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18.09.22 20:59

첫번째. 캐스팅


브리 라슨의 캐스팅으로 국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다. 사실 외국 커뮤니티에서도 그렇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딱히 외국 커뮤니티를 방문할 때마다 다른 주제로 불타고 있어서 확인을 못했다. 그런가... 하면서 넘어가는 수준이긴 한데. 진짜로 그런가?


사실 이렇게 내가 반응할 정도로 지금의 캐스팅 논란은 타이밍이 너무 늦어도 많이 늦은 감이 있다.


그간 마블 히어로 영화는 특히 1세대에서 주목할 만한 캐스팅으로 이름높았다.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도 그렇고, 토르의 크리스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아이언맨의 로버트도 그렇고. 그러다 2, 3세대로 접어들며 이른 바 성공적인 발굴이라는 이야기까지 듣기 시작했다. 가오갤의 크리스도 그렇고, 스파이더맨의 톰홀랜드도 그렇고. 그리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선 기존 배우의 이미지도 적극적으로 차용하기 시작했다. 채드윅이라던가, 베네딕트라던가, 폴 러드라던가.


그러나 과연 이 캐스팅의 성공이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되었던 건가하면 절대로 아니다. 이들의 캐스팅의 성공 여부를 가른 것은 결국 영화의 완성도+배우의 연기+세계관에 녹아들도록 하는 마블의 감독 하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시리즈가 열개가 넘는데, 주제와 결말은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심지어 비슷한 콘셉트를 주고받으며 성장해온 경쟁사도 눈을 부라리고 있다. 태생이 태생이니만큼 설정상 진부한 부분도 적절히 각색해내야하는데, 그조차 일정부분 정해진 공식이 있다. 콘셉트를 형성하고, 특정한 주제를 소화해내야 하는 창작자들의 입장에선, 이러한 다양성을 가장 손쉽게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캐스팅- 즉, 배우의 이미지가 될 수밖에 없다. 주요 캐릭터의 숫자와 콘셉트의 분화를 염두에 두면서, 캐스팅도 자연스레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다양한 시대와 배경을 염두에 두고 등장했던 캐릭터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캐릭터성을 추구하는데- 이게 만화에선 90년대 00년대 많이 등장했던 히어로들이다. 톰보이를 넘어 일종의 여장부형 캐릭터로 디자인되고 소화된 캐릭터들도 이 시기 많이 나왔다.


그러한 측면에서 브리 라슨의 캡틴 마블 캐스팅은 그렇게까지 이상한 결정은 아니다. 연기되고, 마블이 추구하는 히어로 상에 대한 이미지와 비주얼을 갖고 있고,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도 있고.


지금까지 기본은 해준 마블이 영화만 적절하게 뽑아준다면, 결국 그녀의 이미지는 이전의 톰 크루즈나 잭슨처럼 코믹스나 미디어에 새로운 정형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미디어라는 게 그런거니까. 애초에 마블이 자기네 상호까지 건 콘텐츠를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토록 무력하게 망가지도록 둘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난 앞서의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한다. 


그 때마다 나는 "브리 라슨이나 좋아하는 놈(엥?)" 내지 "코믹스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지적 허영심에나 가득 찬 놈(이건 좀 이해가 가네)" 내지 "지가 하는 말이 뭔지도 모르는 놈(사돈남말 하시네요)" 소리를 듣곤한다. 나를 그런 놈(?)으로 만들지 않으면 내가 하는 말엔 반박도 못하나.



솔직히 이미 너무 먼 길을 걸어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기에 캡틴 마블이 잘 뽑히건 뽑히지 않건 아무래도 괜찮다 파에 가까운 나다. 캡틴 마블 망한다고? 다음에 비중을 줄이도록 수정하면 되니까. (물론 지금의 마블은 캡틴 마블을 디씨의 슈퍼맨처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잘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이게 마블 시네마틱의 무시무시함이라고 본다.


하지만 아직 개봉되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배우의 이미지나 비주얼만을 두고 영화를 논하는 저런 사람들이, 나를 소위 말하는 '알못'으로만 취급할 땐 솔직히 좀 짜증난다. 웃고 넘기는 것도 한 두번이지 대체 나보고 뭐 어쩌라고. 브리 라슨 못생겼고, 연기도 못할 거고 영화는 망할거라고 이야기해야 하나? 가끔 난 저들이 영화나 만화를 좋아해서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확신을 갖곤 한다.


사실 브리 라슨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는데 예전 조스 웨던때처럼 나를 빠로 만들어버리는 이들의 행보를 보면 참으로 당혹스럽다. 대체 지들이 뭔데 날 규정하고 제 멋대로 해석해서 날 까대는 건지. (솔직히 브리 라슨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다인데, 조스 웨던은 진짜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데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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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언젠가 메리제인에 셰일린 우들리가 캐스팅된 것을 두고 미스캐스팅이라고 논했던 기억이 난다. 이 땐 "좋은 배우인데- 이미 전편이 나와 영화의 분위기가 정해진 상황 속에서, 저러한 이미지의 배우가 어떠한 방식으로 소화될지 모르겠다"는 식의 우려였다. 실제로 그녀는 통편집되어 버렸고. 흥미롭게도, 메리 제인에 젠다야가 캐스팅되면서(이건 논란이 너무 커져서 한 발 뺀 상태.... 처럼 보이기도 한데 내가 봤을 땐 밀고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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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솔직히 갤 가돗 원더우먼이 지나 카라노 원더우먼 캐스팅보다 비주얼적으로 우위라고 그 누가 말할 텐가. (물론 이건 연기를 떠나서 하는 이야기다. ...사실 갤 가돗 연기도 딱히-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게 좋겠지...) 이왕이면 린다 카터하곤 다른 원더우먼상을 보고 싶진 않은가? (문득 기억난다. 지금 일부 팬보이들이 캡틴 마블에 대해 요구하는 캐스팅은 대놓고 70년대 헤로인 상이라고 했더니, 너만 잘났고 자기는 무슨 시대에 뒤쳐진 사람 취급하냐는 식으로 반응하던데 참 기가 찼다. 아니, 실제로 캐릭터의 성격에 70년대 상이 녹아있는 건 둘째치고, 내겐 아직 린다 카터의 원더우먼이 현역이자 진행형인데, 제 멋대로 70년대에 대한 이미지-낡았다 내지 구리다-를 정해서 나를 공격한다.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영화 개봉 전에 캐스팅의 성공 여부를 논하는 것만큼 의미가 없는 일이 있을까 싶다. 최고의 배트맨이니 어쩌니 이야기가 나왔던 벤의 배트맨이 지금 가지는 이미지가 과연 베일이나 키튼의 그것을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 잘난 비주얼이나 액션씬 말고 말이다. 그들은 언제나 히어로 영화가 단순한 볼거리나 즐길거리를 넘어선 무언가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이상의 다른 요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 눈을 세모꼴로 치켜세운다.


애초 영화 속 배우의 캐릭터 연기는 결코 비주얼로 시작되어 비주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최악의 캐스팅이니 어쩌니 하는 조지 클루니의 배트맨도 막상 영화가 성공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당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지 않았을까? 그 어디에도 그가 주연한 배트맨 무비를 즐긴 사람은 없다고 누가 단언할 텐가? 비주얼이 엉망이라며 까였던 엑스맨의 퀵실버는 영화 개봉 직후 다른 시간의 흐름에 몸담고 있기에 그러한 비주얼을 취하게 되었다는 재평가까지 받았다. 웃긴 철학적 담론같은데, 애초에 비주얼은 영화의 완성도에 따라 호오가 갈리기 마련이다.


애초 각색이라는 단계를 거치는 영화니까 본인이 갖고 있던 사전의 이미지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건데 말이다.


솔직히 촬영 종료된 시점에 이런 반응에 대해선 한 줄로 줄일 수밖에 없다.


ㅋ. 알 게 뭐야.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완성도 있게 잘 만들어져 앞으로의 시리즈가 무리 없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대로라면 저러한 식의 캐스팅을 앞으로 모든 장르가 지양하도록 영화가 처참하게 망해야 하겠지.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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