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프로그램2017.08.25 22:30


 개그맨 박명수


개인에 대한 호오를 넘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려하는데- 저는 박명수가 소위 말하는 의식있는 개그맨이며, 그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왔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언젠가 박명수가 하는 개그가 소위 시사개그냐는 의견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반박했던 바 있기도 하고, 이후 슬럼프에 빠진 박명수에 대해 박하게 평가를 내린 적이 있어서 다소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물론 위 평가를 한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박명수가 박근혜 정권 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겠고, 두번째는 박명수가 꾸준히 소위 말하는 시사 개그를 해왔다는 건데... 거참...


두번째에 대해서는 이미 몇번이나 다룬 적이 있으니 간략하게만 언급하겠습니다. 첫째 박명수가 주체적으로 나서 대본을 구성한 적이 없고, 두번째로 구성상 박명수의 개그는 성대모사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으며, 세번째로 소위 말하는 그러한 연기에 적합한 행보를 보인 적도 없습니다. 박명수가 이제껏 했던 누군가들이 말하는 시사개그는 사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의도를 가진 무한도전이라는 플랫폼이 함께 해 줬기 때문인데 왜 무한도전이 아닌 개인 박명수가 저러한 평가의 온존의 대상이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전의 포스트에서 했던 말처럼 "그럼 이정희+박근혜+뽀 등등등을 패러디한 김슬기나, 김정은+문재인을 동시에 패러디한 김민교, 안철수+조조+박정희+노무현을 동시에 표현했던 이상훈은 무슨 시사풍자개그의 화신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한 마디. 이승환이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가요계에서 가장 가열차게 정권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야권 인사를 지지했던 인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반대로 연극배우 손숙과 함께 박명수는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사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이후 관련하여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오직 이것만이 저러한 평가의 절대적인 판단의 기준이 되나요? 글쎄요. 정작 해당 리스트의 기준 자체가 제3자가 보기에도 너무 황당하고 제각각인 기준을 내세워서 엄연히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될 겁니다.


물론 제가 하는 말을 보시면 알겠지만 박명수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세간의 평가가 무한도전이라는 렌즈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부풀려져 있으며, 이후 찾아올 역풍에 대해 그만큼이나 취약해지는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저야 이후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그래. 박명수는 2011년 그렇게 행동했었고, 2012년 그랬었지"라면서 기억하고 넘어가지만, 이후 mbc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여러 자료가 흘러나올테고, 이 과정에서 박명수 본인이 원치않게 이용된 정황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예상되는 상황인데 그것이 그대로 비수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요.


박명수 개인은 그저 개인으로서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한 정도밖에 없는데, 그의 행보는 어느 순간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상황이 되었고, 어떠한 측면에서 그는 변질된 시스템에 의해 혜택을 본 측면이 있으며, 그 주변 인물들은 그로 인한 피해를 받았습니다. 그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단언하기 힘든 상황에서 펼쳐지게 된 이러한 대비는 결과적으로 그 개인에 대한 책임 추궁 그 이상의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는 거죠.


오늘의 글은 참 갈피를 잡기가 힘듭니다.

관습같은 게 있는데 박명수는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예컨데 대상급 인사는 그 해 상을 못받으면 못받았지 최우수상은 어지간한 사유가 없으면 안주는데 박명수는... 그래서 박명수의 대상이 휘발성이라고 놀림받기도 합니다. 대놓고 무도에서 김태호가 "그거 논란됐잖아요."라고 말할 정도였던 2012년의 대상.


자. 먼저 왜 박명수에 대해 이러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황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지금이야 마무리나 잘 하라는 평을 듣는 무한도전이지만, 2011년 내지 2012년엔 전혀 달랐습니다. 사실상 몇번이나 절정부를 갱신하며 문자그대로 대한민국 대표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상황이었습니다. 덩치는 둘째치더라도 프로그램의 질에서도 차원을 달리했죠.


그러나 당대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은 대상을 놓치고 맙니다. 사실상 당시 무한도전을 빼놓고서는 mbc 예능을 이야기하기가 불가능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당시 대상을 받았던 것은 바로 프로그램 나가수였습니다. 시상식 며칠 전 급박하게 바뀌어 버린 기준으로 인해 유재석은 대상을 놓치고 PD상과 최우수상을 받게 됩니다. 대상 수상 자체가 일종의 투자 개념도 포함되어 있음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나가수가 아무리 잘나가도 당시의 유재석보다 미래가 밝다고 볼 여지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거기다 나가수는 임재범 하차, 이소라 하차, 옥주현 합류 이후 등등의 기점마다 명백히 하락세가 거세졌습니다. 그리고 온갖 논란을 앓으며 그 화제성 역시 눈에 띄게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죠. 애초에 예능이 맞긴 하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명백히 눈에 뻔히 보이도록 대상을 떠넘겨 버리니 논란이 되었던 겁니다.


당시엔 나가수 정도면 상을 주긴 줘야 되는데 마땅히 줄 상이 없어 대상을 안겨 주었다는 식의 이야기도 나돌았지만, 사실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베스트 프로그램상이 후에 신설될 정도로 대상과 프로그램상은 명백히 그 성질이 다를 뿐더러, 애초에 mbc의 상은 권위고 뭐고 없다는 비꼼을 들을 정도로 공동수상을 남발해왔었으니까요.


이 와중 돌았던 이야기가 바로 무한도전이 정권에 찍혀서 박대받는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유재석과 함께 했던 예능국 PD들은 정권의 비민주성과 과 MBC 장악에 대해 부당하다 이야기해왔고, 그의 아내는 다름아닌 MBC 소속의 아나운서였으니 타겟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죠. 우연일까요. 그 해 유재석은 kbs에서도 대상을 놓치는데, 당대 유력한 경쟁자였던 강호동이 탈세논란을 앓으며 사실상 단일 후보 정도의 위용을 보여주던 참에 시상식 당일 기준을 뒤바꾸어 1박2일 팀에 대상을 안겨줘 버립니다. kbs는 사소한 논란을 앓아도 대상급에서는 철저히 배제시킨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리고 2012년이 되었습니다. MBC는 기나긴 파업을 거쳤고, 결국 지도부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MBC는 방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무한도전이 좋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 해 결국 가장 화제가 된 것도 결국 무한도전의 행보 하나하나였을 정도로요. 그리고 그 해의 대상을 박명수가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2012년이 박명수에게 최악의 해가 되는 기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박명수는 파업기간 내내 엄청난 비판을 받았습니다. 첫번째는 MBC의 파업 기간 동안 그 틈을 메꾸기 위해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어댔고, 두번째는 그러면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했으며, 세번째로 지금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동료들이 언론정상화를 외치고 있는 걸 뻔히 보면서도 종편에 그대로 진출하여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따져보죠. 파업기간중 파업을 함께 하지 않은 동료에 대한 시선.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 깊이 파고들기 전에 박명수가 동료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도 또 따져봐야 합니다. 박명수는 스스로를 MBC의 아들이라고 칭했고, 실제로 MBC를 통해 데뷔했으며, 십수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전속에 가깝게 활동하기도 했지만, 사실 MBC의 직원은 아니니까요. 과연 MBC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하는 이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했고, 또 그들의 의사표현 과정을 왜곡하는데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일개 연예인인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볼 수 도 있을 겁니다. 김민석 PD 말마따나 수백대 일 경쟁률에서 2:1, 3:1로 바뀌었는데 거기에 끼어들지 않을 사람이 또 얼마나 되겠냐는 말처럼 말이죠.


하지만 과연 이게 감정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까요? 유재석은 반등점을 짚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놀러와가 강제로 종료되고 박명수와도 함께 했던 놀러와 PD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퇴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해 박명수의 대상수상보다 김원희의 불참과 김나영의 눈물, 최우수상을 받은 박미선의 일침이 더욱 무게감 있게 다뤄졌던 것만 해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두번째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거두절미하겠습니다. 이 시기 박명수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하나라도 제대로 대기가 힘들 겁니다. 특히 대상의 사유로 꼽혔던 나가수에서는 쫓겨났고,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솔직히 노골적으로 말해 얼굴만 비추고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무게감 있는 행보랍시고 진출한 종편과 케이블에서조차 뭐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못냈고요. 박명수의 대상 수상에 대해 가장 많이 비판받았던 것도 자사의 프로그램에서 사실상 쫓겨났던 박명수에게 상을 주는 게 맞긴 맞냐는 것이었습니다.


셋째 종편 진출. 2012년의 종편은 지금의 종편과 전혀 이미지가 달랐습니다. 지금이야 공중파에도 지지않은 콘텐츠를 갖고 있지만, 과연 공중파가 이전과 같이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지금 종편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당대 종편은 그 낮은 기대치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결국 그들이 채택하는 것은 공중파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차용해오면서 묵직한 인물들을 출연시키는 것이었는데, 당시 박명수 정도의 덩치를 가졌으면서도 공중파 황금 시간대에 잘 나가는 출연자가 종편에 진출하는 것은 손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더군다나 그는 과거 무한도전의 한 특집에서 종편으로 인한 방송 생태계 혼란을 비판하는 것에 출연하던 출연진이었고요. 당시 종편은 케이블만도 못한 등급으로 취급받고 있었는데 엄연히 대한민국 대표 프로그램의 구성원이 바로 종편에 바로 출연해 버렸으니...


최근 개인의 책임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더 정의로운 사람에 대해서 더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면한 현실에 대해 자신이 느낀 책임을 부정하는 이들에겐 불이익을 주지 못하는 것은 또 어느 정도의 선까지 허용되고 금지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명수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쨌든 소위 말하는 펌프를 받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고, 이후 겉잡을 수 없는 하락세를 그렸습니다. 동시에 그 자신의 이미지도, 무한도전이라는 메가 히트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으면서 꾸준히 타개해낼 수 있는 환경속에서도 계속해서 망가져갔고요. 그리고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겐 사실상 루비콘강을 건너는 수준의 상황까지 닥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MBC의 앞일과도 크게 닮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사장진이 있고, 그리고 구 여권 세력이 앉힌 이들이 눈에 뜨이니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제작진이 이선에 물러난 사이 새로이 들어온 이들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현직에 복귀한 이들에게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허용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또 그 정도를 벗어난 걸까요. 박명수의 지금의 모습은 앞으로의 MBC의 모습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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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