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에서는


그간 달려온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KBS 방영 당시 배틀 캐슬의 이름은 청동 거인이었습니다. 이름부터 시작해서 특유의 배색까지 가장 제 마음에 드는 캐슬이었죠. 여담이지만 특유의 디자인은 마징가 시리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마징가Z 역시 강철의 성이라는 별명이 있죠.




 그간의 내용 정리


RPG전설 헤포이만이 아니라, 여러 장편 애니메이션은 내용이 진행되는 도중 이러한 정리형식의 에피소드를 끼워넣습니다. 이는 크게 두가지 효과를 노리고 만들어집니다.


첫째는 그간 달려온 에피소드를 다시 한 번 시청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TV방영 애니메이션도 어느 정도 쉽게 다시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80년대, 아니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죠. 예를 들어 학원을 늦게 마쳐 보지 못한 에피소드는 평생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야기의 변조가 심해질 경우 한편이라도 에피소드를 빼먹은 시청자는 쉽게 내용을 쫓아오지 못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청자들을 이끌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그간의 내용을 요약하여 정리해 주는 것이죠. 그간 방영되었던 화면에 등장인물들이 상황전달을 위한 더빙을 새로 하는 정도의 수준에 해당합니다. 이번에 보여준 헤포이 역시 아주 전형적인 에피소드 정리에 해당했죠.


 

 적이 코앞에서 공격을 하고 있는데 본인들의 신분을 증명하라 요구하는 배틀캐슬의 태도는 사실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니, 현실성이 없죠. 심지어 배틀캐슬은 성기신군과 광마신군이 다시금 싸우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모릅니다. 아니, 그 이전에 광마신군이 깨어난 건 알까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전체 50화 가운데 이제 12화 방영한 에피소드를 정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아무리 헤포이 시리즈가 기존 애니메이션과 달리 어느 정도의 변조를 가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다소 애매한 상황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죠.


결국 여기서 두번째 효과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제작비 절감이죠. 기존에 제작되었던 장면을 재더빙하여 방영함으로써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새로 제작할 필요없고, 기존에 제작했던 것을 다시금 방영하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 역시 1분 1초가 돈입니다. 뱅크씬, 동화의 최소프레임, 하청, 원화제작에 대한 비용 절감 등 애니메이션은 온갖 경제적인 방식의 비용절감정책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리 에피소드 역시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었고요.


물론 이러한 의의와 이익이 있는 일이라곤 하지만 시청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즐겨온 이들에게 있어선 이는 흐름을 끊어먹는 일일 뿐더러, 근본적으로는 우려먹기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니까요.


 은혼 125화 애니메이션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던 연출로, 마네킹에 등장인물들의 옷을 입혀놓은 후 그대로 촬영한 것에 더빙하였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제작비의 상당수가 그림을 그리는데에서 소비되는 점을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작비 절감의 활로를 찾은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정리 에피소드에도 명확한 콘셉트를 부여하여 하나의 독립된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돈과 팬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기책들이 또 얼마나 나올런지. 기대가 되네요.




 안티테제


RPG전설 헤포이는 저연령층 애니메이션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의 흐름은 은근히 기존의 관습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클리셰들과 반대로 흐르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주인공의 분투를 통해 깨워낸 동료는 두말할 것 없이 헤포이를 도울 것입니다. 이는 위기가 목전인 상황과 맞물리며 그들이 함께 싸우는 것에 대한 적절한 당위성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헤포이가 깨운 캐슬들은 무슨 이유든지 바로 그에게 협력하는 일이 없습니다.


 

 사실 용자와 왕자라는 신분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는 것이 아닌데, 정작 그것을 가장 인정해야할 캐슬들이 "그게 뭐 어쨌는데?"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지라.


드래곤 캐슬은 다임이 불완전해서, 배틀 캐슬은 용자의 링이 없어 모든 것에 의심을 가진 상태였기에 헤포이의 말을 따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의 전개는 묘한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그간 어딜 가건 용사와 왕자라는 신분상의 타이틀로 해결책을 얻어내는 그들이기에, 정작 그들이 도움을 준 상황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아이러니가 있기 때문이죠. 이상하리만치 술술 풀리는 이야기가 전개되다, 이상하리만치 이야기가 꼬인 방식으로 나름 균형을 맞추는 모양입니다.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는 둘 다 억지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죠.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있어 제작자의 편의성은 작품 자체가 가지는 강점에 해당하고, 무엇보다 수용자가 이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니까요.



 성기신군, 광마신군 집결


물론 이전에 보여줬던 장면만으로 내용을 구성한다면, 이야기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를 위해선 크게 세 가지 장치를 하여 내용의 지루함을 줄여줍니다.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후일의 시점으로 당시의 사건을 다루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더빙만 다시 하면 되기 때문에 아주 간편히 내용을 구성할 수도 있고, 시청자들이 다시금 해당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단순히 회상의 이야기만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현재의 상황과 긴밀한 연관성을 가질 것입니다. 물론 주 목적이 내용의 정리이고 이전의 에피소드를 재방영하는 것이기에 이야기의 경중 자첸 어느 정도 뒤바뀌어 있지만, 최소한 해당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상황 자체는 조성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두 말할 것없이 앞으로 전개되는 내용에 대한 간략한 소개, 그간 가져왔던 의문에 대한 해소 등으로 일정 부분 이상 내용이 전개되는 것이죠. 이번 헤포이의 경우는 그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모든 캐슬들의 이름과 면면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역할을 해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디자인의 메카닉을 좋아하는지라 정리 에피소드에 불과하였음에도 상당히 몰입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양자의 대비구도 자체도 인상적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고스트 캐슬류의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으니 다시 볼 수는 없겠죠.


 일본의 메카닉 시장은 여러모로 영향을 주고받은 흔적이 강합니다. 당장 헤포이의 캐슬들은 SD건담들이 일정 콘셉트와 거의 완벽히 겹치는 수준이니까요. 무엇이 우선인지의 여부를 떠나 프라모델로 제작이 가능한 상황에서의 디자인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에 양자는 상당부분 닮게 됩니다.


<ⓒ スタジオぎゃろっぷRPG伝説ヘポイ,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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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