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2018.07.12 19:53


 들어가면서-


당연히 읽지않아도 되는 부분입니다. 블로그 이야기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영화 뱀파이어 해결사(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항목부터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접기 기능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여하튼 지금 쓰는 영화 이야기,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는 이전에 영화 블로그에 게재했었던 글을 다듬은 것입니다. 해당 영화 블로그의 글은 이 글을 등록한 순간 삭제했습니다.


이 글이 게재되었던 것은 2015년 7월 13일입니다. 무려 3년 전 작성했던 글이네요. 당시 계획했던 블로그 5개화 계획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5개는 커녕 본진격 블로그도 한 동안 운영하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물론 다른 방식의 구분과 특화는 늘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미녀와 뱀파이어, 뱀파이어 해결사 등으로 국내에 알려진, 사라 미셸 겔러가 주연한 드라마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Buffy the Vampire Slayer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설명이 필요하진 않을 겁니다. MBC 및 여러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할 당시 큰 인기를 끌기도 했거니와 어벤져스로 상종가를 친 조스 웨든의 대표작이기도 하니까요. 지금에서야 조스 웨던은 저스티스 리그의 실패+불륜 논란+거짓 페미니스트+어벤져스 시리즈의 강판+배트걸 강판 등등으로 욕을 정말 엄청나게 먹고 있습니다만- 여하튼, 서브컬쳐에 대한 애정과 그를 대중적으로 잘 엮어내는 것으로 유명했던 감독이기는 했으니까요.


글을 올리는 시점을 감안해도 버피 시리즈는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당장 저부터가 에이전트 오브 쉴드와 버피 시리즈를 비교한 글을 남기기도 했었죠. 당시 비교글은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었습니다만 사람이 만드는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어느 한 점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만든다 이야기했었던 개인위키에서도 버피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었네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TV시리즈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사라 미셸 갤러가 주연한 TV시리즈가 아니라, 크리스티 스완슨이 주연한 영화 버피에 대해선 사람들이 그리 관심을 기울이진 않았죠.


마찬가지로 조스 웨든이 각본을 쓴 1992년작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는 해당 드라마의 열정적인 마니아들에게조차 다소 애매한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유하는 일부 아이디어는 TV시리즈와 동일하고, 어느 정도 전작의 개념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기도 했었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였고, 영화의 이야기는 일종의 평행세계 비슷하게 취급되어 버렸거든요.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전해주었던 재미 포인트와 영화가 달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당장 저부터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가, 드라마의 원작격인 영화다, 라는 평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이유에서였다면 굳이 찾아봤을 영화일까요. 심지어 영화의 감상 포인트조차 어떠한 측면이 드라마와 달랐느냐였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 영화에서 받은 감상을 한 문장을 정의하면- 예. 제목과 같습니다.


드라마와 다르기는 합니다만, 최소한의 뿌리를 부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적잖은 공유점을 확인할 수 있고, 이후 발전하는 드라마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 정도는 되어 줍니다.


일부 팬들은 아예 이 작품을 드라마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사실상 배제해야 하는 작품으로 여겼던 것을 기억합니다. 실제로 드라마 후반부와 영화를 비교하면 아예 세계관 자체와 스토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조차 다르니까요.


하지만 상기 에이전트 오브 쉴드와 버피 시리즈에 대한 비교처럼, 이 영화를 보다보면 드라마 버피와 엔젤 속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일부 에피소드들과 겹치는 장면들을 적잖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볍게 지나간 일부 장면이나, 사소한 대립은 이후 드라마에서 보다 확장된 형태로 심화되어 등장하여, 최소한 과거 이야기로 이 영화를 인식해도 괜찮다는 제작진의 태도도 훗날 tv시리즈에 심겨져 있기도 합니다.


특히 버피 드라마와 엔젤에서 묘사된 과거회상씬의 분위기는 실제로 이 영화의 분위기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버피를 맡은 두 주연 배우들 역시 어느 정도의 공유점을 보여줍니다. 크리스티 스완슨과 사라 미셸 겔러는 전혀 다른 미인상입니다. 크리스티 스완슨은 큼직한 눈코입-그러니까 브룩 쉴즈로 대표되는 미인상이고, 사라 미셸 겔러는 다소 음울한 느낌이 있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지닌 가녀린 미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가끔 놀랄만큼 비슷한 연기를 보여주죠.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배우의 개성에 따라 그 표현의 방식은 다소의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양자의 캐릭터가 어느정도 차이가 있음에도 이러한 느낌을 주는 건, 사라 미셸 겔러가 크리스티 스완슨의 일부 연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봐야겠죠.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평범한 소녀가 갑자기 슬레이어가 되어 뱀파이어와 맞서 싸운다는 설정입니다. 반항기 넘치는 십대가 고전적인 괴물들과 맞서 싸우며,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관계(금발미녀 치어리더가 아니라 삶에 맞서 투쟁하는 슬레이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완전히 달라진 뱀파이어와 인간 등등)를 형성하고, 장르의 공식을 비틀어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예. 말 그대로 버피 그 자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두 작품을 나란히 놓기도, 또한 드라마에서 서술한 과거가 영화와 정확히 부합한다 여기기도 어렵습니다. 일부 설정이 다른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예, 영화의 완성도가 좀 애매합니다.


기본적으로 장면과 장면 사이에 붕 뜨는 감이 있고, 일부 씬은 허무하게 소비되는 반면, 일부 씬은 필요 이상으로 중언부언합니다. 특정 캐릭터의 행동은 이상하리만치 작위적이어서 어설프다는 인상까지 줍니다. 이 영화가 신세대 뱀파이어 붐의 일각을 담당한 TV시리즈의 원작격인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딱히 좋은 인상을 주진 못합니다.


실제로 드라마 팬들은, 굳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이야기합니다. 보면 좋고, 안봐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엔 전혀 지장이 없고.




이제 설정 이야기를 해 봅시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버피의 설정이 다릅니다. 드라마 초반부 묘사대로 LA에 슬레이어로 각성한 것은 맞지만, 졸업반인 영화의 버피와 달리 드라마의 버피는 1학년이죠. 또한 영화에선 어쨌든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드라마에선 아버지의 존재가 사실상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대로 한 사람만이 존재할 수 있는 슬레이어의 설정도 드라마화되며 설정이 확장되어 영화와 다른 면이 강해졌고요.


핵심 줄기라 할 수 있는 뱀파이어도 다릅니다. 심장을 말뚝으로 꿰뚫리면 재가 되어 버리는 드라마의 버피와 달리 영화의 뱀파이어는 그저 쓰러질 뿐입니다. 보다 설득력있는 전개를 위해 '시체유기'를 배제하기 위한 드라마의 편의적 선택의 결과였죠. 분장도 다릅니다. 마스크를 씌우다시피한 드라마의 버피와 달리 이쪽은 허연 분칠과 귀, 뾰족니만으로 뱀파이어 티를 내거든요.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요소. 버피 특유의 여성주의적 메시지가 약합니다. 사실 버피가 오랜 시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은 대중문화에서 유흥거리로만 소비되던 여성 캐릭터 패턴에 상당한 변화를 주었다 평가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여자가 나와 남자를 보호하며 액션씬을 보여준다는 것이 페미니즘이 아닙니다. 되려 논요깃거리로 전락했다는 평을 듣기도 하죠. 반대로 여자가 나와 도망만친다고 해서 페미니즘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작품 속 녹아 있는 메시지죠. 원더우먼이나 지나 더 워리어 역시 여성의 몸매를 흥미거리로 내세웠다는 식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영역을 구축한 것은 역시 작품 속 녹아 있는 소수자를 위한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드라마 버피 역시 이에 속하는 작품군이었고요. 하지만 영화 버피는 '진정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는다'는 관점은 동일하지만 그 형식적인 측면에서- 예. 뭐 다르다고 표현합시다. 굳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좀 더 동화적이고, 흥미위주입니다.





이제 제목의 다른 듯 같은 듯, 같은 듯 다른 듯의 의미를 이해하시겠나요. 발상과 방향성은 같지만, 서술하는 방식과 결론은 다릅니다.


그래서 적잖은 이들이 드라마의 팬이 의무감에 보고프다 생각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말하는 겁니다. 동일한 소재를 다룬 별개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니까요.


예. 저도 굳이 드라마의 팬들이 찾아볼 만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통해 보충할 영역은 없다시피 하니까요. 하지만 저처럼 못 본 척 할 수 없는 이들이 찾아보았을 때 실망할 정도의 영화냐, 그건 또 아닙니다. 최소한 평작은 되고, 다른 버전의 버피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정도의 재미는 주어지거든요.





남자 주인공격인 파이크는 드라마로 치면 잰더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주류에 끼고 싶어하지만, 사실 아웃사이더에 해당하는 인물이죠. 잘나가는 학급들(스포츠 선수나 치어리더들) 사이에선 루저라 불립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해야할 건 적당히 알아서 하고, 나서야 할 땐 나설 줄 아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냐, 그건 또 아닙니다. 겁먹고 도망치기도 하거든요.


예-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소수에 해당합니다. 사회라는 거대한 틀에 결국 소수일 수 밖에 없는 존재죠.


그런 그를 선택하는 게 바로 버피입니다. 그 버피가 치어리더 출신이면서 세계를 구원하는 존재인 슬레이어라는 건, 그녀- 그러니까 제작진이 이러한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인식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포지션의 잰더 대신 엔젤과 맺어지게 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진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해 있는 사람들끼리의 이해가 주는 매력에 밀려 버린 것이죠. 이렇게 붕 떠버린 잰더지만, 그 역시 자신의 포지션을 갖고 활약을 합니다. 말미에 좋은 평가는 못받지만.




본편과 상관없는 사족입니다.


첫째. 드라마보다 6~7년 정도를 앞서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촌스러움에서 자유롭습니다. 복고 열풍의 영향 때문 아닐까 생각했었네요. 물론 크리스티 스완슨이 워낙 해당 복장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둘째. 액션씬은 영화가 드라마보다도 훨씬 약합니다. 사실 투입되는 자본을 생각하면 규모가 다른 매체기 때문에 이러기도 쉽지 않습니다만, 진지하게 따지고 보자면 딱히 비슷한 장르에서 인상적인 액션씬의 진화도 이뤄지지도 않았으니까요.


셋째. 조연으로 반가운 얼굴인 힐러리 스웽크가 나옵니다. 버피의 수련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가라데 키드를 떠올리신 분들이 적잖을 겁니다. ...뭐, 8, 90년대 헐리우드의 오리엔탈리즘이란 게 다 그렇죠 뭐.


넷째. 12세 관람가격인 PG-13인데, 작중 등장인물 연령대 때문인지 드라마보다 더 끈적합니다. 노출 수위가 높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근데 좀 끈-적 하네요. 물론 영화의 장르 로맨틱 코메디의 틀을 벗어날 정도는 결코 아닙니다.




이 글은 다른 블로그에 3년 전 게재했던 글을 다듬은 것입니다.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