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숫자(비공인)


"어린이 여러분~"


"네!'


"오늘은 돼지 소풍 이야기를 할 거예요. 궁금하죠?"


"네~"


"자, 그럼 시작할게요."


"화창한 날이었어요. 엄마 돼지는 아기 돼지 7남매를 데리고 소풍을 갔죠. 김밥도 준비하고, 샌드위치도 준비하고."


"통닭이랑 삼겹살은요?"


"...취사금지 지역이라 그런 건 준비못했어요. 어쨌든 뒷동산에 오르던 엄마돼지는 여덟식구가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뒤로 번호를 외쳤어요."


"뒤로 번호요?"


"첫번째 돼지가 하나라고 외치고, 두번째 돼지가 둘, 세번째 돼지가 셋, 그렇게 순서를 세는 거죠. 장남 돼지가 '하나'하고 소리쳤어요. 그리고 장녀 돼지가 '둘'하고 외쳤죠. 그런데..."


"그런데요~?"


"아무리 반복해도 마지막 숫자가 7이 되는 거예요. 여덟식구가 올라왔는데 숫자를 외치는 돼지는 일곱밖에 없는 거죠. 엄마돼지는 당황했어요. 아무리 둘러보고 살펴봐도 어떤 아기돼지가 보이지 않는지 알 수 없었던 거죠. 엄마돼지는 소리쳤어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 누가 없는 지도 모르겠어.'"


"어떻게 해~'


그때 귀여운 막내 돼지가 외쳤어요.


"엄마~ 엄마도 숫자에 넣어야 죠!"


그제서야 엄마돼지는 자기 실수를 알게 되었어요. '아차, 내가 숫자를 세다보니 나를 빼놓고 숫자를 세 버렸구나!' 하면서 말이죠. 


"어린이 여러분! 어린이 여러분은 엄마돼지처럼 전체 숫자를 셀 때 자기만 빼고 세면 안되는 거예요, 알겠죠?"


"네에!"






...익숙하죠? 실제로 유치원에서부터 종종 듣는 이야기지만, 정작 특별한 명칭을 붙여서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예전 신해철이 라디오에서 돼지숫자 셌다며 숫자를 세는 주체를 빼먹는 행위를 지칭하기도 했는데, 그 부분을 이어갑니다.


실생활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특히 주변에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은 경우, 자신 역시 구성원임을 망각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 버리고, 결과적으로 전체의 총합은 기억에 남지만 그것을 검산하는 과정 일부는 소실해 버리는 경우 발생하죠.


창작물에서도 자주 활용됩니다. 물론 캐릭터의 급박하거나 다소 모자란 성격을 묘사하기 위해서도 사용됩니다만, 백미는 반전을 위해 활용할 때입니다. 다수의 캐릭터 가운데 화면이나 컷 내에서 행동이 묘사되는 캐릭터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연히 관객이나 독자는 묘사되지 않는 캐릭터 역시 씬 밖에서는 행동이 지속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간주하죠. 이러한 독자나 시청자의 인식의 빈 틈을 파고드는 것이 바로 돼지 숫자입니다.


알포인트는 돼지 숫자를 상당히 세련되게 활용했는데, 전체인원을 사진속 인원과 등치시키며, '사진을 찍은 사람의 숫자'에 바로 관객의 시선이 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잘 활용한다면 관객의 뒤통수를 훌륭히 때리는 좋은 반전의 핵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캐릭터를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졸책이 될 수 있죠. 그에 따라 의도적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면서도 반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캐릭터도 속지만 관객도 함께 속는 기술적인 재량이 필요합니다.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