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2018.04.29 15:14


 먼저 


이야기해야 겠죠.


노골적인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즉,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이들은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번역에 이런 저런 문제가 있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다소 방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대한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대중영화기 때문에, 이러한 스포일러가 자칫 관람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전의 포스트는 그래도 몇번 생각하면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떠오르는 정도였다면, 오늘 다룰 글은 이 캐릭터의 상징성은 이렇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라는 정도로 노골적으로 다룰 예정이기 때문에,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기획의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데, 헐리우드에서조차 어벤져스의 성공이 놀라인 일로 취급되는 걸 보면, 어벤져스의 부족한 점에 대해 지적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집니다.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코믹스와의 정체성 논란도 그러한 의미에서 그만의 상징성을 갖고 있고요.


그러므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조심스레 닫기 버튼을 눌러주시고, 영화가 어떻게 전개되고 결말지어진 것인지에 대해 다소 혼란스러운 분들이 이렇게 보고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며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스포일러 경고는 여기까지 입니다.




 2부작의 첫번째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하는 것은 어벤져스가 아직 완전히 뭉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토니는 토르와 캡틴을 위해 각기 마법벨트와 새로운 방패를 마련했다는 이야기가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다뤄졌었지만, 이들과 접점이 없었기에 이것이 전해지지 못했죠. 우주에서 타노스와 맞섰던 아이언맨팀, 지구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지키려 했던 캡틴 팀, 타노스에게 복수를 위해 무기를 만들던 토르 팀으로 나뉘어 집니다.


이는 수십에 달하는 히어로 캐릭터들의 비중을 적절히 분배함과 동시에, 이야기를 보다 원활하게 구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연스레 각 팀의 리더격인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노스와 직접적으로 맞서야 했던 아이언맨팀은 이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만, 특별한 능력도 없고 그나마도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구속된 지구팀에겐 다소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팀 내 최강자가 아니냔 이야기를 들었던 캐릭터들(비전이나 스칼렛위치나 헐크)이 영화 최후반까지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죠. 반대로 토르팀은 초반부 타노스와 접점을 만든 후 막판의 역전을 위한 카드를 들고 등장하기 때문에 굉장한 무게감을 갖고 있습니다. 적절한 유머까지 휘둘러 대고요.


어벤져스를 뭉치게 하는 것이 페이즈1에서 쉴드였다면, 인피니티 워에선 타노스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즉, 이 영화는 어벤져스가 다시금 어벤져스로 뭉치기 위한 과정의 영화라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모이기는 했지만 화학적인 결합은 이뤄내지 못했던, 어벤져스1의 로키 침입 이전의 어벤져스라고도 볼 수 있죠.


그러한 측면에서 원년멤버들을 제외한 캐릭터들 상당수가 소거 처리되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납득이 가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넘어, 결자해지식의 보다 완성도있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적극적인 의사를 보인 것이니까요. 더욱이 죽었다 살아나는 캐릭터, 인과를 뒤집는 능력까지 보여주며 "어차피 살아날 거 아냐, 뭘 그리 심각하게 굴어."라는 시니컬한 태도조차 이야기적 구조와 2부작의 첫번째 영화라는 점을 통해 반박해 버립니다. "어쨌든 여기선 죽었어." 라면서 말이죠.


그렇기에 영화의 진행자 역할은 타노스가 담당합니다. 이 영화는 여러 장해를 넘어 타노스가 우주의 보물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는 영화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실제로 영화는 타노스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 이야기하며 끝이납니다.




 주인공은 타노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타노스라고.


이것은 타노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뒤섞인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첫째로 타노스가 관객들이 기대하던 절망적일 정도로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아니라는 점, 둘째로 흔히 서브컬쳐에서 흔히 이야기하던 주인공 보정을 여러차례 받는다는 점, 셋째로 악당 캐릭터하면 흔히 떠올리는 악랄함과 비겁함 등으로 대변되는 악당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 고루 작용한 결과일 겁니다.


즉, 아예 차원을 달리할 거라 생각되었던 타노스 일파의 물리적인 위협은 생각보다 약합니다. 타노스의 자식격인 블랙오더는 물론 인피니티 스톤을 하나씩 모아가는 타노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고편에서 "어? 타노스한테 저렇게 맞으면 바로 죽을 텐데..." 라는 식으로 연출되었던 장면들조차 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여러 장면의 하나일 뿐이라는 겁니다. 타노스의 공격에 버티던 캡틴 아메리카의 인상적인 장면도 사실 별 의미 없는 것이었고요.


그러나 그렇기에 타노스는 히어로 영화의 악당 캐릭터가 갖추어야 하는 미덕, 대비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어벤져스 시리즈가 십년째 계속되면서, 각 캐릭터들은 그만의 주제와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타노스는 히어로 캐릭터들의 성질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경우는 자신이 저질렀던 혹은 방치했던 일에 대한 속죄, 그리고 그것을 고치기 위한 자신의 공학자적 능력을 통한 히어로로서의 각성과 활동입니다. 그에게 나타나는 적은 모두 과거에 자신(혹은 아버지)이 저질렀던 일들의 역풍과도 비슷한 것이었죠.


캡틴 아메리카는 결코 계산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절대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건 때론 표현의 자유일 수 있고, 때론 생명의 소중함일 수 있으며, 때론 국가로부터의 권리의 보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천부인권적인 자연권을 상징하는 이 캐릭터는 자신의 가치가 조금이라도 상하면 정말 고지식할 정도로 아무런 타협없이 맞서 싸웁니다. 과거 2차세계대전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그 누구와도.


토르는 세계의 수호자라는 책임과 그를 위한 의지와 능력을 강변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어떠한 역경에 닥쳐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포기하는 일 없이 세계에 닥친 피해를 복수하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가장 처절하고, 그 누구보다도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스타로드는 단연 가족애를 상징합니다. 이 가족애는 단순히 혈연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성적인 사랑이 배제된 것도 아닙니다. 함께 하기에 그래서 더욱 함께하고 싶고 서로를 지키고 싶은, 그래서 때론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타노스는 이들 각자와 대비됩니다.


그는 자신이 내건 '해결책'이 당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지만, 그것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는 똑똑하기만했을 뿐 결국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해결하지는 못했던 토니 스타크와 닮아 있습니다. 그가 토니에게 표현하는 경의나 알은 척은 자신이 토니와 닮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시그널과도 같았습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여러 시도를 하지만 온전히 성공하지만은 않았던 자신과 토니가 겹쳐보였던 것이죠.


동시에 그는 캡틴아메리카와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하나의 생명을 버림을 통해 다른 절대다수를 살리는 일을 거부하고, 그의 의지를 이은 비전 역시 그와 비슷한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타노스가 행하는 절반을 소멸하는 것을 통해 다른 절반을 구원하겠다는 타노스의 철학과 완전히 대치됩니다. 캡틴과 타노스는 공존할 수 없는 존재이며, 그렇기에 캡틴은 그나마 타노스에게 저항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바로 털렸지만.


본작에서 토르는 두 말할 것 없이 가장 강력하며, 가장 처절하며, 가장 어벤져에 어울리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세계를 파멸하는 것을 통해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타노스는, 세계를 수호하고 관리하는 것을 통해 세계를 온존시켜왔던 아스가르드의 행보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입니다. 그간 토르 시리즈는 영화에서 가장 겉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체적인 평가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는데, 구조를 따져보면 이 영화는 토르의 실패기라도 봐도 될 정도로 주인공의 포지션에 근접해 있습니다. 타노스와 이 정도로 강렬한 서사를 보여주는 캐릭터도 따지고 보면 얼마 없죠.


가모라가 매개가 되어 펼쳐지는 퀼과 타노스의 드라마는 가족애와 희생이 그간 히어로 캐릭터와 악당 캐릭터에게 어떻게 작용되어 왔는지를 살피는 계기가 되어 줍니다. 딸의 남자친구를 대하는 성인남성의 복잡한 태도가 녹아있는 타노스의 태도가 색다른 것도 있지만, 사랑과 애정이 일을 어떻게든 좋게 풀리게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이전작과 달리, 영화는 끊을 건 끊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퀼이 단장의 마음으로 가모라에게 총를 쏘았을 때, 타노스의 입에서 마음에 든다는 말이 나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거죠. 동시에 타노스는 진심으로 사랑한 딸을 자신의 손으로 버리는 것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그 자신은 그러한 과정이 필요한지도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건 패러디 포스터입니다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보다보면 왜 저 배우를 저런 역할에???라는 물음표를 띄우게 했다 차후 수습하는 경우가 적잖았죠. 언제든 서브 시나리오를 만들었을 때 그걸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뽑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20세기 이래로 대중작품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지역차별,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등 이미 학술적으로는 반박과 정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특정한 이념이나 이론들을 작중 녹이곤 합니다. 진행중이거나 논란중인 사안들에 대한 담론을 대중작품에서 다룬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죠. 어벤져스3 인피니티워 역시 지극히 안전한 선택을 통해 악역의 이념을 형성하였습니다.


학문의 영역을 넘어 피부로 체감되는 현상으로 작용하는 현실이 닥쳤기에, 그것은 과거 어떠한 작품에서 다뤄졌는지 이미 학술적으로 도태된 이론인지 등등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진 않습니다. 보다 극적인 이야기로 작용케 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과학적 내지 학술적인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의 왜곡이 가해지는 것도 사실 그렇게 낯선 일도 아니고요. 모든 창작물은 우화적 성격을 갖고 있으니 말입니다.


타노스의 이념은 과거 제한된 환경에서 나올 수 있는 생산량은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제한될 수밖에 없으므로, 인구가 늘어나다 생활의 질이 악화되며 급감하고, 그로 인해 위 상황이 반복된다는 맬서스 트랩과도 같습니다. 물론 어벤져스 세계관은 무한에너지 이야기가 대놓고 나오는 맬서스의 덫은 이미 반박될 대로 반박된 근미래적 sf세계관이고, 이 맬서스 트랩은 30년도 전부터 대중문화에서 적잖게 활용되었던 이론입니다. 물론 단순해서 더 무서운 악당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할 뿐더러, 그것이 엔트로피의 증가로 치환되는 개념이냐면 어떻겠느냐는 답도 내놓을 순 있겠습니다만, 일단 타노스가 일종의 정형을 갖춘 악당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자신이 구원자라 여기는 악당 캐릭터는 사실 더 공존의 여지가 없는 이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어쨌든 타노스는 자신의 구원의 순례를 마치고, 고난을 넘어 목적을 달성합니다. 설사 그 자신의 곁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할지라도, 그 자신의 희생을 통해 보다 고귀한 목적을 달성한 거니까요. 그의 관점에선, 세계는 구원받은 것이고, 보다 평화로워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2부작 중 첫번째. 그리고 닥터의 의미심장한 마지막 단계라는 말이 그의 발목을 잡을 거란 확신을 갖게 하네요. 더군다나 가장 강력한 복수자들을 만든 그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내년 어벤져스4가 개봉하기까지 두 편의 영화가 남았습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그리고 예. 캡틴 마블이죠.


앤트맨이 처음 개봉할 때부터 뭔가 심상찮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왔었습니다. 세계관을 확장하는 전통적인 소재를 여기저기서 끌어왔거든요. 그리고 차후 디즈니가 fox를 인수하면서 다른 히어로 시리즈까지 합칠 수 있는 큰 그림 아니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중입니다.


저 둘은 각자 영화의 대체적인 방향성을 떠올리게 만들어 줍니다. 양자역학을 통한 다중세계관을 다루며 새로운 세계관의 기원이 될 것이라 밝혔던 앤트맨과 와스프. 그리고 단연 가장 강력한 히어로로서 등장할 것이라 이야기되던 캡틴 마블의 등장이 예견되어 있기 때문이죠.


앤트맨과 와스프는 이미 한 차례 닥터 스트레인지와의 연계가 이야기되었을 정도로 과학과 마법의 상이한 이미지를 강하게 결부시키려는 시도가 예견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설사 모든 인피니티 스톤이 타노스에게 빼앗겼다 하더라도, 세계의 존재법칙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제기하여 예측할 수 없는 한 방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거죠. 닥터가 살펴보았던 수십만 가지의 경우의 수 가운데 토니 스타크의 슈트를 '따위'로 지칭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베재되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하겠네요.


두 단어로만 표현하겠습니다. '시간여행', 그리고 '경우의 수'. 아마 팬서비스 차원에서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제한적으로 얼굴을 비추거나, 이미 죽은 캐릭터들이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방식으로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그만의 개성을 인정받고 또 어느 정도의 흥행을 기록한 앤트맨을 이 정도로 꼭꼭 감추는 건 분명 중요한 한 방이 예견되어 있다는 소리겠죠. 무엇보다 리얼타임에 맞춰 영화를 개봉하던 흐름이 최근 영화에선 크게 뒤바뀌어 영화 본편과 쿠키 영상의 시차가 크게 나는 경우도 존재하게 되었기 때문에 인피니티워와 어벤져스4를 충실하게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공식 이미지는 아닙니다. 여하튼 캡틴 마블은 어벤져스 개봉을 즈음해서부터 계속해서 화두에 올랐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여성히어로이자- 이름부터가 마블이니까요. 그래서 캡틴 마블을 맡는 것이 누가 될 지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tv시리즈의 스카이가 캡틴 마블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대표적이죠.


캡틴 마블은 사실 말이 필요가 없습니다. 타노스가 생각보다 약하게 나왔다고는 하지만,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은 타노스의 진정한 힘은 아직까지도 채 모두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타노스와 나름대로의 싸움이 가능한 것은 현 시점에서 토르정도밖에 없는 상황에서 캡틴 마블과 같은 존재의 등장은 필연입니다. 그래도 치고 받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건데, 캡틴 마블은 포지션상 DCFU의 슈퍼맨입니다.


더군다나 캡틴 마블은 여성입니다. 맬서스 트랩이 생산 기술의 혁신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존재인 여성을 과연 타노스가 예상했었을 까요? 생명의 신비가 여성에 대한 신성으로 치환된 문화권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여성의 성질을 이용하여 이야기화한 에일리언 등의 여러 작품들도 존재합니다. 우연일까요? 우주에서 온 캡틴 마블이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또 다른 구원자 역할을 한다는 게?


저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기대를 하는 것이, 소소한 가족애(앤트맨과 와스프)와 성장하는 여성(캡틴 마블)의 이야기는 디즈니가 판에 박힌 듯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꾸준히 발전시켜온 것이라는 점입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흔히 이야기하는 PC적 요소가 다소 폭주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블랙 팬서에서 보여준 절제미를 생각해보면.... 역시 앞으로 개봉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지를 않네요.


동시에 이번 영화에서 모든 히어로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활약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헐크처럼 의외성을 갖추기 위해 아예 배제하다시피한 캐릭터도 있고, 의도적으로 비슷한 액션이 가능한 캐릭터들 위주로 생존된 경향성도 보이기 때문에, 액션의 규모나 합도 보다 다채로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작이 개성의 분배라면, 다음 작품은 능력의 분배에 가깝다는 거죠.




 이별연습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의 거대한 줄기를 잡고 있는 올드 캐릭터 몇몇이 죽을 거라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였죠. 새로운 흥행 기록을 써내린 블랙팬서는 물론, 얘만큼은 특별하다며 계속해서 부각되었던 스파이더맨, 그리고 이야기에 반전을 잡아줄 수 있을 거라 기대되었던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신규'에 포함될 수 있는 캐릭터 상당수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들이 영화에서 하차했다고 여기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상술했듯 이미 죽었다 다시 살아난 캐릭터도 있고, 무엇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가장 강력한 인과뒤집기 능력이 전작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었기 때문이죠. 이별 연습이라 이야기한 것도, 신규캐릭터와의 잠깐의 이별이 종래엔 올드 캐릭터들과의 완전한 이별의 전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도 간간히 까메오로는 얼굴을 비추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후 영화 시리즈에서 올드 캐릭터들이 신규 캐릭터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나 지대하다는 점으로인해 영화의 종합적인 완성도와 신규캐릭터의 개성이 드러나는 영역이 줄어든다는 점이 작용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타노스 이후 과연 어벤져스의 새로운 적은 누가 될까요. 그리고 그때의 주축 멤버는 또 누가 될까요. 이번의 세대교체는 앞으로의 미래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흐름의 선례가 되어 줄 겁니다.


이야기적으로는 원년 멤버들을 통해 일종의 결자해지를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절한 가지치기를 통해 원년멤버의 퇴장 무대를 마련한 것이죠. 지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유지해왔고, 또 인기를 끌었던 그들에게 걸맞는 최고의 무대를 헌사하기 위해서 앞으로를 펼쳐나갈 캐릭터들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후반부에 배치하는 결정을 한 것이죠.


구체적으로 어떠한 멤버들이 하차하느냐에 대해서는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과연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 아니거나 토니 스타크가 없는 어벤져스 세계관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토르가 없는 아홉세계를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다뤄야 우주적 규모의 진중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캡틴 아메리카가 없는 상황 속에서 쉴드와 같이 다른 존재들을 묶어둘 수 있는 상징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참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