화에 비해 심했고, 이것은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이어져 각 작품간의 구분성이 투미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웹툰만의 화법이 자리잡을 때까지 반복되었죠.


셋째. 공짜 인식. 웹툰의 수익구조가 개선된 것은 이로부터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입니다. 오로지 연재 고료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선택된 소수의 작품들은 출판과 저작권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후 광고등과 밀접하게 연관되며 수익의 창구가 늘어나게되며 완화된 문제가 되었지만, 웹툰 자체를 즐기는 데 대가는 필요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에 대해서까진 어찌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2010년대에 이르러 강풀은 이런 웹툰의 이미지에 대해 자신이 일조한 바 있다며, 그를 십자가로 비유하고 개선해나갈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독자들에게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알려주며, 웹툰이 얼마만큼의 잔향과 파급력을 남길 수 있는지 알려주었던 위대한 캣츠비. 웹툰은 그 자리에서 읽고 마는 작품이라는 인식을 산산히 부수며 특유의 반전과 캐릭터 분석을 통해 오랜 시간 생명력을 지속시켰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을 넘어가게 되며, 기존 출판만화 관련인들은 이 웹툰이라는 매체가 만화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신작만화의 영화화, 드라마화, 애니메이션화의 소식이 연달아 들렸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심지어 작화문제로 몸살을 계속 앓았던 강풀은 2004년 올해의 우리만화상까지 받게 되며 '만화란 무엇인가'라는 담론을 던지기도 했죠. 물론 웹툰은 만화의 완벽한 대체제가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래서 출판만화작가 가운데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이들이 웹툰에 진출하는 것이 지금까지도 크고 작은 화제가 되는 거고요.


앉은 자리에서 여러 만화를 볼 수 있게 되고,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만화가 쏟아져 나왔고 심지어 그들이 프로 작가로 데뷔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만화는 우리네 일상과 아주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다 심화시킨 건 바로 미디어화된 만화들의 역습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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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