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프로그램2018.05.05 23:13


 최근


관심있게 지켜보는 콘텐츠가 몇 있습니다. 트위치발 인터넷 방송 몇몇과, 유튜브 채널 몇몇, 김어준이 진행하는 SBS의 블랙하우스, 영화 곤지암(은 영화 자체보다는 그 외부적인 홍보 과정), 그리고 일부 팟캐스트 방송입니다.


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각자 영역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그들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호흡이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입니다.


여기서의 호흡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보여주고자하는 메인콘텐츠를 전면으로 끌어내기까지의 고저차를 이야기합니다. 요소가 일례로 유재석의 경우, 개그를 터뜨리고, 이후 다시 개그를 터뜨리는데 일종의 기승전결을 갖추죠. 자신이 운을 떼고, 김종국 등의 멤버를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이광수 등의 멤버를 통해 터뜨립니다. 그리고 약간의 텀을 두고, 이것을 반복하죠. 이것을 얼마나 능숙하고 재빠르게 하면서, 이전에 했던 것과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MC의 역량이 갈리는 것인데- 유재석은 나이가 50을 바라보는 시점에서도 이것이 매우 기민하게 유지합니다. 그래서 그를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MC로 손꼽았고요. 당장 무한도전도 2010년대 이전까지 당대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굉장히 호흡이 빠른 콘텐츠였습니다.


당연하지만, 비교적 젊은 세대일 수록 이러한 가쁜 호흡에 익숙합니다. 저도 당연히 나이를 먹기 때문에 이런 빠른 호흡을 점점 버겁게 느낄테고요. 그러나 근자의 여러 콘텐츠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호흡의 빨라짐은 단순히 세대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라리 환경의 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요.


이전이 기승전결이라면 이젠 기-결, 이라는 느낌입니다. 트위치방송을 예로 들자면, 시청자가 보내온 핵심 영상으로 운을 떼고, 스트리머의 핵심 리액션으로 마무리됩니다. 채 1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저는 공중파가 여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흔히 짤로 대표되는 인터넷 문화가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친 거죠. 실제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이 백미라 할 수 있는 부분을 2~5분 내외로 잘라 게재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낯선 것도 아닙니다.


기억해보면, 예전 신해철이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당대 이것과 비슷한 반응을 받았었습니다. 오프닝 멘트나 시그널 없이 바로 본론으로 진입해서 결말까지 이끌어내죠. 한 시간 정도의 짧은 방송분량의 영향도 있었겠습니다만, 되짚어 보면 이 프로그램은 지금의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방송의 선조격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김어준이 진행하는 SBS의 블랙하우스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전의 나꼼수나 파파이스의 궤를 잇는, 인터넷 방송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케이스입니다. 인터넷 문화가 이제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주류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되었다 볼 수 있겠네요.


사실 나름대로 이것저것 평론을 했던 사람의 입장에선- 이러한 호흡에 익숙해져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지금의 감각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꽤나 고민이 많습니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빨라진 호흡은 모든 콘텐츠에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정도로 빨라진 호흡이 윗 세대에 어디까지 적용될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고요.


다만 이러한 빨라진 호흡이 해당 작품이 얼마나 흥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객, 독자로서의 감을 잃게 하고 있어 고민입니다. 물론 작품이 얼마나 흥행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관련 종사자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때문에 굳이 알 필요는 없단 생각도 들지만, 때론 작품의 흥행이 작품성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예. 역시 고민입니다.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