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상당히 많은 무비 팬들이 tv시리즈로부터 떨어져 나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벤져스3가 또 다시 전세계급 흥행을 기록한 상황 속에서, tv시리즈의 부진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완성도나 재미가 가장 떨어진다는 인휴먼스는 애초에 붙어있기나 했는지 의문이니 제쳐두고라도, 어두운 분위기와 특유의 느와르적 색체가 짙었던 넷플릭스의 디펜더스 시리즈는 절정부가 되어야할 크로스오버가 밍숭맹숭한 결과물이 되어 평이 급락했습니다. 틴컬쳐의 색이 짙어 기존 마블 시리즈와 접합성이 떨어진다 평을 듣는 런어웨이즈는 무비팬을 끌어오진 못하고 있고요. 개중 그나마 가장 인지도도 높고 좋은 평가를 받았던 에이전트 오브 쉴드도 떨어지는 관심도와 평가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개개를 놓고보면 여전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춘 콘텐츠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시리즈의 일각이라고 평가하기엔, 이들의 소위 말하는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강렬할 충격요법으로 시작한 시즌5인데, 나름 영리한 결정을 바탕으로 깔고 있습니다. 인피니티 워와 연관된 듯 하면서도, 시점을 따로 두어 드라마만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문제는 일종의 이러한 평행차원 이야기가 계속 반복된다는 겁니다.


특히 영화가 가장 접점이 많았으며, 동시에 가장 길게 방영된 에이전트 오브 쉴드는 다음 시즌에는 종영할 거라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달고 다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자체적인 평가는 서서히 올랐고, 영화와의 연계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시리즈라는 점이 돋보이는 콘텐츠로 평가는 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하지만 여러 한계를 마주했다는 인상을 매 시즌마다 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한계가 시리즈가 폭주하는 것을 적절히 억제하며 그나마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습니다.




 연결성의 부인


언젠가 스카이를 두고 캡틴 마블일 것이다 내지 인휴먼스의 주인공일 것이다라는 추측글이 전체 여론을 주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소수파로 맨티스를 밀었죠) 야심찬 tv시리즈와의 연계, 그리고 영화에서 어벤져들을 뭉치게한 콜슨이라는 캐릭터의 상징성을 생각해보면, 이후 어벤져스의 합류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죠.


결과는 퀘이크였고, 인휴먼스는 영화 기획이 취소되었으며, 심지어 X맨 판권까지 디즈니가 갖게되는 상황이 되면서 위 예측들은 모조리 빗나가게- 아니 빗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퀘이크는 원작에서 쉴드의 리더가 되기도 하는 캐릭터여서 영화와의 연결성은 계속해서 기대되어 왔고, 드라마의 스케일은 갈수록 커지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영화에서 회상씬이나 구조씬에서 얼굴 한 번 정도 비추는 것은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대규모 사건이 tv시리즈에서 벌어졌고, 적잖은 사람들이 tv시리즈와 크로스오버가 된다면 바로 지금이다 외치는 때도 있었습니다.


드라마팀과 영화팀이 다르다보니 각자의 전략도 다소 차이가 있는데, 드라마팀은 우리는 영화와 관련이 있다는 척하는 것입니다. 영화에 나온 것들이 이리저리 되풀이되고 재활용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진짜 저게 영화에 나왔던 거하고 같은 건지 따져보면 다르다고밖에는 말할 수가 없는 그런.


이것은 마냥 허황된 기대가 아니었습니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 tv시리즈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의 중대한 반전을 동일하게 활용하며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었고,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에이전트 카터도 이야기에 다양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해주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왠걸요. 사실상 중대한 연계는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울트론의 도래를 예견한다거나, 영화 출연진 중 일부가 tv시리즈에 출연한다던가 하는 일이 이후로 종종 있긴 했습니다만, 그 뿐이었습니다. tv시리즈는 영화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고, tv시리즈는 영화의 중대한 사건에 구속될 뿐 경우에 따라선 동시간대로 추정되는 때 영화보다도 훨씬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엄연히 영화 시리즈의 뒷이야기나 보완을 주창하고 나섰던 콘텐츠가 보일 모습은 아니었던 거죠.


결국 지금에 와선 "TV시리즈와 영화는 별개다"라는 복수의 영화 감독들의 코멘트와 함께, 드라마 출연진들이 좀 더 연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애매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깨놓고 영화를 보기 위해서 드라마를 굳이 볼 필요는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닥터스트레인지의 영화 데뷔가 예정되면서, tv시리즈에도 마법과 관련된 요소- 고스트 라이더가 등장했습니다. 이전 토르의 초과학이나 이후 등장한 초차원적인 닥터스트레인지의 그것과도 달랐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모든 떡밥이 해소된 것도 아니고....


본편이 영화이고, 그러한 영화의 홍보를 위해 출발했던 것이 에이전트 오브 쉴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드라마가 스케일을 확대하고, 그만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투입되는 자본의 단위수와 기대치, 완성도가 자릿수부터 달라지는 상황은 절대로 바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만 봐도 괜찮은 상황이 펼쳐진 것은 결코 나쁜 일은 아닙니다. 애초 영화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tv시리즈까지 모두 보라고요? 그건 제작자 입장에선 곤란한 일입니다.


TV시리즈의 기대치는 영화의 기대치와 어느 정도 호응하는 면이 있는데, 이게 부정되었고 앞으로도 기대가 없다고 여겨지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자연스럽게 TV시리즈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는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지켜보고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같은 존재가 히어로로 거듭나 캡틴의 옆에서 함께 싸울지도 몰라'가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는다'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이것저것 깔짝깔짝


거두절미하고 하나의 예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휴먼.


X맨의 저작권이 아직 FOX에 있던 시기 인휴먼스는 대놓고 X맨을 저격하러 나왔던 포지션이었습니다. 실제로 인간의 유전인자 중에 X인자가 있어 날 때부터 변이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뮤턴트나, 외계인의 실험으로 인해 특정인자가 발현되어 초능력을 발휘하는 인휴먼스는 사실 상당히 닮은 면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들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적 지향점도 비슷했고, 실제로 마블 tv시리즈 팀은 인휴먼을 x맨처럼 차별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활용했습니다. 실제로 인휴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사회로부터 박해받는 모습은 대놓고 X맨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장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도 참고참고 본다는 지인이 이거 보고 나서 욕하면서 tv시리즈는 완전히 끊더군요.


이게 성공적인 시도였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다만 엑스맨 시리즈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새로운 전통을 써내려가고, 동시에 로건과 울버린으로 청불 영역과 고전 영역을 다지면서, 동시에 뉴뮤턴츠와 같은 엑스맨 시리즈 답지 않은 장르영화로서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상황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사실 다소 진부해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그 다음을 이야기하는 엑스맨과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었을까요.


더군다나 전지구적 규모의, 어벤져스가 출동하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고, 영화에선 쉴드의 역할을 스타크와 다른 국제기구가 수행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tv시리즈에선 다시금 쉴드가 등장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만 뭔가 중대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인휴먼스는 단적인 예일 뿐, 세세한 상황의 전개나 영화와의 연계는 커녕 흥미로운 요소만 건드린 채 소화는 시키지 않는 콘텐츠가 지금의 에오쉴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쉴드, 악당들의 팀업, 지구조차 부술 수 있는 막강한 능력자의 등장, 마법과 다른 차원, 하이드라의 기원, 생과 사에 위치한 초월적인 존재, 어벤져스에서도 특출난 능력자였던 퀵실버보다도 더 활약하는 또 다른 스피드스터 등등 영화에서 다뤄져도 이상하지 않을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어디까지나 운과 분위기만 형성할 뿐 불완전 연소된 채 다음-즉 곧 개봉할 영화의 클라이맥스-을 향해 나아가 버리는 것입니다.




 영화와 드라마의 다른 호흡


사실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금 케빈 파이기에 가해지는 찬사와 그에 수반한 영화의 평가와 흥행은 그가 영화 시리즈를 철저하게 관리해온 덕입니다. 그런 그에게 tv시리즈와의 연계는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양자를 일일히 연계하기엔 두 매체는 제작 방식도, 제작 기간도, 발표방식도 방영과 개봉으로 너무나 상이합니다.


처음 에이전트 오브 쉴드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영화에서 채 다뤄지지 않은 뒷이야기나 앞으로 전개될 전조 정도를 다루는 첩보물이 될 거라 예상했던 것도, 드라마가 영화에 철저히 맞추지 않으면 연계가 너무나 힘들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tv시리즈에서 계속해서 하이드라가 등장하는 이유와도 이어집니다. 적당히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 집단으로 대립한다는 이미지도 줄 수 있고, 위협적인 적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 적으로 하이드라만한 것이 없으니까요. 매번 드라마가 영화에 맞춰 그러하 적을 설정하고 꽉 찬 첩보 스릴러로 내용을 전개하는 건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이는 상기의 깔짝깔짝과도 맞닿는 일입니다. 히어로 콘텐츠로서 깊이 들어가기엔 영화와 겹쳐지는 면도 피해야 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연출이나 제작환경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될 거란 이야기도 있었고, 실제로 마지막 시즌처럼 지난 시즌의 여러 요소들을 차용하기도 했는데- 정작 이야기 결말부에 어벤져스3와 병존이 가능할지 의심되는 방식의 사건이 또 터져서 참....


기실 지금의 에이전트 오브 쉴드는 히어로 물이라기보단, 첩보물이라기보단 사이파이 드라마라고 보는 게 더 편할 정도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히어로가 된다는 주제는 그냥 양념같은 게 되었고요.




 마무리


에이전트 오브 쉴드는 분명 그만의 재미를 갖춘 콘텐츠입니다.


다만, 어벤져스 시리즈를 이해하고 보다 즐겁게 즐기기 위한 콘텐츠라는 상징성이 많이 퇴색되어 이전만 못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야기적으로 반전을 중시하는 특유의 스타일에 더해 영화에서 사용되지 않는 콘텐츠를 끌어와 흥미를 더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작용하여, 피로도는 더해지는데 그걸 해소할 계기는 그렇게 많지 않지 않은 소위 말하는 취향타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것은 시즌이 반복되는 동안 소진된 작품 자체의 매력입니다. 사실 작품 초창기 풋풋함은 캐릭터의 변화(성장이 아닌)로 인해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죠. 당장 극단적인 충격요법의 하나인 평행세계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벌써 몇 번이나 나왔고, 이야기에 틀을 바꾸어 버리는 시간이동, 공간이동도 등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아예 대놓고 일종의 치팅으로까지 분류되는 육체도둑과 관련한 이야기까지 나왔죠.


볼 수록 한계가 느껴지는 콘텐츠라 이야기한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휴면 요소가 과연 이 드라마에 득이 됐는지, 실이 됐는지에 대해선 평이 갈릴 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실이 컸다고 봅니다. 액션이 단조로워졌고, 이야기의 흥미도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평행세계 내지 구조씬 등에 한컷씩만 나와도 바로 활기가 불러일으켜질 수 있기도 합니다. 물론 너무 강해진 일부 캐릭터들을 보면 그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정말 남은 타임 리미트는 실질적으로 내년의 어벤져스4까지로 예상되고 있지만 말이죠.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