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원병 삭제는 공공연히 이야기되어 오던 것이었습니다. 최초 지원병이 게임에 도입될 때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죠. 시나리오 던전이 도입되기 전이었던데다, 캐릭터별로 육성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차이가 났던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옛 마도학자나 프리스트 직업군, 소울브링어, 마퇴 등이 대표적인 예죠. 이들은 스킬 한 번 쏟아붓고 나면 평타만 쳐야 하는 직업군이거나, 설치형 스킬이 대다수라 방 하나하나마다 꼼곰히 세팅을 하지 않으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입니다. 일던은 빨리빨리가 우선이고, 결국 반복해서 비슷한 던전을 도는 것이다보니 이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던파 측에서는 '이득'인 상황이죠. 빨리 만렙을 찍어야 제대로 된 육성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결국 캐릭터별로 밸런스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로 나오는 직업군은 범위기, 뎀딜기, 유틸기가 모두 갖춰진 만능형인 경우가 대다수였던 반면 초창기 캐릭터들은 "근접캐릭터는 범위가 좁고 데미지가 낮은 대신 1대1 상황에서 테크닉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는 식의 콘셉트에 구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지원병이라는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같은 계정 내에 다른 캐릭터가 던전에서 특정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콘셉트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지대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홀딩이 되지 않아 딜이 줄줄 새는 순수 딜링 캐릭터에겐 적절한 몰이와 홀딩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고, 딜링이 되지 않아 온종일 몬스터 무력화만 하다 마나가 바닥나는 캐릭터에겐 딜링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예 방마다 따라오는 템페스터 지원병을 통해 육성 자체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고요. 이처럼 지원병은 캐릭터의 부족한 면을 메꾸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육성이 힘든 캐릭터들도 다양한 던전별 상황에 맞춰 나름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자유롭게 육성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러한 지원병을 사용하는 것에도 나름의 패널티와 위험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의 액션쾌감을 살리는 데에도 일정부분 기여했습니다.


실제로 지원병은 던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버그수정이라는 이름으로 하향을 먹은 누골의 가시를 장비한 독왕은 경직과 상태이상 데미지를 이용하여 파워스테이션 던전의 보스까지 클리어할 수 있는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노가다에 이보다 도움이 되는 지원병이 있었나 생각될 정도로요. 100레벨이 넘는 템페를 둘이나 소환하게 만들어주는 돌격대장의 오토매틱 파워건 등은 육성에 인형은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만들었죠. 이들은 이러한 지원병 시스템에 도움을 얻어 비교적 높은 가격을 형성하였고, 이러한 지원병 시스템이 폐기된다는 소식과 함께 그 값이 폭락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본캐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장비들이었거든요. 


결국 지원병이란 시스템은, 던파 여러 시스템을 문제점을 외면하게 만들고 그것을 수정하는 것을 대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슬쩍 덮어둔 것에 불과했죠. 실제로 지원병은 점차 그 사용처가 제한되었고, 관련된 아이템을 간접하향하여 그 쓰임새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던파에는 없어선 안될 시스템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게임 제작사가 뿌린 상황 그대로이기 때문에 누굴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자. 이제 던파가 덮고 있었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누가 뭐래도 지원병의 꽃은 정크스핀일 겁니다. 저렙부터 만렙까지 사랑받았던 지원병이었죠.


첫번째. 도외시된 육성도움 시스템. 한마디로 설명을 끝내죠. 인형사. 인형사라는 전문직업이 있는 줄 아는 이들도 적은 상황이라는 게 이 상황의 참담함을 이야기해줍니다. 엄연히 육성의 도움을 기치로 내걸고 나온 직업인데 일던에서는 지원병에게 자리를 내줬고, 특수던전에선 사용처가 제한되어 있거나 애초에 제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합니다. 이러한 육성도움시스템이 필요할 정도로 난이도를 설정한 사실 그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 이전에 인형 자체의 성능을 더 끌어올려서 일던에서라도 더 도움이 되고,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할 겁니다.


둘째. 불합리하기까지한 던전의 몬스터 난이도 디자인. 시나리오 던전의 등장은 육성은 쉽게, 파밍은 분리해서, 스토리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던만으로 만렙에 가까운 상태로 레벨업이 가능해지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육성을 쉽게하기 위해 등장한 시나리오 던전의 난이도가 상승되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일던 뺑뺑이보다야 덜 지루하지만, 애초에 육성 자체가 약한 캐릭터가 있어 시나리오 던전이 등장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기까지한 결정이었습니다. 실제로 마계 이전의 시나리오 던전과 이후의 시나리오 던전의 난이도는 차원이 다른 수준입니다. 직업에 따라선 고던 이상의 체감난이도를 시나리오 던전에서 경험할 수 있죠. 여기엔 몬스터의 디자인이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시종일관 무적패턴과 카운터 패턴으로 대응하는데, 특정 직업은 멀찍히서 가볍게 공략할 수 있고, 특정 직업은 파훼패턴을 통해 무력화 시키지만 대놓고 채널링 캐릭터들은 맞찌르는 식으로 죽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마계 지역은 못해도 이계9셋은 되어야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셋째. 시나리오 파티 시스템 개선. 아니, 시나리오를 느긋하게 즐기라고 솔플로도 무난히 플레이 가능한 던전을 만들어놓고는 난이도를 올려버리고 다시 파티플을 권장하는 건 무슨 삽질이랍니까. 하나만 하세요 하나만. 파티플을 하면 시나리오를 즐길 수 없다고 게임 제작자가 한탄했던 것은 어디 다른 나라의 네오플 직원입니까?


결국 지금 불거진 문제들은 상충하는 던파측의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던파 전체의 리뉴얼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템페는 비교적 저렙에서 애용받았던 지원병이었지만, 어처구니없는 던전디자인으로 인해 특정직업은 마계에서까지 써먹어야 했던 지원병입니다. 하지만 워낙 패턴이 극악하다보니 공중에 떠있어 어지간하면 피격되지 않는다는 템페조차 일던에서 갈려나가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즉, 마계 디자인 자체가 일던에 심각하게 어울리지 않는 패턴이 많다는 거죠.


첫째 던전 구조, 레벨링 디자인 및  패턴 재 설정. 특수던전은 파티플이 전제되어 있고, 실제로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캐릭터간에 시너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소위 스폐셜리스트가 사랑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스폐셜리스트는 특정 던전에서 지나칠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던파는 이런 불합리한 패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던에도 레이드의 패턴을 가진 몬스터가 등장해버렸습니다. 물론 한 번 실수하면 코인을 써야 하는 상황은 마계 정도에서나 발견됩니다만 엄연히 수정해야 하는 요소에 해당하죠. 둘째로 특정 레벨대엔 던전 숫자를 줄이고 던전 도는 횟수를 감소시키는 등 전체적인 경험치 배분을 다시 해야 합니다. 85레벨엔 5개 던전을 도는데 86을 찍지도 못하는 반면 60레벨대엔 한 던전을 수십번 돌아야 하니.... 그리고 이벤트 던전은 그냥 일반던전화해서 시나리오 던전으로 편입시키세요. 레이드를 돌지 않으면 시나리오 파악이 안되게 디자인했던 게 실수였다는 걸 인정하고 그냥 일던화해서 일던→특수던전→레이드→각톤 순으로 계단을 다시 나누고요. 아직도 계단의 턱이 너무 높습니다. 그리고 일던과 특수던전의 관계도 다시 나누세요. 70레벨에서 85레벨로 미룬 이유는 85레벨에서 90레벨로 미뤄야 하는 이유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둘째 캐릭터 개편. 예전 엘바와 마도를 육성할 당시 해상열차 던전이 너무너무 버거워서 결국 인형사로 전직하고 인형까지 굴려가며 던전을 클리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전엔 스킬 초기화기능이 무료가 아니어서 버프 크루 트리로 던전을 돌았던 아찔한 기억도 있고요. 지금은 당시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고는 해도 여전히 던전을 도는데 극단적으로 유리한 직업군과 극단적으로 불리한 직업군이 나뉘고 있는 상황입니다. 캐릭터 시너지가 그렇게 걱정이라면 마공 캐릭터와 물공 캐릭터의 차이부터라도 좀 줄이세요.


셋째 던전별 보상 개편. 던파는 만렙부터라는 말은 정말 너무많이 활용됩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저렙 던전이 재미가 있더라도 오래 도는 것이 낭비라는 인식이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저렙던전을 오래 돌아서 시간 낭비하느니 차라리 만렙캐릭터로 광부짓을 하는게 시간적인 면에서건 전체적인 자본 획득 면에서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캐릭터 육성에 그게 더 도움이 되느냐, 그조차 아니거든요. 해당 던전에서 나오는 장비는 그냥 무조건 갈아버리고 빠르게레벨만 올린 후 높은 던전의 지역에서 아이템을 얻는 것이 수백배는 나은 상황입니다. 그러니 저렙던전에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이용자들이 전혀 반기지 않는 것이죠. 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장비를 주거나, 파격적으로 스위칭 용 장비를 주거나 하는 식으로 저레벨에서도 만렙에서 효용력을 가진 장비를 어느 정도 제공해서 돌아야 할 당위성을 주세요.


지원병 시스템 폐기는 결국 그동안 던파가 외면해온 던파의 본질적인 문제 '던파는 만렙부터 시작이다'를 건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모습은 문제는 문제니까 삭제하지만 그것이 불거지게 된 원인은 파악하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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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