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94년 개봉작 수퍼차일드


오늘 리뷰를 남겨볼 애니메이션은 94년 극장가에 화제를 일으키며 개봉되었던 수퍼차일드입니다. 잊지 말자고요. 슈퍼가 아니고 수퍼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제 평가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다지 훌륭한 만화로 보기는 힘듭니다. 현대의 시선만이 아니라 당시에도 이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상 당시 사람들은 이미 지브리 스튜디오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나, 드래곤볼, 디즈니의 인어공주와 라이온킹 등을 보아 이미 눈이 높아진 상황이었거든요. 제가 보는 소년신문에도 광고가 실릴 정도로 많은 홍보를 했습니다만 결과 역시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 다음해부터 TV에 방영을 시작했고, 비디오로 풀린 건 그보다도 더 이른 시기였거든요.


사실 당시는 쥬라기 공원이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처럼 각종 애니메이션 시장이 엄청난 자본을 끌어들인다는 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확인하고, 지원했던 시기였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애니메이터들이 해당 애니메이션의 하청을 담당하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몇편의 영화 개봉을 통해 드러난 것은 하청과 애니메이션 제작과 연출은 명백히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던 셈이죠.




1. 전반적인 스토리


  근미래. 각종 첨단과학과 초능력을 앞세워 악당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혼란스러운 시대.
 우리의 주인공 꼭다리와 그 친구들은 의뢰를 통해 악당들을 물리치는 탐정사무소를 차려
 근무하고 있다. 그러던 중 우주 전체를 대상으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주도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를 처치하려 우주로 나서게 되는데...


...와 같은 전형적인 권선징악 스토리로, 이야기의 발단은 이러한 꼭다리 탐정사무소 친구들을 주은주 기자가 찾아가면서 시작됩니다. 이야기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야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등장하는 악역도 둘 뿐이죠. 하지만 악역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고, 각자의 개성도 약하다는 것이 흠입니다.


 경찰은 어디서 뭘하는지 일개 탐정이 자경단 활동으로 돈을 벌고 있다.

 더군다나 덩덩이와 털털대사를 제외하곤 모두 외계인이라는 점도 특이.

 은혼 세계관처럼 이 세계 역시 외계인들에 의해 사회가 굴러가고 있단 말인가.




2. 액션장르인데 영~


솔직히 말하자면 박력있고 시원한 액션은 아닙니다. 흔히 떠올리는 70, 80년대 초반 일본의 TV애니메이션이 정도랄까요?  예를 들면, "이얍~"하면서 인물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옷의 펄럭임이나 작은 진동같은 미세한 변화는 있지만 전체적인 포즈의 변화는 없어요. 그리고 그 인물 주변에 움직임 효과가 추가됩니다. 움직임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보단 주변의 효과로 표현하는 전형적인 예산 아끼기 방식이 사실상 수퍼차일드의 액션의 대부분이죠.



 

 나를 충격과 공포로 빠뜨렸던 변신장면. 보통 전체적으로 변화하지 않나? 이렇게 대놓고 순차적으로...

 실제로 당시 관객들은 이미 쥬라기공원등을 통해 CG에 익숙해지고 당연시 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우뢰매시절 테크닉이 등장할 거라고는...



물론 당시 드래곤볼의 기모으기나 세인트세이야의 필살기 위주의 연출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쪽은 TV애니메이션이었고 이쪽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이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또 다시 기술력의 차이로 귀결되네요.


더욱이 이러한 긴박한 느낌을 살려주는 것이 작중 OST임을 생각해보면 답은 보다 명확해 집니다. 내용 전개상 자주 마가 뜨는 것도요. 예. 그렇습니다. 배경음악이 사실상 거의 삽입되지 않았거든요. 휑~한 수준입니다.




3. 표절과 오마주 그 사이.


일단 비디오 소개글부터 드래곤볼의 흥분이 다시 시작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림체가 전반적으로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 풍이고, 주인공 꼭다리의 거대화에서는 빼도박도 못할 손오공이 보입니다. 아래는 간단한 정리.



  손오공 특유의 거북선류 도복부터, 가슴의 마크. 심지어 치솟는 머리나 온몸에서 방출되는 오라,

  장풍까지 사용한다. 심지어 손오공은 계왕권 등을 사용하면서 붉은 머리로 묘사된 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그가 사용하는 지팡이는 여의봉처럼 크기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마법의 지팡이. (...)

  사실 토리야마 아키라 자체가 여자그림을 그렇게 훌륭히 변별력있게 그리는 편이 아니다.

  닥터 슬럼프에서는 해당 소재를 가지고 농담을 하기도 했을 정도. 하필이면 또 그런 사람의 그림체로

  여성 캐릭터를 그리다니...

  사마치의 경우는 조금 애매하다. 얼마든지 다른 캐릭터로 볼 수 있기 때문인데,

  꼭다리=손오공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경우, 초록색 피부에 머리에 더듬이가 달린 외계인=피콜로로 볼

  수 여지 역시 충분하기에...

 작중 우주비행선 겸 전투 로봇은 말 그대로 그레이트 마징가를 빼다 박았다. 하지만 이쪽 역시

 표절로 보기에는 조금 애매한 경향이 있다. 일단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작중

 해당 로봇의 활약도는 극히 미약한 수준이라서 단순 패러디나 오마주로도 볼 수 있기 때문.

 실제로 94년도면 마징가 시리즈가 국내에서 대 히트치고도  십수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하지만 다이나믹 프로에서 정식으로 항의하면 빼도박도 못하는 건 분명할 터.)




4. 후속작?!


실제로 작중 후속작을 염두에 둔 묘사가 종종 등장합니다.


먼저 작중 주인공 일행 중 제대로 활약하지 않은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캐릭터 소개는 신문 광고란에 실릴 정도로 상세했음에도 실제로 작중 활약한 캐릭터는 서너명에 불과하거든요. 또한 작중 라스트 보스라 할 수 있는 악당 주도귀 곁에 마이오가 붙어있었던 구체적인 이유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마이오의 자식을 살해했다는 대악당 쿤타의 이름이 주도귀의 입을 통해 밝혀지죠.


이러한 일련의 묘사로 미루어보면 수퍼차일드가 히트를 쳤을 경우 후속작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2012년 8월을 코앞에 둔 현 상황까지도 후속작은 없습니다만.




 

 슈퍼차일드의 수출판. 왜인지 모르겠지만 차일드가 키드가 됐다.

 뭐, 실제로 꼭다리 나이는 200살 정도 되고, 13살인 덩덩이는 몸무게가 160kg이니까

 어린애라기 보단 청소년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기도 하고.


5. 감상평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전체적으로 그냥 무난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드래곤볼 등의 외국 작품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았고, OST는 허섭하며, 전반적으로 특별히 잘한 연출이나 구성도 없지만, 최악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는 것이죠.


너무 봐준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당대 처절했던 한국 만화영화 시장에서 부족하나마 첫타자격인 역할을 수행해낸 작품이라는 상징성과, 나름대로 개성적인 캐릭터, 그리고 베껴서라도 뭔가 해보겠다는 작품외적인 면에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시점에 이런 작품이 또 나오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이 이전의 작품이 블루시걸임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의외로 커다란 한 방을 갖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Posted by 주인장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