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지만


저는 그간 DC에서 개봉하는 유니버스 무비에 대해 그리 기대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한지가 오래입니다. 언제까지 '다음'을 기약해야하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었죠. 흔히 DC와 Marvel을 경쟁하는 사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최소한 영화쪽에 있어서는 나란히 놓기가 무색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 상태였습니다. 최소한 작품성 측면에선 말이죠. 


아니. 좀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해볼까요? 저는 이미 마블 유니버스도 상당한 한계와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고까지 평했습니다. 이 블로그는 아니지만 다른 커뮤니티에서 "이미 나에겐 숙제가 되어 버렸다"라고까지 이야기했죠. 실제로 이전까진 신작란에서 예고편을 분석하고, 본편에서 스포일러가 포함되지 않은 영화글을 쓰고, 이후 분석글에서 영화의 방향성을 캐치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하기도 했었습니다만, 그게 어느 순간 사라졌죠. 실제로 스파이더맨 홈커밍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이야기는 본편에서 다루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언젠가 마블 유니버스는 몰아서 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이 두 영화가 지금까지 블로그에 쓴 글과 제가 가진 인식을 일신할 정도로 뛰어난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죠. 예. 저는 마블도 어느 시점에 이르러선 공산품 그 정도의 수준에서 만족하고 더 발전하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절제하는 영화로 보고 있고, 실제로도 제작진이나 기획진도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인피니티 워'를 위해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는 식의 코멘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이야기의 변주의 폭은 크게 줄어들고, 이것은 캐릭터 쇼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다면 영화의 최종적인 판단은 마지막 에피소드가 개봉한 이후로 미뤄지게 되죠. 토르의 첫번째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어벤져스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듯, 마블 시네마틱의 모든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인피니티 워를 전혀 즐기지 못한다는 것도 아님을 고려한다면, 개개 영화의 구조나 완성도는 일정한 한계를 갖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한 편 한 편은 나름의 독창성을 갖추면서도 최대한의 대중성을 가집니다. 마블은 이보다도 좀 더 커다란 구속구를 차고 있습니다. 적당히 재밌어야 하고 이야기적인 한계를 갖는데다, 몰개성해지기까지 하니까요. 이 영화를 계속해서 보는 걸 제가 숙제라고 비유한 까닭입니다.


마블 쪽에 대해서도 이렇게 평가하는데 DC쪽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쪽은 공산품에 양산품 취급을 받아도 그래도 앞뒤는 맞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까요. DC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방식을 보노라면- 진짜 너무너무 게으르게 만들어서 관객들이 캐릭터와 비주얼만 보고 영화를 평가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밖에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얼마 전 제가 토르 시리즈의 시프를 두고 투덜거린게 참 부끄럽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해도 너무한다며 돈 오브 저스티스로 폭발한 이후엔 실제로 관련 영화를 더 이상 코멘트하지 않아야 겠다 결심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코멘트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바닥 밑에 바닥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상 현 시점에선, 그러니까 최소한 신작이라는 개념 하에서는 더 이야기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죠. 그나마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반복에 대한 회피와 연장을 위한 발버둥을 논할 가치가 있는 마블쪽과 달리 DC쪽은 그조차도 없으니까요. (...예? 원더우먼요? 그건 좋지 않았냐고요? ...나쁜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가 좋은 영화, 글을 쓰고 싶어지는 영화가 된다는 소리는 아닐 겁니다. 차라리 문제작이었으면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생겼을 텐데 평작과 수작 사이의 완성도로, 외부적 요인을 통해 훨씬 고평가받는 영화는 좀...)


본 포스트에서는 잭 스나이더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합니다만, 막상 어지간한 이야기꾼들을 데려와도 저 캐릭터들로 어떻게 다채로운 액션씬을 꾸릴 수 있을지 잘 예상이 가지 않습니다. 코믹스야 칸과 칸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왜곡시켜 다채로운 액션을 보여주는데 이질감이 없습니다만, 영화에서 그게 손쉽게 가능할까요? 정말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 했던 영화였는데 이미 그 시간이 지나도 너무 지났죠.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봅시다.


저스티스 리그. DC유니버스가 바로 지금을 위해 달려왔다 말할 수 있는 첫번째 절정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고, 이를 위해 몇 편의 영화가 개봉했었습니다. 그들이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기대하고 다음을 기약한 이유가 바로 이 영화, 저스티스 리그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이 영화가 팬보이들이 기대한 만큼 뽑혔다고 봅니다. 예? 해외에선 평가가 엉망이고, 오프닝 스코어도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마블의 히어로 단독 영화에 못미치는데 대체 무슨 소리냐고요?


??? 참 당황스러운 반응입니다. 언제는 안 그랬나요.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일단 저스티스 리그는 돈 오브 저스티스보다 일정 측면에서 나아졌습니다. 개연성없기는 매한가지이나, 최소한 우리 신경은 썼다 이전보다는 부지런해졌다 어필하기는 합니다. 예. 조금 나아졌죠. 또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캐릭터가 이래야 해서 이렇다라고 관습적으로 연출하는 것도 예. 조금 나아졌습니다. 최소한 설정만 놓고보자면 거슬리지는 않는 선이죠. 예. 전작보다 나빠진 부분이 있다지만 워낙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던 영화들이었으니 어쩔 수 없죠. 최소한 나아지긴 나아졌잖아요. 딱 기대한 만큼 나온 거 아닌가요?


예. 실은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짊어진 짐이 참 컸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까지의 혹평을 반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대호평을 받아야 했었다는 점을. 영화를 우격다짐으로 끌고온 것은 제작진이 아니라 그 가당찮은 완성도를 참아가면서까지 최소한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해왔던 팬보이의 힘이라는 것을.


위험신호는 정말로 많았습니다. 맨 오브 스틸 이래로 개봉한 영화들, 그리고 그 영화에 대해 가해졌던 모든 평론이 바로 그 신호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적잖은 위험신호를 그래도 감독판은 괜찮으니까, 액션씬은 걸출하니까, 캐스팅은 좋으니까, 배우가 연기는 잘하니까 등등으로 뭉개고 온 것은 또 누구일까요.


마블과 비교하는 것을 DC의 팬들은 상당히 꺼립니다만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조스 웨던이 주도하여 추가한 장면이 혹평받고, 또한 그간 조스 웨던 작품의 문제점이라고 지적받던 요소들(뜬금없고 지저분한 러브라인, 소수자에 함몰되어 방향을 잃는 이야기, 심각함을 뭉개는 말장난, 확장성 있는 캐릭터의 무가치한 낭비 등등등)이 작품에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하자, 그를 하차시켜 버립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조스 웨던이 가졌던 위상을 생각하면 작품을 위해선 머리도 잘라내는 단호함은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영화는 기성품이 아니기에 창작자의 개성이 영화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기획진은 의도적으로 개별 영화를 캐릭터쇼에 국한시키기까지 하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 감독 개인의 개성 혹은 버릇이 악영향을 끼친다 생각된다면, 그가 얼마나 능력있건 그리고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건 상관없이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죠.


최근 안 좋은 일을 겪은 잭 스나이더입니다만,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그는 강점과 약점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애초 이런 '한정과 절제가 폭발과 난립보다 더 중요한 기획'에 어울리는 타입이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감독 개인에 대해서도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는데, 그의 작품에 대해 했던 이야기를 계속해서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순간의 비주얼과 몰입을 위해 전체적인 구성과 흐름을 깬다는 이야기를 대체 몇 편의 영화에서 몇 번을 더 해야 하는 건지...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돈 오브 저스티스나 써커 펀치나 왓치맨이나, 300이나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감독의 성향과 개성이 작품과 잘 어우러들면 저것은 매력이 됩니다만, 전혀 다른 소재와 전혀 다른 지향점에 무분별하게 저러한 요소들이 표출된다면 그건 명백히 약점이라고밖에 부를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워너는 그에게 소위 말하는 전권을 일임합니다. 분산된 형태로는 그의 강점이 부각되기 힘들고, 어쨌든 스타트 라인을 끊은 감독이자 '흥행은 계속 시키는 감독'으로 평가되어 왔으니까요. 결과적으로 DC 영화의 상당수는 저러한 기형적인 형태를 취했고, 영화의 지향점은 전체 장르의 영화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DC의 영화들과의 비교로 국한되었습니다. 어쨌든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없진 않고, 흥행 자체는 계속 하니.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전체적인 규모와 구조적인 복잡성은 더해가면서 위 약점은 기어코 영화의 본질적인 부분의 한계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처음'이어서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잭 스나이더의 강점은 시리즈가 반복되며 반분되고, 약점은 학습되어 버리니 애초 슈퍼히어로와 삶을 함께 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에겐 매력적일 수 없는 콘텐츠로 전락해버린 것이죠.


그래서 저는 지금 시점에서 조스 웨던을 욕하며 지금의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그리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니 지금까지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는데 대체 왜 갑자기 그에게 책임을 묻는 거죠? 막판에 들어와서 시덥잖은 농담을 캐릭터들이 주고 받아서?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해서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1년 전 즈음부터 다른 사람도 아닌 감독부터 이야기했었고, 조스 웨던의 투입은 영화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건드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 이야기되고 있지 않나요.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마모되어 모순된 부분 자체는 이전의 작품들보다 덜 눈에 띄는 게 사실 아닌가요?


조스 웨던의 지 작품에 지가 매몰되어서 내놓는 개똥철학이 작품 자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나, 삶과 유리된 그의 행동에 대해서는 저도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야꾼으로서의 실력 그 자체까지 부정하기는 곤란하지 않나요. 어쨌든 버피의 아버지격인 인물이고, 어벤져스를 성공시킨 공신 중에 하나인데. 애초 조스 웨던의 서사와 대사X잭 스나이더의 액션이라는 환상을 가지는 것이 저는 이상하다 생각합니다. 협업도 아닌데 말이죠. 애초 과거 맨 오브 스틸 당시 잭 스나이더의 액션X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환상이 어떤 식으로 깨졌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저스티스 리그가 흥행적인 측면에서 성공할지 않을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작품성과 흥행이 무관한 영역으로 돌입한 시리즈니까요. 거기다 이미 벌린 판이 커도 너무 큽니다. 결국 지속되는 시리즈의 개개 영화에 대한 흥행을 예측하기는 점점 까다로워진다는 것이죠.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이 모든 현상에는 비등점이라는 것이 있어, 개개 영화라며 인생 한 방이라는 식으로 그간의 평가가 모두 뒤집힐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틀렸다는 겁니다. 흥행이건, 심지어 평론이건 이러한 연속성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원더우먼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저스티스 리그가 돈 오브 저스티스보다는 낫다고 이야기를 들어도 그 이상의 박한 평가를 받는 것도 결국은 그간 해온 일들이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일정 시점까지는 작품성에 비해 흥행은 성공하는 상황이 이어질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정 시점이 되면 정말 관객이 질려버리는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마블이 개별 작품은 양산품 취급을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감독을 교체하고 신인 수준의 감독들을 기용해 나가며 그나마의 개성과 신선함을 부여하려 악을 쓰는 걸 이제는 좀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토르 개봉 이후 히어로 장르의 쇠락을 보다 진지하게 논해지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마블은 인피니티 워 이후의 세대 교체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흘리고 있고, DC는 이제 막 저스티스 리그를 론칭한 참입니다만, 과거 서부영화가 그러했듯 히어로 영화도 이러한 흐름을 피해가지는 못할 거라는 이야기가 '히트한 다른 영화의 개성을 차용하여 영화의 성격이 바뀌어 버린 토르3'로 인해 보다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겁니다. 2000년대 초를 기점으로 하자면, 히어로 장르의 주류화를 대충 20년 정도로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히어로라는 것이 무엇(스파이더맨, 아이언맨)이고, 그들의 끝은 어떠하며(로건), 그 기원의 본질은 무엇이며(언브레이커블), 영웅과 세상의 상호작용(엑스맨, 왓치맨)은 또 어떠한지, 그리고 악당과 영웅과 인간의 차이(다크나이트)를 일정한 완성도 이상의 작품들로 이미 본 상황입니다. 끝을 알고 있는 이야기가 한 차례의 절정부 이후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와중에 마블은 인피니티 워로 인해 지극히 안전한 선택만 하며 전체적인 흥미를 떨어뜨리는 인상을 주고, DC는 마블을 쫓아가기 위해 무리수와 차용을 반복하며 판 그 자체에 무리를 주고 있으니, 히어로 장르가 한 때의 유행에 불과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야기를 만드는 이들도 이러한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색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동 세계관 내에서 아예 장르를 달리하는 엑스맨 뉴뮤턴트같은 영화나, 이러한 히어로 장르를 패러디하는 또 다른 히어로 데드풀, 아예 이야기의 끝을 이야기하는 로건 같은 영화들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영화화되었던 엑스맨 시리즈다보니 필연적으로 그 새로움에 대한 추구가 강하게 보입니다.) 이런 기획들이 연달아 다시금 성공하게 된다면 어느 순간 히어로는 한 때의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기나긴 시리즈를 지속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 될 수 있을 지 모릅니다.


저는 소모적인 논쟁이 이러한 노력을 반분시키는 일로 이어지리라 봅니다. 마블의 수장격인 케벤 파이기가 그랬던 가요. 마블과 DC의 팬들끼리 싸울 필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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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처음


맨 오브 스틸이 개봉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대략 그러했습니다. "비주얼과 액션씬 연출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설정과 서사적인 약점도 크다. 하지만 앞으로 슈퍼맨이 발전해갈 것이고, 결국 이 영화는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점이니 합격점은 받을 법하다." ...정도로 말입니다. 대략 정리하면, 앞으로 더 나아질테니 다음 영화를 기대해보자, 정도로 말할 수 있을 테죠.


....그리고, 배트맨V슈퍼맨이 개봉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대략 그러했습니다. "야, 해도 너무한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예상한 그대로 내놓냐! 그것도 저런 허섭한 연출로!" ...정도로 말입니다. 그 잘난 액션씬도 과포화상태라며 비판받았고, 캐릭터들은 이야기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했으며, 그나마 괜찮은 평가를 받은 원더우먼조차 "분량이 적어서 그나마 살아남은 것"이라는 비꼼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 엄청난 이름값으로 인해 본전치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맞이해야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호연이나,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는 여러 속편들에 대한 여론 그리고 앞으로 지속될 프렌차이즈의 가능성을 생각해보았을 때, 다음 영화를 기대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반응요?


답답하게도 또 그렇습니다. ...다음 영화를 기대해보자. ...지금 장난칩니까?


최악의 히어로인지도, 애초에 악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래는 날 잡아서 무엇이 실망스러웠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다룰 생각이었습니다만 이젠 황당하다못해 우습기까지하여 그냥 날림으로 쓰겠습니다. 어찌나 황당했는지 자다 일어나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네요.


먼저 언급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번 돈옵저 때, 잭 스나이더를 비판하기를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돈옵저의 문제점은 그간 잭 스나이더의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고질적인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었고, 어떠한 몇몇 씬은 그것이 극대화되어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강점에는 질리고, 약점은 점점 커진다. 이게 제가 그에게 가진 인상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 재능넘치고 역량있는 감독이, 어찌보자면 자신의 주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르를 다루면서도 이러한 영화를 낳아 버렸으니까요. 이전의 제 관점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잭 스나이더 역시 이러한 압박때문에 영화를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 하고요.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겠지만-다른 걸 떠나서, 이전의 영화와 대칭인 면이 너무 많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관객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줄만한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은 변치않습니다.


영화 개봉 시점에서 주요캐릭터라 할만한 캐릭터들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외의 캐릭터들의 캐스팅에 엄청난 말이 오갔던 것도. 애초에 특정 캐릭터의 분량 문제는 사실 그 시점에서 이미 불거졌던 겁니다.


일단 문제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본래는 서두에 문제점 몇가지라고 짚습니다만, 이번엔 그냥 생각나는대로 풀어쓰기 때문에 그런 것도 없습니다.


첫번째. 산만합니다. 이야기가 제대로 집중되지 못하고 느슨하게 흩어집니다. 특히 캐릭터 소개가 넘어가는 시점이 되면 이 문제는 본격적이 됩니다. 처음에는 영화가 불친절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깨놓고 말해 그렇게 이해가 필요한 장르도 아니고, 내용도 전혀 그러하지 않아서 그저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두번째. 지난 시빌워의 역할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지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요 히어로 캐릭터만 20명에 가까워지고, 주변인물들까지 포함하면 50명까지 늘어나는 마블 시네마틱 무비는 당연하게도 히어로라는 세력을 분화시켜 이야기에 메인이 되는 캐릭터들과 그렇지 않을 캐릭터를 나누었습니다. 이는 제한된 영화상영시간, 사람이 집중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몰입하며 인지하게 되는 영역을 분명하게 국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결국 캐릭터가 너무 많았다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깨놓고 말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조력자격인 캐릭터 전부는 물론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일부 캐릭터- 예, 슬립낫이랑 카타나! -는 그냥 안나와도 무방할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커는. 그냥 안나오는 게 나았습니다. 그 정도입니다.


세번째. 목표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장르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과연 이 영화에서의 목적이 '악당'이 아니면 수행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까? 애초에 전제로 설정되는 영역에서부터 '악당'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들도 힘을 잃고, 의미없는 중언부언으로밖에 여겨지지 못하죠. 무엇보다 초능력을 가진 상대-심지어 슈퍼맨급의 능력까지 고려되는-에게 배트를 든 60kg이 되지도 않는 여자를 내세우는 게 상식적인지도 의문이고요. 이러한 현실감각적인 문제도 이 영화의 흠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악당들의 활극이라는 소재를, 진중한 분위기로 몰아가버리고, 다채로운 액션은 현실적한 한계로 작용하지 않으니 오락물로서의 기준을 고려해도 이야기가 합이 맞지 않습니다. 차라리 개그씬을 재촬영한다는 것이 맞았다면 영화는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네번째. 연출적인 문제. 본작에서의 어떤 연출은 중언부언하여 순간적으로 같은 장면을 돌려쓰나 싶은 생각을 갖게 만들었고, 또 어떤 장면은 찢어지고 더러워졌어야 정상인 상황에서 깔끔하게 다시 등장한다거나 하는 등 전 장면과 유연하게 이어지지도 못합니다. 또한 분명히 설정과 이야기의 흐름이 제대로 결부되지도 못합니다. 지난 번 '마사드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몇번의 대화로 평생의 전우가 되어 버립니다. 상기의 장르적인 이야기와도 맞닿는데, 캐릭터의 변화와 유기적인 연결성도 굉장히 어색합니다. 돈많이 들인다고 영화가 깔끔하게 뽑히는 건 아니라는 전형적인 예가 될 겁니다. 개그, 말장난도. 예. 기대 이하입니다. 오락물로서도 코미디로서도 기대 이하인데 후술할 문제까지 겹쳐지니....


다섯번째. 캐릭터성. ...장르적인 문제와 겹칩니다만, 악당이 악당이 아닙니다. 정말 안타까운 문제인데- 배우가 열심히 연기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그들이 가진 재능이 캐릭터에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지만, 정작 캐릭터와 연출, 각본이 엉망이라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지 못하게 보입니다. 정말이지 치명적이죠. 벤 애플렉의 배트맨이 그러했듯, 이번의 영화 속 캐릭터들 대부분(사실상 데드샷을 제외한 전부, 그 데드샷도 몇몇 측면에선 애매하고...)이 이러한 문제를 앓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사실상 캐릭터 영화에 가까운 모양새임에도 불구하고-애초에 15세 관람가라는 한계 속에서 오락영화라는 장르를 고려했을 때, 악당 캐릭터로 진한 교훈을 안겨주거나 하기는 힘들죠- 영화를 단독으로 이끌어갈만한 매력있는 캐릭터는 할리퀸과 데드샷을 포함해도 애석하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작이 어떻고 영화가 저떻고를 떠나. 최소한 원작은 오랜 시간 연재되면서 '당위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입니다. 원작의 요소와 상충하는 요소를 집어넣으려면, 당연히 전체적인 당위성 문제를 해결했어야죠.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정말 답답하네요. 모르는 이가 보면 마치 제가 마블영화만 추앙하고, DC영화는 무작정 까대는 걸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캐릭터는 마블, 이야기는 DC라고 말할 정도로 저는 두 회사의 정체성 모두를 존중하며 즐기는 입장이고, 어지간한 흠결은 '팬심'으로 메꾸어 줄 수 있는 입장입니다. 본 블로그에 등록되진 않았지만 마블 영화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팬심으로 커버-이었고, DC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말을 말죠....


이제는 다음 영화인 원더우먼과 저스티스 리그는 괜찮을 것.... 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연 '다음'에 관대한 관객이 다음에는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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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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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도 평이 들려 오네요. 또 다시!


다만, 돈옵저 덕분에 기대치 자체가 애초에 엄청나게 낮았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서는 그렇게 타격이 크지는 않습니다. 최초로 기획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이건 열에 일곱 여덟은 실패한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그간 DC의 기획력을 생각해보면 반드시 실패한다."


...라고 단언했었으니까요.


마블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비판 가운데 하나가 "빌런을 너무 쉽게 소모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원작에선 수십년을 히어로와 맞서 싸운 악당이, 영화 한편으로 소비되어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게 캐릭터 낭비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현실적인 문제를 통해 반박됩니다. 히어로 이야기하기도 바빠죽겠는데 악당까지 일일히 조명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이야기는 산만해지고, 전체적인 완성도는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히어로에 사이드킥, 핵심적인 주변인물까지 생각해보면,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요 캐릭터의 숫자는 40~50은 우습게 넘어가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앞으로 더 등장할 히어로가 있고, 지금까지 등장은 했지만 접점은 없는 캐릭터들까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악당 캐릭터까지 부각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저의 비관적인 전망의 시작은 이것과 상통합니다. 조커나 할리퀸처럼 지명도도 높고 매력도 알찬 캐릭터들이야 충분히 영화의 메인으로 내세울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악당'이라는 캐릭터의 한계상, '히어로'라는 줄기가 큰 힘을 가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만큼이나 얄팍해지기 쉽습니다. 악당이 악당답게 행동하면서 영화의 메인이 될 수 있다면, 그 영화의 장르는 더 이상 히어로이기 힘들 겁니다. 거기다 그나마의 선점효과도 데드풀이 가져가버리기까지 했으니...


다른 거 다 떠나서, 할리퀸 단독영화에 부메랑 단독영화요? 아니, 지금 DC발 히어로 영화 중에 평론가와 관객 모두 납득시킨 영화가 한 2, 3편은 된답니까? 절대적 기준으로 평가하면 하나도 없는데? 너무 경솔한....


거기에 더해 '캐릭터가 많다'는 문제점까지 공유하고 있으니. 아예 작정하고 막나가서 B급 정서가 강한 악당극으로 만들어야 하는 영화인데, 거기에 이만큼의 대규모 자본을 때려 넣으니.... 실제로 개봉 전에 여러 빵빵한 인물들의 캐스팅 소식이 들려왔다 다시 썰려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었습니다. 사실 대규모 프로젝트 영화에서의 이런 소식은 그렇게 낯선 일도 아닙니다만, 이미 굵직한 역들은 다 캐스팅된 상황에서도 이런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다는 게 문제입니다. 악당극+히어로장르+대규모 프렌차이즈+약간의 시험작 등의 복합적인 포지션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해도, 캐릭터간의 비중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대략적으로 들려온 비판점은 이제 차치하고, 영화를 보러 가야 겠습니다. 어쨌든 영화를 봐야 뭔 이야기를 해도 더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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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시간도


없는데, 최초 예상했던 대로 글을 쓰면, 내용대비 제곱분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연출 방식이나 컷을 재연하는 순이 아니라, 단순한 변경점을 나열하는 선에서 그치겠습니다.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몇번 하는 사이 일주일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네요. 이래선 죽도 밥도 안되니.


여하튼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렉스 루터


본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담이 아니라 렉스 루터입니다. 슈퍼맨도, 배트맨도, 하물며 원더우먼도 아닙니다. 이러한 기준 하에서, 내용을 전개합니다. 이하에선 평서체로 전개하겠습니다.


1. 이야기의 흐름은 슈퍼맨은 객체화, 배트맨이 이야기의 진행자. 렉스 루터가 흑막인 상태로 구성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렉스 루터는 세계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기 위한 뒷공작(가상의 적을 만들거나, 테러단체를 지원하거나 하는 등)을 진행하고 있고, 슈퍼맨은 표면상에서 드러나는 렉스 루터의 부하(자신이 루터의 부하인지도 모르는 테러 단체 등)를 제압한다. 배트맨은 이러한 루터의 이면을 탐정의 면모로써 꿰뚫어 보고 자신만의 방식(함정수사, 방조, 조장)으로 본질에 타격을 주려 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사건이 벌어지는 족족 슈퍼맨이 박살을 내버려 사건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


배우가 구축한 성과를 렉스 루터가 이랬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치환하는 수도 있었는데.


1-1. 렉스 루터가 흑막인 사실은 유지. 정계, 재계와의 연계는 물론,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친숙하고 인정받는 권력자임을 묘사. 제시 아이젠버그의 여타 영화 속 성공한 젊은 기업가 이미지 차용.


1-2. 렉스 루터가 꾸미는 음모는 슈퍼맨을 처리하기 위한 것. 그 발단은 영화에서처럼 단순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으로 국한하고 캐릭터의 매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3. 렉스 루터의 비범함을 나타내는 요소들 추가. 렉스 루터는 이미 인저스티스(슈퍼맨이 타락하여 인류의 위협이 된 세계) 혹은 다크사이드에 대한 위기의 전조를 알고 있다. 즉, 영화상 예언가로서의 배트맨의 포지션을 렉스 루터에게로 돌린다. 자연스레 그가 슈퍼맨을 노려야 하는 합리적인 목적을 부여한다.


1-4. 렉스 루터의 목적은 슈퍼맨의 제거에 초점을 맞춘다. 자연스레 배트맨과 이간질시켜 슈퍼맨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배제한다. 렉스 루터는 슈퍼맨의 아치 에너미지 배트맨의 아치 에너미 따위가 아니다. 그건 조커에게 맡겨 둬라. 렉스 루터는 초능력 없이도 슈퍼맨의 아치에너미에 등극한 가장 인간적인 존재 가운데 하나다.


1-5. 일찌감치 연구를 통해 크립톤의 우주선 등을 이용했던 것으로 묘사하고, 이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배제하는 모습도 비춘다. 배트맨으로 시간을 벌고, 크립토나이트로 슈퍼맨을 해치우려 했지만, 배트맨이 크립토나이트를 빼돌리는 등의 사건이 벌어지는 식으로 이야기에 불규칙성을 더해준다.




 상징성은 로이스 레인


2. 로이스 레인은 주체적이며 똑똑한 존재로 묘사된다. 1편에서 슈퍼맨의 정체를 밝혔듯 이번에는 스스로 렉스 루터의 정체를 밝혀낸다. 이것을 언론상에 터뜨리려고 하지만 현실상의 권력으로 제한받는다. 이러한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 그녀는 적극적으로 활약한다. 이 과정에서 배트맨 등과도 만나게 된다.


로이스 레인은 결코 납치당해 비명이나 지르는 전형적인 사고뭉치형 여성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만큼 다루기 까다롭지만, 긍정적인 파급력이 큰 캐릭터였고요. 애석하게도 코믹스에서 로이스 레인이 슈퍼맨의 연인 자리를 원더우먼에게 빼앗긴 것은 더 이상 다룰 수가 없다는 DC의 패배선언이기도 했습니다.


2-1. 그녀는 붙잡힌 여자친구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언론, 즉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절대성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침해받지 않는 절대성이 인간이 스스로 영웅일 수 있는 존재로, 슈퍼맨이 인간을 버리지 않을 것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2-2. 동시에 그녀는 인간다운 면모로, 인간은 인간을 불쌍히 여긴다는 면모로 배트맨을 감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2-3. 두 영웅의 대립에 있어 로이스 레인은 단순히 설명이나 보충역이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는 객체로서의 역할을 겸한다.




 주인공은 배트맨


3. 최초로 등장할 뿐더러, 사실상 절대적인 전력의 차이를 보여주어야 하는 존재인 배트맨에게 이야기의 진행자이자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맡긴다.


벤 애플렉의 배트맨은 영상화된 역대 배트맨 가운데 가장 강인하며, 거대하고, 또한 투박하며, 동시에 가장-조금 심하게 말해- 멍청한 배트맨이었습니다.


3-1. 살인 등을 행하는 것은 변해버린 배트맨을 묘사하는 장치로 활용한다.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3-2. 탐정으로서의 배트맨을 강조한다. 렉스 루터의 구체적인 목적은 알지 못하지만 그가 커다란 위협임을 알고 있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자기만의 수단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렉스 루터 산하 조직의 밀입국 시도에서 슈퍼맨과 짧게 조우하여 그들이 반입을 시도한 크립토나이트가 그의 무기임을 알아챈다.


3-3. 이 영화에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립은 단순한 태생상, 능력상의 문제가 아니라 양립할 수 없는 수단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동시에 배트맨이 슈퍼맨을 물리쳐야 하는 필연성은 단순히 과거에 슈퍼맨이 막지 않았으면 더 커질 것이 뻔한 사고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하고 배트맨만이 아닌 모든 인간이 '무언가(인저스티스건 다크사이드건)'를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묘사한다. 초현실적인 꿈은 서술트릭의 방식으로 배트맨이 꾸는 꿈처럼 묘사되지만, 실은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꾸는 꿈이라 밝히며 이야기에 입체적인 시각을 더한다.


3-4. 배트맨의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이 영화의 중심이다. 배트맨의 현재는 슈퍼맨의 미래, 배트맨의 과거는 슈퍼맨의 과거, 즉, 슈퍼맨의 변화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을 깨달은 배트맨은 다시 올바른 이상을 정당한 수단으로 행하는 히어로로 거듭나고, 더 나아가 히어로 집단의 리더로서 자리잡게 된다.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지금은 그냥 물러나지만 나중에 네가 잘못되면 죽이겠다"는 식의 전개는 영화의 지향점과 영화의 주제를 따지면 말이 안된다.)이 과정에서 슈퍼맨과 배트맨의 어머니의 이름이 같다는 사실은 배제된다.


3-5. 리더로서의 변화는 슈퍼맨의 장례식에서, 배트맨과 그의 어머니가 만나는 장면에서 부각된다. 같은 이름에서 슈퍼맨에게 가지는 동질성이 더욱 깊어지고, 그런 그를 죽이려 했던 자신에 대한 후회가 부각된다. (거의 유일하게 웃긴 아드님 친구 씬을 가면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전개될지도.) 슈퍼맨의 어머니가 마사 켄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배트맨이 이후 원더우먼과 '느낌' 이야기를 하며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을 알린다.




 기타


4. 슈퍼맨은 본 작에서 가장 낭비된 캐릭터지만, 동시에 가장 수정할 것이 없는 캐릭터기도 하다. 멍청한 행동, 앞뒤가 안맞는 행동은 재편집하면 나아질 것....


농담이 아니라 수십년 전에도 비쩍 마른 원더우먼에 대한 비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린다 카터와 갤 가돗이라는 수십년 차이의 다른 배우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5. 원더우먼은 정말 뜬금없이 나오는 것으로 수정한다. 세계관이 확장되는 히어로 무비에서, "왜 이 지구적 위기에 다른 히어로는 나오지 않는가"라는 클리셰의 역을 찌른다. 뜬금없이 등장해서 협력하고, 동료로 거듭난다. 굳이 본편과 부합할 필요가 없다. 불이 났을 때, 등장하는 소방수나 구조대원이 피해자와 아는 사이일 필요가 없다.


6. 슈퍼맨 단독으로 둠스데이를 막는 과정이 지난 번 조드 장군과의 대결처럼 비중있게 묘사된다. 그리고 이것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함임을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반대로, 로이스 레인에 대비되는 부정적인 언론을 묘사하기 위한 에일리언포비아적 사상역시 렉스의 주도 하에 함께 묘사된다. 슈퍼맨의 장례식은 국장이 아니라 쓸쓸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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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오프닝


■ 맨 오브 스틸 이후 슈퍼맨이 등장하여 달라진 세계관 전달. 본 포스트의 경우는 현지화된 설정으로 접근. 실제 영화에서는 실존인물로 바꾼다면 몰입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


■ 원문자 이하의 컷은 짧게 교차로 편집되며 관련 사건마다 나서는 슈퍼맨의 모습을 원거리에서 잡은 자료 화면으로 보여준다.


■ 슈퍼맨은 놀라운 능력을 가진 영웅이지만, 아직 대중에게 완벽히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1. 슈퍼맨으로 인해 변해버린 세상 묘사


① 면피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구세주

슈퍼맨과 무관히 부실시공 등으로 붕괴한 건물, 뉴스 화면에선 건물주의 뻔뻔한 행태가 비춰진다.


"왜 나만 탓하는가, 나도 피해자다. 건물이 부실공사이건 뭐건 건물이 무너졌다는 것은 내가 입은 재산피해가 아주 크다는 소리다. 날 탓하지 말고 슈퍼맨을 탓하라. 그는 모두를 구할 수 있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이언트의 조필연. 삼풍백화점주를 모델로 한 캐릭터로 추정되며, 실제로 자기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경우가 적잖다. 배가 침몰하는 와중 가장 먼저 도망친 선장이라거나, 범죄현장을 목격한 경찰이 나서지 않아 결국 시민이 나섰다 피해를 입는 경우 등...


② 슈퍼맨 광신도 등장

"그는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다. 그는 우리를 보다 높은 곳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그야말로 좋은 인간을 보듬고, 나쁜 인간은 처단할 것이다. 그는 완전무결하며, 말 그대로 신의 헌신이다."


선민주의적 사상, 1등인간은 슈퍼맨, 2등인간은 슈퍼맨이 선택한 인간(자신들), 3등인간은 그가 선택하지 않은 이들이라는 발상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며 슈퍼맨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슈퍼맨의 행동원리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 정도로 한정되고 있다. 아직 미숙한 그가 선한 의도로 행한 일이 그릇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광신도들은 그러한 부정적인 사건을 모두 무시하고, 슈퍼맨에 대한 불신을 일반 대중들이 더욱 크게 가지는 원인을 갖게 만든다.


③ 책임감 붕괴로 인한 사회 시스템 쇠락

범죄를 제압해야 하는 경찰, 화제를 진압해야 하는 소방수가 "슈퍼맨이 올 것"이라며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총에 맞으면 피를 흘리고, 불에 들어가면 화상을 입는다."


"진짜 슈퍼맨은 바로 소방관과 경찰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도는 높다. 이러한 그들이 봉사와 희생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원인이 슈퍼맨이라면?


④도덕성 붕괴에 대한 경고

기부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부재단 운영자(혹은 지누션의 션 같은 기부로 유명한 이)가 기부액이 급감했다며, 슈퍼맨이라고 저소득 가정을 돕지 못한다며 호소한다.


이후 성직자가 나와 슈퍼맨의 등장과 무관히 인간은 인간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말한다. "인간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노력하고,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인간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 그에게 "보다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슈퍼맨이 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사회자가 던지고, 성직자는 묵묵부답한 후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고 답한다.


성투사성시의 교황. 자세한 사항은 생략한다.


⑤슈퍼맨에게 책임을 묻는 시위자들

그의 구조활동으로 인해 재산상의 피해, 그로 인한 상처입은 사람들이 나서 시위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친 지 아느냐! 지금도 고통스럽게 치료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며 소리칠 때, 치료를 받는 사이보그의 장면이 짧게 스쳐간다. 그리고 가짜신이란 외침이 들려오며, 메트로폴리스에 세워진 슈퍼맨 상에 적힌 거짓된 신이란 글자가 클로즈업된다.


영화는 서사다. 이미지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2. '인간' 브루스 웨인이 바라본 슈퍼맨이 묘사된다.

영화상의 오프닝대로 전개되되, 키프 씬은 통으로 날린다. 브루스 웨인이 무력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을 구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슈퍼맨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배트맨은 얼굴을 가린다. 하지만 양자의 이러한 모습은 영웅과 비영웅의 정체성 차이가 아닌 수단의 문제에 불과하다. 이 장면에서 '배트맨 역시 영웅'이라는 장면을 강조해야 한다. 배트맨이 이후에 멍청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3. 오프닝 음악+브루스 웨인의 어린 시절 교차편집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니까...


21세기 가장 유명한 히어로를 꼽으라면 배트맨 아닐까?


이후 붕괴되는 건물에 또 다른 사람이 다치는 것을 본 브루스 웨인이 슈퍼맨에게 소리치는 장면을 끝으로, 오프닝이 마무리된다.


영화가 이상하면 안돼~~~~~~~~


본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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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v슈의 재구성에 앞서, 영화가 달성해야 하는 목적을 세 가지 제시하고, 그에 수반하는 영화 외적인 필요한 세일즈 포인트를 삽입하여 내용을 전개토록 합니다. 여기서의 세 가지 목적은 설득력 있는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립 사유 설정, 이후 확장될 세계관의 흥미로운 제시,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것입니다.


앞선 포스트, 33가지 단점과 5가지 장점 등을 참고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2016/03/30 - [● DC 시네마틱 유니버스] - 배트맨v슈퍼맨 ①왜 이렇게 되었나 따져보기 전에


2016/03/30 - [● DC 시네마틱 유니버스] - 배트맨v슈퍼맨 ② 33가지 문제점을 꼽아봅니다


2016/03/30 - [● DC 시네마틱 유니버스] - 배트맨v슈퍼맨 ③ 마사드립은 대체 뭐가 문제였나




● 재편집에 고려된 요소, 이른 바 대전제는 이하와 같습니다. 영화 본편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은 그대로 깔고 갑니다.


1. 배트맨이 주인공, 슈퍼맨은 배트맨의 목적이자 대상이다. 양자는 본질적 차이로 인해 대립하지만, 공통의 적이 등장하여 협력한다. 슈퍼맨의 희생에 초심을 되찾은 배트맨은 새로운 히어로 팀을 꾸리기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된다.


2. 원더우먼이 트리니티로서 활약한다. 아쿠아맨, 사이보그는 얼굴만 비추는 수준으로 지나간다. 플래시는 갑자기 나타나 위기를 경고하고 배트맨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3. 렉스 루터가 흑막이다.


 주요 변경점은 이하와 같습니다. 전개를 변경할 정도의 중요한 사안의 변경은 진하게 처리하겠습니다.


1. 배트맨과 슈퍼맨의 어머니의 이름이 같다는 사실은 극 최후반으로 미룬다. 대사 한 줄이 아니라 상황을 통해 양자가 함께 하게 되는 이유를 제시한다.


2. 슈퍼맨이 등장하여 달라진 세계관을 보다 입체적이고 확실하게 전달한다.


3. 보너스 샷은 분산한다.


4. 배트맨이 꾸는 꿈은, 배트맨만 꾸는 꿈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꾸는 꿈으로 변경한다.


5. 원더우먼은 본편에서 배제된다. 둠스데이 출현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다.


6. 키프(다리다치는 사람)는 삭제한다. 자연스레 키프를 매개로 한 테러도 삭제된다.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 만든 요리가 이렇다보니, 저를 포함한 별에별 사람들이 재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 DVD로는 얼마나 재밌게 내려고 기대감을 펌프시키는 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사실 한 번에 몰아치려고 했는데, 의외로 이게 분량이 되더라고요. 어느 정도냐면 대략... 솔직히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한 두 세 번 포스트로 다루다보면, 대략적인 각이 나오겠죠.


참고로 본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워너브라더스 유투브에 등록된 티저 이미지, 그리고 일부는 코믹스에서의 이미지, 혹은 다른 배우가 다른 영화에서 보였던 모습을 바탕으로 재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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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문제점을


33가지 꼽아놓고, 좋은 점 5개를 뽑는 게 그렇게 힘들었냐... 라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긴 합니다만, 실제로 펜이 잘 나가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역시 사람은 칭찬받는 것보다는 꾸지람 듣는 것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반박하고자 하는 욕구가 훨씬 강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미루고 또 미루다 다다음 주 바로 그 시빌워가 개봉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이렇게 글을 씁니다.


여하튼 좋았던 점 5가지 꼽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이 제목인만큼 이 둘의 대결이 화끈할 줄 알았는데...


당연하지만, 예.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헨리 카빌과 벤 애플렉.


헨리 카빌에 대해서는 지난 번 맨 오브 스틸에서 조금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최소한 새로운 세대로서의 슈퍼맨으로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장중하고 거대한 오페라에 어울리는 강대하면서도 여린 존재를 충실히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시무룩한 벤 애플렉의 표정이 다시금 화제가 되었죠... 트위터에 "당신은 잘못이 없다"는 글을 다는게 유행이 될 정도였으니...


벤 애플렉. 슈퍼맨 영화와 달리, 배트맨은 그 영화들이 여전히 현역인 상황이기에, 마이클 키튼, 크리스찬 베일, 심지어 발 킬머와도 경쟁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조지 클루니는 일단 제쳐두자고요. 캐릭터적으로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지만, 최소한 이들과 차별화되는 거대한 배트맨, 그러면서도 슈퍼맨과 대비되는 존재라는 것을 확실하게 어필해냈습니다. 말이야 쉽지만, 그 중간자적인 시점을 표현해내는 것엔 적잖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두번째


두번째 이유는 배트맨이 이야기의 진행자라는 점입니다.


사실 제가 이 영화를 만드는 입장이었어도 이러한 선택을 했었을 겁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달라진 배트맨을 소개해야 했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슈퍼맨과의 설득력있는 갈등을 관객에게 제시했어야 했으니까요. 영화는 전후자 모두에 실패했습니다만, 최소한 이야기의 진행자로서의 배트맨을 설정해내기는 했습니다. 만약 이것조차 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정말 구제불능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인간 브루스 웨인이 초인 슈퍼맨이 의도치 않게 저지른 사건에 휘말리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 좋은 점으로 종종 꼽히곤 하죠.


...물론 반대로 슈퍼맨이 진행자이면서 배트맨이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는 방식으로 묘사할 수 있는 감독이 있었다면 훨씬 더 긍정적이게 영화를 바라봤겠죠...


저런 아머까지 둘렀으니 색다른 배트맨을 보여줄 것... 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실제로 벤 애플렉에겐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역량이 있어 보였습니다. 각본이 못받쳐 줬기에 실패했을 뿐...




 세번째


많은 사람들이 부정했습니다만, 저는 제시가 나쁘진 않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캐릭터와 행동의 당위성이었지, 그의 연기 자체, 그리고 캐스팅을 지적할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는 어느 정도 필요했습니다.


렉스 루터가 처음 등장할 당시와 지금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있지만, 슈퍼 히어로들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한 세상에 구시대의 가치관을 지향하는 영웅들이 어떻게 배척받는지를 묘사하려면, 일반인에겐 친숙하지만 막대한 권력을 발휘하기도 하는 세련된 기업가 렉스 루터의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기본적인 캐릭터의 설정과, 그가 행하는 행동이 관객을 설득했을 때 성립하는 것입니다만, 영화상엔 그렇지 않았죠... 진부한 설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력적인 부분으 제대로 살리질 못하니 그 캐릭터상의 문제를 배우 개인에게 돌리는 불상사가 벌어져 버렸습니다...


벤 애플렉, 헨리 카빌과 대비되는 이미지로서 제시 아이젠버그는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그냥 영화가 그 캐릭터와 연기를 못살린거지.


저는 "사실 다른 역에 캐스팅했는데, 그가 그런 연기밖에 못해서 캐릭터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감독의 변명이 너무 끔찍했습니다. 저런 핑계가 성립하느냐를 떠나서(캐스팅 권한이나 각본 등을 생각하면 저게 성립하긴 하나요?), 영화의 실패의 원인은 각 배우들의 연기에 있지 않았습니다. 저 말은 그냥 변명이고, 실패의 원인을 배우에게 돌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원작과 다른 것이, 영화가 어두운 것이 문제가 아닐텐데요.


설사 이후 원작에 충실한 렉스 루터가 제시가 연기한 주니어의 아버지로 등장하더라도, 저 변명만큼은 절대로 곱게 보질 못하겠습니다.




 네번째


원더우먼의 '짧은' 등장. 그리고 액션씬.


상기했듯 갤 가돗이 원더우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원더우먼이 정체를 감춘 부분? 솔직히 말해 통째로 들어내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원더우먼의 액션은, 지루한 이 작품의 액션에 나름의 활기를 더해주는 요소였습니다.


패스.


다만 상기의 '짧은'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주세요.


원더우먼이 길게 등장했다면, 얘는 좋은 평가를 받았을까요? 솔직히 써커펀치 꼴났다고 봅니다.




 다섯번째


마지막 이유는 바로 바로 슈퍼맨의 죽음입니다.


사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고, 어차피 되살아날 것이 뻔한 슈퍼맨의 죽음이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불러 올 수 있겠느냐는 비판에 직면한 사항이기도 합니다만, 확실히 인상적인 일이었습니다. 당장 시빌워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죽느니, 버키가 죽느니, 제임스가 죽느니 하는 이야기가 오가는 점을 생각해보세요. 위기를 더해주고, 보다 관객이 몰입해볼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재료가 슈퍼맨의 죽음임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다소 성급하긴 했지만, 이러한 시도를 해도 괜찮을 정도로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은 너무나 유명한 영웅들인 게 사실이고요.


당장 당시 슈퍼맨의 죽음의 만화 작가들은, 이것이 왜 그렇게 이슈가 되는지 의아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슈퍼맨의 역사, 그리고 다소 애매한 인기 속에서, 독자들이 정말로 슈퍼맨 시리즈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죠. 슈퍼맨은 하나의 지표가 되지 못했고, 정작 그의 죽음이 왜 일반인에게, 그리고 배트맨에게 깊은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러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야 하는 수준이랄까요.




 문제점을


33가지 적는 것보다, 좋은 점 5가지를 꼽는데 훨씬 오래 시간이 걸렸다면 믿으실지...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대 혹평과 함께 비슷한 콘셉트의 시빌워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고, 디즈니의 주토피아에 대한 재환기가 일어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죽 쒀서 다른 영화에 주는 거라고 말하면 과할까요?


자... 다음 시간엔, 영화의 대전제들을 지키면서, 영화를 어떻게 찍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건 불공평한 일입니다. 이른 바 완성본을 다시 짜맞추는 것과, 찍고 편집하고, 다시 짜맞추는 건 출발선부터가 아예 다른 일이죠. 영화 감독들 사이에서도 술 마실 때나 이런 이야기하지, 평소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헐리우드 영화고, 제가 이야기 편집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것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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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반성합니다.


역대 최고의 배트맨 싱크로라며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는 물론 팀 버튼의 배트맨마저 저열한 영화로 취급한 이들...


최고의 액션이라며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와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을 수준 이하의 영화로 격하시킨 이들...


마블에는 존재치 않는 심오함을 제시할 것이라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엑스맨, 어벤져스를 무시했던 이들...


그리고 써커 펀치로 여친과 싸우게 하고, 맨 오브 스틸로 실망을 안겨주었던 잭 스나이더 때문에...


저는 더도말고 덜도 말고, 이번 배트맨V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가, 맨 오브 스틸 수준으로 나와주기를 생각'만' 했습니다. 중요한 건 판 자체를 키우는 거지 특정 회사나 팬덤만을 밉게 보아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다잡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바로 아쿠아맨의 등장이었습니다. DC이냐 마블이냐는 이러한 고려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네이머든 아쿠아맨이든 해저왕국을 배경으로 한 히어로 영화는 이전의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을 가져올 수 있는 소재라 생각했고, 완전히 다른 경향으로 흘러갈 기반이 되어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히어로 장르의 일신을 담보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뭐...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그렇게 생각하는 바람에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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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본래


배V슈의 좋은 점 다섯가지를 꼽아볼 생각이었습니다만, 그건 나중으로 미룹니다.


그 대신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는 마사드립과, 왜 그러한 비판을 받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시간을 먼저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하게도,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비꼬아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부모가 좋은 사람이면 히어로가 되고, 부모가 나쁜 사람이면 빌런이 됩니다. 나름 현실적이기는 합니다만, 언제까지 부모탓만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알 수가 없네요. 현실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반례가 점점 이런 게으른 설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여하튼 마사 켄트는 좋은 사람이고, 본 작에서 그나마 의미가 있는 캐릭터라는 점은 부정할 순 없습니다만.





 마사드립이란?


먼저 마사드립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허탈함을 안긴 대사를 의미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테고, 그냥 관심만 가진 이들도 스쳐지나가면서나마 슬쩍 들은 대사이기도 할 겁니다. 여하튼 마사드립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극한의 대립 끝에, 슈퍼맨의 입에서 나온 마사라는 이름이, 배트맨의 어머니의 이름과 같아, 이윽고 화해에 이르게 되는 장면을 이르는 표현이죠.


맨 오브 스틸 당시엔 솔직히 배우빨로 넘어가긴 했지만,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조나단 켄트가 슈퍼맨에게 아버지로서 영향을 끼치는 건지, 도덕적인 마지노선으로 영향을 끼치는 건지, 제약으로 영향을 끼치는 건지. 슈퍼히어로의 부모의 부재는 단순히 고독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영웅으로 각성하기 위한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냥 소시민을 강조하라 했던 걸까요. ...연출이나 전개를 보면 절대로 아닌데......


하지만 이 장면으로 인해 영화의 종합적인 평가는 그야말로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중입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평가 중에 그런 게 있었죠. '희한한 사모곡'이라고. 실제로도 그러합니다.




 원작을 알아도 편들 수 없다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이 장면을 평가함에 있어 히어로 코믹스의 팬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일부에서 나온 반응 때문입니다.


그들은 "히어로 장르의 팬은 해당 장면의 무게와 의미를 이해하고 있고, 그렇기에 좋은 컷이었다"며 주장합니다만, 당장 저부터가 히어로 코믹스의 팬을 자처하고, 또한 보면서 이해했음에도 해당 장면이 좋은 씬이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적인 연출이나 묘사의 문제를 떠나, 단편적인 설정만을 고려해도 여기엔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배트맨의 트라우마는 어머니의 이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훨씬 비틀려 있고, 깊고, 복잡합니다. 그것을 피상적인 어머니의 이름으로만 표현한 것에 불만을 가질 코믹스팬들도 적잖을 겁니다. 당장 "엄마말고 아빠는?"이라는 유치한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네요. 토마스 웨인에 제프리 딘 모건을 캐스팅해놓고 그렇게 낭비하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제프리 딘 모건을 토마스 웨인으로 캐스팅한 것을 보고 부자관계를 강조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냥 그렇게 보내는 걸 보고 솔직히 경악했습니다. 혹시 플래시포인트(브루스의 아버지가 배트맨인 평행세계)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멋지고 능력있는 배우인데.


둘째 이름은 이름일 뿐입니다. 배트맨이 히어로인 이유, 그리고 배트맨이 슈퍼맨과 갈등을 빚고 해소되는 것에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요소들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이 같다는 건 이해의 계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이해의 전부는 될 수 없습니다.


셋째. 그것을 알게되는 혹은 모르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클락 켄트는 배트맨의 부모의 정보를 알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성격상 타이밍 좋게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배트맨의 어미니의 이름을 꺼낼 리가 없습니다. 브루스는 슈퍼맨의 정체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 제반 시스템이 갖춰진 상황에서 루터조차 뻔히 아는 슈퍼맨의 정체를, 세계최고의 탐정이며 슈퍼맨에 대해 경계하고 있던 배트맨이 모른다는 건 어색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 장면이 잘 뽑혔다면, 저는 긍정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영화와 만화는 다르고, 영화는 영화만의 화법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함축적인 표현은 영화를 극적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로 두 마사라는 공통점은 코믹스 팬들이 특별하게 주목하지 않았던 단순한 사실에 지나지 않았고, 콜럼부스의 달걀적인 발상을 통해 영화의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재료가 될 법 했습니다. 이게 감탄하거나 감동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별개로....


결국 영화적인 연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무엇을 상징하는가?


이게 본론이겠네요.


이 장면이 상징하는 바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마찬가지로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슈퍼맨에 대한 배트맨의 이해입니다. 이전까지 슈퍼맨은 배트맨에게 있어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고, 대항할 방법도 마땅찮은 외계인이었습니다. 그가 지금 선의로 히어로 활동을 하고 있다 할지라도 후에 어떻게 변화할 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요소였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과 같은 이름의 어머니를 갖고 있고, 자신이 어머니를 잃고 싶지 않아했던 것처럼 절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배트맨은 슈퍼맨이 자신과 다르지 않은 존재이며, 비로소 이해의 대상으로 놓게 됩니다.하게 됩니다.


이들이 협력할 거란 걸 몰랐던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과정이 중시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죠. 영화는, 아니 애초에 다른 매체도 그렇지만 건축과 같아서 기초가 튼튼하고, 찬찬히 쌓아가다 이윽고 터뜨리고 완성합니다. 배대슈는 그 부분이 부족합니다.


두번째는 배트맨의 자기부정입니다. 특별한 죄를 짓지 않은 슈퍼맨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범죄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낙인을 찍고, 죽이거나 혹은 죽도록 방조하던 배트맨은, 영화상에서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존재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마사'라는 표현은 그가 왜 슈퍼 히어로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환기가 되어 주었으며, 이제 막 슈퍼히어로로 활동하기 시작한 슈퍼히어로 슈퍼맨의 모습을 각인시킵니다. 이는 곧 슈퍼맨을 잠재적인 위협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자신과 슈퍼맨이 다르지 않으며, 현재의 자신이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그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부정에 대한 전제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의 슈퍼맨은 과거의 자신이며, 현재의 자신은 슈퍼맨의 미래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소중한 것을 지키려 하는 슈퍼맨은 히어로이며, 설사 그것을 잃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영웅일 수 있다면 슈퍼맨 역시 영웅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배트맨이 떠올린 겁니다. 결국 배트맨은 슈퍼맨을 적으로 규정했던 자신을 부정하며, 슈퍼맨과 공존할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세번째는 배트맨의 트라우마의 극복입니다. 본래 히어로의 자경활동이란 불법과 탈법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배트맨은 그것이 특히 부각되는 다크히어로에 가까운 존재여서 슈퍼맨으로부터 불신을 샀었습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되는 히어로는 결국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으며, 히어로 팀 업의 리더가 되기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하지만 본작에서 배트맨은 과거 자신이 구하지 못했던 마사를 구해내며, 트라우마를 극복합니다. 이를 통해 배트맨은 경계사이에서의 불안함을 떨치고, 초심의 배트맨을 떠나 한 사람의 온전한 히어로이자, 저스티스 리그의 리더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해당 장면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했나요? 그렇지 않았으니 이렇게 계속해서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거겠죠.




 뭐가 문제였나?


첫째 배트맨의 이해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슈퍼맨이 배트맨을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로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부분을 주로 능력적인 차이를 부각하여 전달합니다.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은 일반인의 입장에선 똑같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경단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오십보소백보가 되지 않기 위해선 단순한 능력적 차이만이 아니라 이 둘의 이념적, 행위론적, 존재론적 방식에서의 차이를 보여주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슈퍼맨은 압도적인 능력으로 배트맨에게 "이래서는 안 돼"라며 중얼거릴 뿐이고, 배트맨은 합리적인 싸우지 않아야 할 이유를 어떻게든 듣지 않으려 발버둥칩니다. 예. 전개가 작위적이고 세밀한 묘사와 연출의 전달이 엉망이라는 소리입니다.


둘째 배트맨의 자기부정에 대해서입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배트맨의 변하기 이전의 모습이 어느 정도 묘사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배트맨 본연의 모습과 그가 변화한 이유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있어야, 배트맨과 슈퍼맨의 연결고리가 '마사'말고 강화됩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다른 우연적인 요소들 가운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두 사람이 소중한 것을 지키고 또 잃은 경험을 통해 히어로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지 어머니의 이름이 같다는 사실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결국 이러한 요소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배트맨의 불살논쟁이 단순한 코믹스 팬들의 발목잡기 이상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한 배트맨은 슈퍼맨을 견제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자의 폭주를 막기 위해 제거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설득가능한 설정인가의 여부를 떠나, 이러한 배트맨의 결심에는 슈퍼맨의 불안정성이 위치해 있습니다. 언젠가 슈퍼맨이 변절하고 말 것이라는. 해석에 따라서 마사라는 약점을 노출한 슈퍼맨은, 그를 반드시 죽이고자 하는 배트맨에게 있어, 더욱 쉽게 변절하고 나약해질 존재에 해당합니다. 이 자기부정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으니, 철저하게 이야기의 진행만을 따라가던 관객이 "아니, 불안해서 죽이겠다더니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데 왜 살려두는 거야! 말이 안되잖아!"라고 의견을 표하는 겁니다. 즉, 이야기 자체적으로도 기존의 관념에 기댄 채 전개하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배트맨의 트라우마의 극복입니다. 이 또한 어린 아이의 무력감, 히어로 활동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트라우마, 그것을 자극했던 슈퍼맨 등에 대한 입체적인 입장과 시선이 종합적으로 전달되었을 때 의미를 가집니다. 과연 이 장면을 통해 배트맨이 앞으로 저스티스 리그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할까요? 배트맨이 다가올 위기 앞에 히어로들을 결성하려 하는지 이 장면이 설득할 수 있을까요?


흔히 로이스 레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슈퍼맨 영화 완성도가 결판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농담이 아닙니다. 그녀야 말로 변화한 시대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요소이며, 슈퍼맨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이자, 주체적인 인간을 상징합니다. 그만큼 트러블 메이커로 많이 쓰인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일도 잦습니다. 동시에 그녀는 일반인이 슈퍼 히어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라는 균형을 잡아주는 요소기도 합니다만 이번 영화에선...


이야기적으로도 문제입니다.


이 장면은 기막힌 우연의 연속의 산물입니다. 우연히 미국이라는 지역에, 그것도 메트로폴리스와 고담이라는 인접지역에서 우연히 거주하고 있는데, 우연히 비범한 출생과 뛰어난 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 우연히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을 계기로, 우연히 히어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 두 사람이 때마침 우연히 마사라는 이름의 가진 어머니를 두고 있고, 때마침 불거진 갈등에서 우연히 마사라는 이름을 화두에 올리게 되는데, 때마침 우연히 도착하게 된 로이스 레인이 마사가 누군지 설명해주고, 우연히 배트맨의 회상이 시작되어 그 장면의 의미를 설명해줍니다.


...우연은 때론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는 불확정의 요소로 작용합니다만, 지나친 우연의 연속은 이야기의 진행에 맥을 빼고, 완성도를 저하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 '막장드라마란 지나친 우연의 연속에 이야기의 진행을 맡긴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는데, 깨놓고 말해 이번 영화가 그 짝입니다.


이 영화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이하와 같습니다. 뻔하게 기대는 클리셰가, 관객들이 떠올리는 합리적인 의문을 해소시켜주지 못한 채, 진행을 위한 진행에 캐릭터의 멱살을 잡고 이끌며, 억지식으로 전개되어 당위성을 붕괴시키며, 뻔히 드러나는 모순을 관객이 억지로 납득하고 지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연출의 총체적인 실패이고, 더 나아가 어떤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모든 걸 납득하고 넘어가라는 진저리나는 게으름의 발로인 셈입니다.




 마무리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다음 시간에는 BvS의 좋은 점 다섯가지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설마 그 사이에 또 이런 내용의 비판글을 쓰진 않겠죠...


혹자는 알프레드는 정말 좋았다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맞다고 긍정하기엔... 말 그대로 모르겠습니다. 뭐 영화 자체적인 기준 하에 상대적인 기준으로 따지자면 그런 평가를 내릴 수도 있겠다... 뭐 그런 생각도 듭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알프레드에 대한 내용은 좋았던 것 5가지에선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정말 미스테리 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가 셋 이상 모이면, 기본적으로 그 영화는 최소한의 완성도를 만족한다는 저만의 영화 선정 기준이 있는데, 거기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셋 이상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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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왜


33가지냐고 묻거든 끼워맞췄기 때문이라 답하지요. 33이라는 숫자를 의미없이 꼽은 만큼 억지로 끼워맞추는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문제에 대한 지적 그 자체는 틀림없이 공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드는 생각으론 100가지 이유로 설정하고픈 생각도 있는데, 그러면 너무 귀찮아 질까봐서....


여하튼 시작합니다. 편의상 이하에선 평어체로 배v슈의 33가지 문제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당연하지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른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면 렉스가 이렇진 않았을거란 비판은 핀트가 엇나갔다고 봅니다. 캐릭터구성이 어떻건 결국 이야기에 어떻게 접합되느냐의 문제인데, 애초에 이 부분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그 문제를 배우에게 미룬다는 건 비겁한 거죠.









1. 두 영웅이 싸우는 이유

배트맨은 인간이고 슈퍼맨은 외계인이다. 배트맨은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지만 슈퍼맨은 얻어맞는 것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배트맨은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슈퍼맨은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다. 배트맨은 오랜 시간 히어로로 활동하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슈퍼맨은 히어로로 활동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이처럼 양자는 서로 다른 존재로서 대립할 소재가 넘쳐난다. 배트맨은 인간 특유의 연약함으로 인한 세상의 모순-사법거래, 함정수사, 거악을 막기위한 소악의 방치-을 보이스카우트 슈퍼맨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있고, 슈퍼맨은 그릇된 길-마스크 자경단 활동-을 걸어가는 배트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양자는 서로를 즉각 제거해야 하는 대상으로까진 보고 있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젠가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존재일 거란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요소를 설득력있게 전달하지 못한다.


2. 두 히어로의 싸움의 계기

단순히 설정을 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슈퍼맨이야 어쨌건 배트맨은 탈법적인 행위를 통해 자경활동을 벌이던 이다. 그런 그가 일각에선 신으로까지 불리는 슈퍼맨을 적으로 규정하고 물리칠 결심을 하는 것은, 그 이상의 계기를 필요로 한다. 단순히 슈퍼맨이 휘말린 테러따위로는 부족하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슈퍼맨이 배트맨과 싸워야 하는 이유를 설정하지 못했다. 결국 인질로 잡힌 가족이라는 진부한 클리셰를 내세우는데, 이는 이하의 오락가락하는 슈퍼맨의 능력 항목에서 다룰 내용을 배제하고서라도 상당히 진부하고 게으른 설정이며, 대결상대인 배트맨이 '영웅'인 한 언제든지 갈등을 해소할 만능키가 되어 버린다. 즉, 의미도 없고, 의지도 없다.


3. 배경설명 - 변화한 세계에 대한 묘사 부족

슈퍼맨의 등장은 많은 걸 바꿀 수밖에 없다. 종교, 문화, 시스템, 정의의 관념 등등등. 그러나 본작은 이러한 변화의 요소를 일부 특정한 성향을 가진 캐릭터들의 잠깐 동안의 토론과 청문회만으로 퉁치고 넘어간다. 이전의 영화가 슈퍼맨의 관점에서 전개되었기에, 어째서 인간들이 슈퍼맨을 맹신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세계관의 설정이 필요했는데, 단순한 몇몇 심볼의 삽입으로는 부족하다. 그로 인한 인간 세계에서의 피해등을 충실하게 묘사했어야 했다. 그리고 왜 슈퍼맨의 희생이 이러한 불만을 반전시켰는지에 대한 묘사도 필요하다. 국장이라니...


4. 객체로서의 슈퍼맨을 바라보는 배트맨의 묘사부족

배트맨과 슈퍼맨의 입장차이는 초인과 범인의 그것 이상이다. 슈퍼맨은 떼어놓고, 이야기의 진행자이자 도전자로서 배트맨을 충실하게 묘사했어야 한다. 그래야 후반의 부실한 액션씬에 대한 커버도 가능하고, 슈퍼맨이 인간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5. 미움받는 슈퍼맨의 묘사부족

살인에는 작위에 의한 살인이 있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있다. 전자는 비교적 넓게 정의되지만, 후자는 비교적 좁게 정의된다. 슈퍼맨은 강한만큼 더 큰 책임의 범위가 있다. 자연스레 슈퍼맨에겐 일반인과는 다른 차원의 잣대가 적용된다. 본작에서 대중은 슈퍼맨이 휘말린 사고마저 슈퍼맨을 탓한다. 이것은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일이지만 감정적으로는 가능한 묘사다. 그는 다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묘사가 턱없이 부족했다. 슈퍼맨을 추종하거나 믿는 이들이 슈퍼맨을 노린 사고에 희생되거나 하는 식으로 슈퍼맨이 왜 대중에게 미움받는지 더 충실하게 묘사했어야 한다.


6. 위험으로서의 슈퍼맨의 묘사부족

조드 혹은 둠스데이에 대한 활용성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슈퍼맨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를 이용했어도 가능했다. 작중 슈퍼맨이 했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억지식 의혹이나, 배트맨의 꿈만으로는 부족하다.


7. 원작과 다른 배트맨에 대한 부족한 정보

배트맨은 이 영화를 통해 본편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캐릭터는 다루기 애매하다. 하지만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본작은 영화내에서 제시된 것만으로 따라가기엔 모든 게 너무 부실하다. 당연하지만 모든 만화 기반 영화가 만화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인기를 끈 설정은 그 캐릭터의 정체성 그 자체를 대표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작의 배트맨은 맨오브스틸의 슈퍼맨과 입장차이가 있다. 전작의 슈퍼맨이 만화와 다른 묘사를 하였음에도 어느 정도 허용되었던 것은 '이제 막 시작한 애송이 영웅'이라는 설정 때문이었다. 즉, 앞으로 변해갈것이라는 사실이 전제된 평가였다. 하지만 이번작의 배트맨은 세상사에 닳고 닳은 존재다. 이미 변화를 마쳤고, 어째서 원작과 차이가 나는 묘사를 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의 전달이 이야기와 합치되어야 한다. 본작에서 부각된 배트맨의 연출은 슈퍼맨에 대해 가지는 불안감+어린시절의 트라우마 뿐이다.


8. 예언자가 되어버린 배트맨

창작물에서 꿈은 대상의 정제되지 않은 심리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복선으로도 자주 활용되는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꿈은 결코 행동에 옮기는 적극적인 발단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배트맨은 몇번이나 슈퍼맨과 관련한 꿈을 꾸며 앞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대로 행동한다. 배트맨이 결심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배트맨이 그렇게 행동해야 하기에(슈퍼맨과 싸우야 하니까) 그 자신의 캐릭터 변화 등과 무관하게 이야기를 따라간다. 설득력있는 캐릭터로 묘사하지도 못했고, 그들의 싸움이 필연적이지도 않았으며, 어처구니없이 해소되어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 무성의의 극치.


9. 대화하지 않는 두 영웅

여기서의 대화란 단순히 말을 주고 받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의 의사를 교환함을 뜻한다. 이 두 사람이 싸워야 한다는 전개가 설정된 덕에, 작위적인 몇 번의 문답 이후 격돌한다. 이 사이엔 어떠한 이념적 대립이나 필연적인 갈등의 씨앗은 존재치 않는다. 이러한 와중에 공통의 적이 나타난다면? 당연하게도 두시간 내내 쌓아온 두 사람의 작위적인 갈등은 금세 해소되어 버린다. 애초에 말 한 두마디 제대로 나누어 보았으면 애초에 이 대결이 제대로 성립이나 가능했을까? 마사가 바로 팬들이 수십년간 영화에서 보고팠던 두 영웅의 대결의 결말이다.


10. 배트맨의 트라우마는 어머니의 이름만이 아니다

전작이 슈퍼맨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을까. 이번에는 두 사람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된다. 문제는 이 어머니라는 존재가 갈등해소의 시발점이자 전부라는 사실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지는 감정은 복합적인 반면, 두 사람이 싸우는 이유는 너무나 단촐하다. 영웅 배트맨 앞에 빈사가 된 슈퍼맨이 "사람들을 구해야 해" 내지 "어머니를 구해야 해"라고 말해도 이야기는 무리 없이 진행되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같은 트라우마를 공유하는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의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흘러갔어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마사라는 피상적인 표현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지 않아도 빈약한 이러한 구성은 단순히 이름이 같다는 우연 때문에 더욱 부각되어 버린다. 배트맨이 가진 트라우마, 그리고 박쥐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어머니의 이름이 마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본작에서 마사는 배트맨이 슈퍼맨을 이해하는 상징적인 대사이다. 그러나 배트맨의 트라우마는 영화내에서 표현된 것만으로도 그보다 깊고 곪아 있으며 비틀려 있다. 그 모든 걸 우연성에 기댄 대사 하나로 해결하고 해소하는 건 무성의하고 게으른 행위다. 오죽하면 수어사이드스쿼드의 죄수들이 살인행위를 하는 배트맨에게서 무사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어머니의 이름이 마사이기 때문이라는 농담까지 나오겠는가.


11. 배트맨 앞에서 자기 어머니를 마사라 부르는 슈퍼맨

이전에 클락이 어머니를 마사라 부르는 장면이 있었다면 훨씬 나아졌겠지만, 그냥 mother라 부르는 장면을 잘라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그 이전에 자신을 죽이려 하는 상대 앞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마사라 부르는 장면이, mother라고 부르는 장면보다 훨씬 어색하다. 그 장면이 자연스럽기 위해선 의사전달이 아닌 혼잣말+평소에 어머니를 마사라 부르고+그 장면을 때마침 나타난 로이스 레인이 해석해주지 않았어야 했다. 게으른 작가의 대표적인 성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연성에 기댄 내용의 진전이다.


12. 슈퍼맨이 배트맨을 신뢰하게 된 이유

클락이 배트맨에 대해 조사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배트맨의 어머니가 마사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그에게 어필하여 자신에 대한 공격을 거두게 한다는 전개에 대한 근거로 쓰이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슈퍼맨은 꾸밈없는 캐릭터이고, 저런 약삭빠른 태도 이후 두 영웅이 진정한 교류를 보인다는 걸 관객들이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3. 뜬금없는 크립토나이트의 등장과 활용

본작에서의 크립토나이트는 단순히 슈퍼맨의 약점이라는 묘사가 아니라, 테라포밍 시스템에 이용되었던 크립톤의 환경 그 자체로 보인다. 자연스레 이 물질 앞에서 슈퍼맨은 평범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추측이 가능한 것이야 그에 대한 배경설정을 알고 있는 관객이나 그렇지, 작중 인물들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유일한 크립토니언인 슈퍼맨조차 그 이유를 모르는데 루터 등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배트맨이 캐치하고 가로채고 실전에서 활용하고, 로이스가 줍고 버렸다 다시 주우려 한다? 거기다 곁에만 있어도 괴로워하던 슈퍼맨이 그걸 들고 돌격한다? 배경설정에 대한 세심함과 일관성이 너무 부족하다.


14. 멍청한 크립톤행성의 보안체제

하다못해 21세기 초의 지구의 휴대전화도 지문과 성문 이상의 보안유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크립톤에서도 첨단 테크닉이라 할 수 있는 테라포밍이 가능한 우주선을 단순히 지문 하나만으로 기밀정보까지 열람가능하다. 그것도 영어로. 너무나 설득력있어서 할 말을 잃었다.


15. 귀신보는 슈퍼맨

슈퍼맨에게 아버지는 상징적인 존재다. 애초에 슈퍼맨 자체가 여러 시리즈에서 예수를 떠올리게 하는 비유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렇다면 그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신학적인 물음을 떠나, 조나단 켄트는 아버지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상징이 된다. 그러나 꿈+회상씬이 너무 잦은 빈도라는 걸 제작자들도 알고 있으니, 이번에는 한 낮에 헛 것을 보게 만들었다. 사실상의 무의식의 발로를 마치 다양성의 존중이라도 된 냥 묘사한다.


16. 오락가락하는 슈퍼맨의 능력

연인이 위기에 빠지는 건 몇 초만에 잡아내면서, 어머니가 위험에 빠지는 건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지미 올슨은 총맞아 죽었는데, 로이스는 때마침 구출한다고? 불효자니 스토커니 하는 이야기가 단순히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품 속의 인질에게 손가락을 당기기도 전에 날려버리고 신경쓰지 않아도 타인의 통신기 내용을 똑독히 알아드는 초월적인 인지능력의 소유자이면서도, 자기가 당해야 할 땐 정확히 당해주는 매너를 갖추고 있다. 


17. 배트맨과 슈퍼맨의 단조로운 액션 구성

이해한다. 슈퍼맨은 너무 강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묘사되는 액션 구성 이하의 박력일 거라곤 예상 못했다. 같은 무기에 몇 번이나 당하는 멍청한 슈퍼맨이나, 그 재빠른 슈퍼맨과 대적해야 하는 배트맨이 그토록 둔중한 슈트를 입고 나설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18. 배트맨의 파워슈트

아이언맨 짝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의 파워슈트가 옹호받을 수 있었던 것은 원작에 나온 요소기도 했거니와, 그렇지 않았다면 슈퍼맨과 대결한다는 전제가 성립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둔중하고 어색한 움직임은 슈트를 입지 않은 배트맨의 깔끔한 액션과 비교되며 더욱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19. 멍청한 배트맨

슈퍼맨의 상대적 멍청함은 자주 부각되어온 연출이다. 애초에 세계에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수단이 손꼽히는데 굳이 머리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배트맨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탐정이자 부자이기도 하다. 이야기 내에서 더 주체적인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가 슈퍼맨을 해쳐야 할 것이라 결심하는 과정도, 용납하는 과정도, 공략하는 과정도 몽땅 렉스 루터가 짜놓은 틀을 따라갔다. 그 자신이 렉스 루터를 의심하고 있었음에도. 일각에선 뱃신이라고 불릴 정도의 배트맨이 단순히 인간 상대로 힘자랑하는 것으로 격하되었는데, 과연 이번 배트맨이 역대 최고의 배트맨이라 불릴 자격이 있을까?


20. 게으른 팬서비스

마니아들은 열광한다, 단편적인 요소들이 본편에 삽입된 정도만으로도.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당연하지만 이야기에 적절하게 녹아들었을 때, 그 흥미가 커진다. 이번 영화처럼 게으르게 보너스샷을 삽입한 경우는 처음봤다. 이야기 진행을 1분 남짓의 쿠키샷으로 때워버리는 마블이 더 성의있다 느껴질 정도로...


21. 잘못 쓰인 로이스 레인

로이스 레인은 굉장히 중요한 캐릭터이다. 흔히 잡혀 가서 슈퍼맨이 힘자랑할 기회나 주는 구시대적인 여자 캐릭터 정도로 묘사되어 왔지만, 로이스 레인은 슈퍼맨이 인간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 그 자체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기자라는 지위를 살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진취적인 여성이기도 하다. 그녀가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단순히 그녀가 슈퍼맨을 믿고 날뛰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의 삶과 세상의 변화에 열정적이라는 소리다. 그녀의 이러한 행보를 어떻게 설득력있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그녀의 성향이 갈려버리는데, 이번 영화는 설득력있는 로이스 레인의 묘사에 실패했다. 그녀는 구조상 루터와 대비되는 방식으로 다뤄졌어야 했고, 여기저기 오가면서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행하는 주체적인 존재여야 했다. 비단 로이스 레인만이 아니라, 잭 스나이더 영화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 태반이 저러한 문제를 앓고 있다. 대체 그는 언제쯤 되어서야 구조를 통한 의미있는 여성캐릭터의 활용을 해낼까?


23. 오남용된 렉스 루터

사실상 본작의 메인 악당인데, 되짚어보면 얘가 없어도 내용 진행에는 무리가 없다. 이는 치명적이다. 외부로의 위협을 눈치채고, 그가 짜놓은 판에 따라 세계 최고의 탐정과 세계 최강의 남자가 치고받는다. 사실상 내용의 대전제를 제시하는 존재임에도, 얘가 없어도 됐다 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렉스가 제시하는 이유들은 설득력이 부족했고, 그 전개과정이 억지스럽다.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것이다. 그는 머리로는 배트맨에 지지 않고,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외적인 권력이 슈퍼맨에 지지않는다는 사실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으로 구사되었는가? 로이스 레인이 슈퍼맨이 바라본 인간의 긍정적인 면이라면, 렉스 루터는 슈퍼맨이 바라본 인간의 부정적인 면이다. 결국 슈퍼맨은 인간의 긍정적인 면을 선택하고, 배트맨 또한 렉스의 길이 아닌 로이스의 길을 걷는 것을 통해 공존이 가능한 존재로 거듭난다. 하지만 렉스가 애매한 포지션이다보니 배트맨도 붕 떠버리고, 로이스도 애매해져 버린다.


24. 렉스 루터 그 자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얘가 배트맨 아치 에너미인지 슈퍼맨 아치 에너미인지 구분이 안간다. 좀 더 나아가면 얘가 조커인지 루터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설사 "제시가 연기한 루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루터의 아들이며, 우리가 아는 루터는 이후 나온다"라는 억지를 부려봐도, 이번 렉스 루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제시 아이젠버그라는 배우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평을 내리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의 구조적인 문제에 더해, 활용성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소리다. 


25. 렉스 루터가 배트맨을 노리는 이유

애초에 그가 슈퍼맨을 미워해야 하는 설득력있는 이유도 제시되지 못했고, 배트맨을 부정해야 하는 필연성도 없다. 동시에 그가 능력자들의 정보를 모으고 그들의 심볼을 제작할 이유 역시 존재치 않는다.


26. 렉스 루터와 둠스데이

렉스와 이성이 없는 괴물의 조합은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렉스가 수치화할 수 없는 권력과 지력으로 상징화된 존재일 때 의미가 있는 조합이지, 본편은 그러하지 못하다. 렉스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으니 둠스데이를 깨운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자기가 만든 괴물에게 죽을 뻔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져도 캐릭터와 이야기에 대한 어처구니 없음만 드러날뿐 위기감은 고조되지 않는다.


27. 애매하게 본편에 삽입된 원더우먼

그녀가 렉스를 노리는 이유 등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상태에서의 드라마는 사실상 없어도 무방하다. 차라리 이럴 바엔 둠스데이의 위협 이후 그냥 뜬금없이 등장하는 게 백 번 나았다. 어디 히어로 영화의 속편에서따나 "넌 보지 못했지만 다른 어딘가에서 활약하고 있었다"로 퉁쳤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배가 많으면 사공으로 간다는 말이 가장 잘 적용되는 사례가 바로 영화다.


28. 너무 많은 걸 보여준 트레일러=뻔한 이야기

트레일러를 본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설마 다른 사람이 이간질해서 슈퍼맨과 배트맨이 서로에게 불만을 가지고, 인질을 잡혀서 어쩔 수 없이 싸우다, 공통의 적이 나타나서 함께 싸운다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라고. 하지만 막판의 충격적인 반전 하나를 제하면 그 사실 그대로 진행되어 관객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어차피 저스티스 리그인 한 슈퍼맨과 배트맨이 협력할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그만큼 과정이 중요한데 도외시했다는 인상을 준다. 아무리 앞으로 전개될 DC세계관이 거대할지언정 최소한 한편의 영화의 완결성과 작품성을 위한 세세함은 신경써야 하지 않나?


29. 마블에 대한 지나친 의식

마블이 성공가도를 달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가운데 토르나 아이언맨2처럼 좋지 못한 평을 들은 작품도 존재했다. 그들의 선택이 결국 옳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어벤져스의 성공 이후인데, 어벤져스의 성공 요인을 차용하는 것도 결코 나쁘진 않은 선택이었다. 확장세계관의 구축을 미룰 수 없었다는 점은 감안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본편의 이질적 요소를 쿠키샷으로 미룬다거나 하는 선택정도는 했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30. 마른 원더우먼

갤 가돗이 얼마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가, 그리고 액션을 잘 소화했는가와는 별개다. 원더우먼은 여전사다. 시선에 따라선 배트맨은 커녕 슈퍼맨도 한 수 물러줘야 하는 무투파인데, 지나 카라노나 론다 로우지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건강미 넘치는 배우가 담당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갤 가돗은 완전히 비쩍 마른 모델형 체형인데 이것이 과연 사전상의 건강미에 얼마나 합치하는가? 몸매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게 아니라, 설득력이 없다는 것. 하다못해 맨오브스틸의 파오라 정도만 되어도 이런 생각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모델의 마른 체형의 미는 사실 세계적으로도 비판받는 것 아니었나?


31. 어푸어푸하는 아쿠아맨

아쿠아맨은 물 속에선 슈퍼맨보다 빠르고, 물 밖에서도 슈퍼맨과 대등하게 승부를 겨룰 정도의 존재다. 그런 아쿠아맨이 물속에서 물의 저항을 받으며 느릿느릿 움직이며 숨을 참는 듯한 묘사가 나오는데 과연 이 아쿠아맨이 지구의 2/3에 해당하는 바다 세계를 지배하는 강자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 


32. 슈퍼맨의 죽음

당연하지만, 슈퍼맨의 죽음이 그토록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그가 슈퍼히어로 그 자체이자 상징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상의 슈퍼맨은 아직도 어설픈 영웅, 망설임 가득한 존재에 불과하다. 시기상으로도 맨오브스틸로부터 3년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가 세계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영화상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국장에 치룬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동시에, 슈퍼맨과 관련한 주요 캐릭터들이 몰살당한 것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33. 플래시

사실상 앞으로 DC유니버스가 나아가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떡밥. 여타의 메타 휴먼이 뭉텅이로 썰려 나오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씬을 할당받았고 그나마 본편에 합치되어 묘사된다. 하지만 이 어정쩡함이 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마블이 쿠키샷으로 속편에 대한 요소를 집어넣는 건, 단순히 본편에 대한 합치를 떠나 궁금증을 최대화시키기 위한 전략때문이기도 하다. 이 씬은 쿠키샷으로 미뤘어야 했다.


재수없으면 아직 기획도 되지 않은 마블의 네이머가 DC의 아쿠아맨 단독 영화보다 먼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지적하고픈 것들이 더 있었는데, 생략합니다. 여하튼 위에서 지적된 내용들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하와 같습니다. "다음 영화에서 다룰 소재들을 해석할 여지 없이 일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때려 넣어버린데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게 세세한 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음 시간엔 반대로 좋았던 점 5가지를 꼽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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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