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2018.04.18 21:36


 이 글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한 이후 작성했던 글입니다. 마찬가지로 영화 블로그에서 썼던 글을 삭제한 후 이곳으로 옮긴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 맞게 어느 정도 시점도 조절하고, 나름대로 서술도 덧붙여 보려 합니다.






그날은 아침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5월답지 않게 살짝 더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보러 갔었습니다. 솔직히 마음 한 켠엔 이 영화가 별로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도, 굳이 아침 시간대에 방문하여 볼 만한 영화였다고도 생각이 들지 않고,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담론을 나눌 의욕도 생기지 않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난 뒤의 감상이, 2편 이후 개봉한 다른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대동소이했거든요. "의욕은 인정하지만, 오리지널과 2편에는 못미친다."는 것 말입니다.


사실 별로 할 말도 없습니다. 터미네이터가 영감을 준 무수한 작품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입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터미네이터 본가 특유의 묵직함이 적다는 거죠.


이 영화에 대해 호평하시는 분들은 최소한 4편보다는 낫다는 평을 하십니다. 여기에 대해 저는 절반 정도 공감합니다.


분명 편집점과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약간의 군더더기를 제하면 사실 깔끔한 편입니다. 캐스팅도 화제가 될 만했죠. 영원한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월츠제네거는 물론, 주가가 상승치인 에밀리아 클락, 닥터 후로 유명한 멧 스미스, 심지어느 이병헌까지 나왔으니까요. 상향치를 뚫고 또 뚫은 그래픽 테크닉과 두 번의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웠을 거라 기대하는 팬들에게, 이만큼의 기대작도 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솔직하게 말해 너무 '애매'했습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리부트이기 때문에 전장을 부정하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설정의 부정이 될 수도 있고, 터미네이터(기계)의 정통성의 부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주제의 부정이 될 수도 있고요. 이것은 어찌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터미네이터는 당시 기준으로도 30년이 넘은, 정말로 오래된 시리즈니까요. 문제는 이것이 시리즈의 연속적인 재미를 부정하는 수순으로 이어져서는 안됐다는 것입니다. 이것마저 부정한다면, 터미네이터라는 이름은 족쇄가 될 뿐이니까요.


그러한 측면에서 이 영화는 2편을 중심으로 뒤를 이으려는 시도와 함께, 올드팬들이 만족할만한 팬서비스적 요소를 가미하며, 앞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는 새로운 터미네이터를 제시했습니다. 동시에 2편이 찾아갔던 주제를 다시 한 번 되살리려는 시도를 하였죠. 문제는 이것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거 다 터미네이터 4편이 시도했던 거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터미네이터 영화 시리즈로는 3편을 꼽는 편입니다. 영화적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전작에 대한 부정만 하는 건 시리즈물로서는 낙제 아닌가요? 4편에 대한 평가를 상대적으로 높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깨놓고 말해 이야기적으로 잘 구성해놓지 못했다는 점은 4편의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팬들이 그토록 기대했던 존 코너와 카일 리스의 만남을 그토록 맥없이 연출할 거라곤 아무도 생각못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영화의 흥미도는 영화가 개봉한 시기 등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차라리 4편이 제일 낫습니다. 영화의 톤과 분위기, 소재와 설정은 당시 대중이 요구하던 방향을 잘 따랐던 작품이라는 거죠.


흥미롭게도 미래전쟁의 시작과 제니시스는 공유하고 있는 한계점도 엇비슷합니다.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으로 구성하였으니 전개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되어 이전 영화들의 완결성에 흠결만 가했고, 비장한 척 시작했지만 기존 시리즈가 구축한 전통과 클리셰에 함몰되어 새로움은 부족하다가 바로 그것이죠.


그럼에도 제가 4를 5보다 낫다고 보는 이유는 전작이 저지른 '잘못 아닌 잘못'을 수습하려는 입장의 차이 때문입니다. 최소한 4는 3의 설정을 어떻게든 포용하려고는 했잖아요? 편의적으로 2까지의 설정만 끌어와 리부트 아닌 리부트를 한 5보다는 훨씬 힘든 입장이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또 선택한 제니시스는 참 실망스러운 작품이 아닐 수 없는 거죠.


사실 터미네이터3의 가장 큰 단점은, 오락적인 요소로만 한정해도,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2편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액체금속이 주었던 충격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데, 목각인형형 터미네이터라니....


결과적으로 3와 4는 묻혀버리는 분위기고, 5편은 평론가들로부터는 '또 한 번' 최악에 가까운 평을 받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또 한 번 영화가 엎어지는 일을 맞이하게 되었고요. 독이든 성배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결코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시 중국 개봉으로 손해를 메꾸었니 마니 하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결국 이렇게 되는 거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는 이 시리즈를 정말로 재밌게 즐겼던 관객입니다. 상하편으로 나누어진 녹색 스티커로 타이틀이 붙여진 터미네이터 비디오를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전처럼 이 시리즈에 별다른 의욕과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몇 년을 주기로 분명 괜찮은 부분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엎어져 버리는 터미네이터라는 시리즈에 지쳐버렸다는 소리이기도 할 겁니다.


이번에 개봉되는 영화는 린다 해밀턴부터 시작해서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까지 다시 복귀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과연 이번엔 오랜 팬들의 실망을 거둘만한 작품이 될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네요.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