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샘 레이미. 그리고 스파이더맨입니다.


 당시의 충격이 지금까지 잔존한다면 믿으실까요. 그 정도로 스파이더맨이 전해준 충격은 컸습니다. 전 아직도 이 포스터를 보면 두근두근하던 영화관에서의 기억이 샘솟습니다.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무가치한 작품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리부트를 두 번이나 '당해야'하는 작품이냐는 물음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할 사람은 분명 없을 겁니다. 스파이더맨은 그 대중적인 성공을 떠나 스파이더맨 2가 개봉할 때까지 가장 잘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물로 평가되었으며, 스파이더맨2는 당대가 아닌 지금까지도 가장 훌륭한 만듦새를 자랑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입니다.


히어로 최대 걸물작 가운데 하나인 스파이더맨 듀올로지(예... 3는 빼자고요 일단)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편입되는 것이 확실해진 마블 시네마틱의 틴에이지 스파이더맨 사이에 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존재감이 한없이 가벼워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예. 그 정도입니다. 이 작품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히어로 무비가 어디까지 거대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거기에 요구되는 영상미와 그래픽 기술이 얼마나 그 수준이 높은지를 입증한 작품이었습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이나 배트맨 리턴즈와 분명히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지평을 연 것이었습니다.


제 주관이긴 합니다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듀올로지는, 아이언맨을 위시로 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체와, DC유니버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레이드를 기다리는 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농담이 아니라 웨슬리 스나입스가 다시 해도 괜찮다고 봅니다.


어찌보면 극찬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표현들이지만, 저 스스론 그리 어색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스파이더맨은 단순히 지금까지 펼쳐질 슈퍼 히어로 콘텐츠의 자리를 넓힌 작품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애초에 에니메이션 시리즈의 슈퍼 히어로물 역시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당연히 1, 2년 전에 개봉한 X맨이나 블레이드도 썩 잘 만들어진 작품들이었거든요.


하지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처음이 반'이라는 표현이 가진 무게를 가장 훌륭하게 소화해낸 작품이었습니다. X맨은 소수자를 의미했습니다. 소수자와 히어로는 상준하지만 등치하진 않죠. 블레이드는 말할 것도 없이 안티 히어로고요. 아이콘인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은 낡았고, 배트맨은 너무 어둡다는 이야기가 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대중적인 히어로가 그만의 완성도를 담보한 채 등장하게 된 겁니다.


샘 레이미는 기존 만화 매체가 갖고있던 히어로물의 신화적 성향을 훌륭히 영화로 소화해 냈습니다. 우리와는 별 반 다르지 않고, 그들이 겪는 삶의 고통과 극복을 통해 교훈을 주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관객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죠.


스파이더맨이 아직까지도 가장 잘 만들어진 슈퍼히어로 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피터 파커가 영웅으로 '각성'하는 과정이 모두가 몰입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설득력있고 흥미진진하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적잖은 슈퍼 히어로 콘텐츠를 영화를 통해 볼 수 있게 된 시점에서 "가장 스파이더맨다운 영화로 스파이더맨을 손꼽는 것도", "가장 성공적으로 영웅의 각성을 다룬 것도", "벤 삼촌을 두번이나 죽이고, 결국 더 다루길 포기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인 겁니다.


 이 이미지는 스파이더맨2와 플스3긴 하지만. 플스2와 스파이더맨으로 재미좀 봤었기에 나온 패키지겠죠.


물론 영화 외적인 면에서도 살펴볼 '꺼리'가 있습니다.


당시를 기억하는 분들은 스파이더맨 광고가 플스2 광고와도 엮여서 방영되었던 걸 떠올리실 겁니다. DVD가 각광받는 매체가 되면서 화려한 영상미를 살린 작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아직 DVD플레이어의 가격이 비싸던 때였기에, 비교적 저렴한 플스2로 감상을 할 수 있다 광고했던 것이죠. 게임은 안할지언정 플스2로 영화를 봤던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다. (그 때 국가코드가 참 골치 아픈 문제기는 했습니다만. 실제로 이승환이 유희열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어떤 영상물'보려고 국가코드 푸느라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죠.)


이처럼 히어로 콘텐츠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첨단을 달리는 소재였습니다. 스파이더맨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영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이것을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합니다.


 당대 "슈퍼히어로물은 국내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배트맨 이래로 아직 남아있었던 때였는데, 스파이더맨은 그러한 인식을 부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KBS에서 방영하였던 애니메이션 덕에 상대적으로 스파이더맨에 친숙한 관객들이 많기 때문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스파이더맨의 기록적인 흥행에 고무된 이들은 보다 활발하게 슈퍼 히어로 콘텐츠를 영화화하는 것을 기획하기에 이릅니다. 엑스맨은 보다 거대해졌고 더 깊어졌습니다. 블레이드는 더 진해졌고 더 기괴해졌죠. 엘렉트라나 캣우먼, 데어데블, 젠틀맨 리그 등, 판타스틱4, 콘스탄틴 등이 원작과 무관히 이전의 스틸이나 바브와이어의 뒤를 잇는 B급 스멜 강한 작품들도 제작되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스파이더맨 개봉 2년 후 등장한 스파이더맨2를 빼놓을 순 없을 겁니다. 다크나이트에 대한 붐이 어느 정도 식은 지금 "그래도 슈퍼 히어로 무비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건 스파이더맨2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면 그 대략적인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겠죠? 이 작품은 본편을 뛰어넘는 속편(물론 본편도 훌륭합니다), 히어로로서 살아간다는 것을 넘어 한 사람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이야기를 남긴 스파이더맨2는 평과 흥행을 다잡으며 슈퍼히어로 콘텐츠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넓힙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슈퍼맨과 배트맨 속편과 시퀄에 대한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사족이긴 하지만, 이 시기를 즈음해서 무리해서까지 "만화 원작으로 알려진 영화"는 몽땅 관람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이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고무된 "쓸만한 캐릭터의 영화화 판권-스파이더맨부터 판타스틱4까지"은 몽땅 소니 등에게 팔아버렸다던 마블은 2003년 이안의 헐크를 넘어 "아이언맨"을 탄생시키기 위해 주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예. 더 말할 것도 없죠? 히어로 천하가 열리게 됩니다.


 당시 그리고 지금까지도 패러디와 오마주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바로 그 장면.


스파이더맨은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니었습니다. 삶이 담겨 있었고,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해의 영화였고, 매체를 넘어 가장 큰 파급력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남, 녀, 노, 소가 말 그대로 이 영화에 열광했다면 믿으실까요?


재작년이었나요. 버락 오바마가 가장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가 스파이더맨이라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2000년대 초중반과 2010년대라는 차이가 있지만, 그 변화의 폭은 이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스파이더맨의 메가히트를 계기로 국내에 본격적으로 그래픽 노블이 출간되기 시작했으며, 영화화되었다는 단서가 붙기도 했고, 오로지 영화화된 만화들 때문만도 아니었지만- 만화의 팬들이 오랜 시간 가져온 특유의 피해의식이 서서히 떨쳐졌습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우리가 얼간이라고? 글쎄. 지금 세상은 만화에 열광하고 있는걸."





본래 지난 주 아예 이 콘텐츠를 끝냈어야 했는데- 바빴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막나가자 싶네요. 


  • 마지막 글의 주제는 "현실이 되는 만화. 그리고 미래로"이고, 2015년이라는 기한을 정했던 것도 다름아닌 백투더 퓨처 속 배경, 그리고 그 기술이 현실화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광학미채, 로봇 등 만화에서 태동한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요. 공각기동대의 새로운 극장판도 개봉하니. 딱 적절한 타이밍이 있었습니다만- 놓쳤네요. 어쩌겠어요.


다음에는 당시의 히어로 무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블레이드와 엑스맨을 저렇게 간략히 다루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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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