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프로그램2018.08.26 23:40

정말 재밌게 봤던 예능이고, 그 몰락을 슬퍼했지만, 모든 예능의 기준을 무한도전에 맞추는 건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무한도전은 무한도전일 뿐 아닌가요? 무한도전이 종영하면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구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만, 과연 그랬나요?


무한도전은 한 때 가장 자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예능이었으며, 어느 순간이 되면서부턴 그 어느 예능보다 공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방송이 되었습니다. 두 성질은 상당히 상이한 측면이 있었고, 실제로 양자가 적절히 조합되지 못하는 일도 자주 벌어졌습니다. 의미는 있는데 재미는 없는, 재미도 없는데 의미도 없고, 재미는 있는데 의미가 있나 싶은 방송들이 번갈아 나왔고, 어느 순간엔 망한 특집이 연속되어 나오게 되었습니다.


무한도전에 대한 상이한 시선은 자연스레 상이한 기준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은 뭘해도 욕을 먹는 상황에 닥치게 되었습니다. 제작진 입장에선 만들기 점점 까다로워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어찌보자면 무한도전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여러 사건사고가 축적되고, 이것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계속해서 방해로 작용하였습니다. 이 역사는 소위 진입장벽이 되기도 하고, 마니아가 열광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 자체가 장점이냐, 단점이냐는 결국 이것을 제작진이 극복했느냐 말았느냐로 귀결된다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문제가 된다고 여기는 것은, 이러한 무한도전의 역사를 다른 예능에 그대로 대입시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도 종영 후 유재석이 진행하는 런닝맨에 극성 시청자들이 유입되었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게 저는 그렇게 맞는 해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표를 확인해보지 못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런닝맨과 무한도전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두 프로그램은 같은 날 방영했던 것도 아니고, 무한도전 종영 시점 양자는 지향하는 재미도 확연히 달라진 별개의 영역을 구축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현 시점의 런닝맨은 몇 번의 전성기를 넘기고 안정기에 접어든 장수 프로그램으로, 무한도전의 수 년 전 사건으로 새삼스레 지적받을 상황도 딱히 아닙니다.


예. 저는 지금와서 무한도전의 역사를 런닝맨에 대입하려는 사람들은 프로그램 그 자체를 즐겼떤 사람이라고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대체 왜 무한도전 스토리나 사건을 여기에 대입하는 거죠? 무한도전 이전에도 무수하게 있었고, 무한도전 이후에도 무수하게 있었던 일을 대체 왜 무한도전에서 문제가 되었었다는 이유로 다른 예능에 대입해서 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걸까요. 대체 뭐 어쩌라는 건가 싶습니다. 그래서. 그 멤버가. 상처를 받았는데. 뭐 어쩌라고요. 그 멤버가 런닝맨에 출연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느 순간 그저 불평하기 위해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상처 운운하며 해서는 안된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본질엔 관심도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