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2018.07.09 18:00


 지금이야


조롱거리로 전락한 패러디 무비입니다만, 20세기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기대받고 이런저런 흥미를 자아내는 영리한 영화로 취급받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 끄트머리에 나온 '무서운 영화'는 공포영화의 공식을 적절히 답습하여 비틀어낸 '신선한' 영화로 취급받았었죠.


당시 영화 소개프로그램에서 가장 사랑하는 영화가 바로 이 무서운 영화였고(영화 자체가 좋았다기보단, 영화 외적으로 이야기할 '꺼리'가 많아 방송 소재로 삼기가 좋았죠), 당대 한국 영화에도 이런저런 영향을 미쳐 '재밌는 영화'로 패러디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1편은 그래도 괜찮지 않았냐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고 안나 패리스가 나오지 않은 무서운 영화는 상징성을 떠나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초창기 시리즈가 구축한 성과와 재미는 인상적입니다. 그에 따라 오늘은 초창기 시리즈가 왜 사랑받았고, 이후 네 편의 속편의 영화가 개봉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풍화작용을 보아하니, 참으로 오래된 영화구나 싶죠? 자그마치 18년 전 패러디 영화의 범람을 알렸던 영화입니다. 그게 한 5년 정도는 그냥저냥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좀...


흔히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속편 징크스라고 하는데, 데뷔작이나 1편에 비해 작품의 질이나 인기가 심하게 떨어질 때 이런 이야기를 하죠.


무서운 영화의 첫번째 영화는 상당히 영리한 영화였습니다. 주축이 되는 영화로 선택했던 스크림 자체가 8090 호러영화의 해체와 재구성을 주창했던 것이었습니다. 이건 대상에 대한 이해와 풍자를 전제한 '패러디'와 아주 궁합이 잘 맞죠. 단순한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니까요. 결과적으로 '공포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공포 영화적 구조를 가진 이야기'에 화학적 결합을 일으키며 적절히 패러디를 받아들일 수 있는 틀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 부분이 후속작들과 가진 가장 큰 차이일 겁니다.


실제로 무서운 영화는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점점 '공포 영화라는 틀'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블록버스터 패러디 무비에 공포라는 양념을 친 수준으로요. 기실 무서운 영화가 여타의 패러디 무비에 비해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공포 영화 자체가 그렇게까지 커다란 예산을 요구하지 않는 장르였던 점이 있었는데, 블록버스터 무비를 선택하면서 그 장점을 고스란히 날려 버린 것입니다. B급도 정도가 있고, 병맛도 한도가 있는데 말입니다.


결국 '선택의 폭'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초창기 작품들은 모델이 될 만한 영화들을 별다른 제한 없이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최소한 자기들 간엔 변별력을 가져야 했기에 이러한 선택지는 계속해서 줄어갔고, 공포 영화 장르 특성상 모티브가 될만한 굵직굵직한 영화들의 숫자는 더더욱 제한되어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연출의 신선함도 떨어졌지만, 소재와의 화학적 결합도 지지부진해졌다는 소리입니다.


재밌는 영화가 나왔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별에별 패러디 영화가 다 나왔었습니다. 디재스터 무비, 에픽 무비, 슈퍼 히어로 무비, 뱀파이어 무비 등등.... 이 영화들이 모티브를 따온 장르들이 달랐던 만큼 변별력이 있었다면 장르적 피로감이 덜어졌을 지 모르겠는데 심지어 패러디 방식까지도 닮아 있었으니...


이 모습은 공포영화의 몰락과도 닮아 있습니다.


시리즈 초창기엔 신선한 소재나 캐릭터, 연출로 호평받았지만 영화가 계속되면서 여러 제한이 가해져 호평은 반분되었고 혹평은 배가되었습니다. 관객의 피로도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80년대 메인 스트림에 있었던 패러디 무비가 2000년대 초 일신하여 다시금 화제가 되었고, 그것이 범람하여 십수년이 지난 지금 패러디라는 장르에 대한 몰락을 불러왔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러 장르가 이후 여러 연출과 소재, 관점의 다양화를 통해 다시금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은 점을 생각해보면, 패러디 장르는 지나치게 안일했죠. 레슬리 닐슨의 출연이 모든 걸 보장해줄 순 없는 건데도 말이죠.


기실 패러디가 얄팍해졌다는 본질에 대한 부실함에 대한 이야기인 셈입니다. 한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상이한 요소가 얼굴만 비추고, 이거 알지 하면서 넘어가 버리는 것. 극단적으로 SNL TV쇼와 영화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그게 과연 영화로 존재할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