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이야기2013.10.03 07:00


 개인에


따라 작품에 대한 가치를 재단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치가 있지만, 저는 단연 창작욕을 솟구치게 하는 작품이가장 훌륭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나 즐겁고 혁신적이어서 자신의 손으로 이러한 방식을 재현하고픈 마음이 들게하는 작품이야말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작품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실제로 저 또한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의 캐릭터들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도 했었습니다. 비슷한 능력을 가진 다른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고, 전혀 엉뚱한 세계에 그 캐릭터들을 떨어뜨리기도 했었죠. 지금에야 그렇게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아직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꼬꼬마 시절 이런 일을 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모방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정말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저만 그랬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만화에서 영향을 받아 그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작품을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발달한 커뮤니티와 그래픽 기술 등으로 인해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갖춘 2차창작물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2차창작물들은 일정한 단체와 유통경로에 의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었습니다.


 

 실제로 드래곤볼과 같은 경우 전세계에서 그 속편에 관한 동인지를 발매하였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드래곤볼AF, 드래곤볼M일 것입니다. 이러한 동인작품의 부흥은 진정한 최후의 드래곤볼인 드래곤볼GT의 입지를 애매하게 만드는데 어느 정도 일조하고야 말았죠.

동인활동이란 필연적으로 대중에 대한 평가와 상업성이 따를 수밖에 없는 대중문화활동과는 달리 철저히 제작자의 즐거움을 위해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기존 상업작품과 달리 저작권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에 기존 기성작가의 작품 속 소재를 차용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만화와 관련한 동인활동이 바로 이것이죠. 다만 동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만화계 전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만, 본래의 기원은 일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하튼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매되는 동인지(同人誌)는 2차창작물로 저작권이 인정되지만, 어디까지나 원저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 권한이 인정됩니다. 하지만 원작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나 설정이 동인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에 있어, 반대로 원작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되죠. 


믿거나 말거나 제가 꼬꼬마 시절 떠올렸던 아이템이 실제로 작품에서 구현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나의 재능이 무섭다!"라면서 자뻑에 빠지기도 했었드랬죠.


 

 실제로 독자나 작가 역시 여러 작품을 보고 작품을 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숙련된 독자는 앞으로 작가가 진행시킬 이야기를 간단히 맞추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도 생각못한 아이디어를 독자가 떠올리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죠. 그리고 그것이 원작에 영향을 주는 것도요.

 우리에게 요리킹 조리킹으로 알려진 격투요리전설 비스트로 레시피(格闘料理伝説ビストロレシピ)는 정확히 제가 국민학교4학년때 떠올린 아이디어와 놀랄 정도로 비슷합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사쿠라의 체육선생 코스튬은 정식 설정이 아니라 일종의 동인작품에서 출발한 것이고요.


누가 했던 말인가요. 영화를 사랑하는 방식 가운데 1단계는 영화를 찾아서 보는 것이며, 2단계는 영화를 평가하기 위해 반복해서 보는 것, 그리고 가장 열성적인 3단계는 바로 그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동인활동에 대한 이해 역시 이에서 이어집니다. 원작에 대한 애정을 주체하지 못하다보니 원작의 세계관을 일정부분 차용한 동인지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동인지는 여러 목적을 띄기 마련입니다. 원작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캐릭터를 띄우는 데에도 이용되고, 원작의 캐릭터와 다른 이면을 보이도록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죠. 원작이 가진 장르적인 한계를 넘어 색다른 시도를 하는 데에도 이용이 됩니다.


모방과 자신만의 작품의 창작 그 사이에 위치한, 모방을 통한 정체성의 발현이라고나 할까요?


앞서 2차장작의 범위 내에서 이러한 동인활동에 대한 저작권 역시 인정된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또한 동인활동 자체에 저작자의 능력과 의사가 일정 수준 이상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당연하지만 능력있는 동인작가의 작품이,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재창작한 다른 동인작가의 작품보다 인기가 있는 것도 결국은 동인작품 역시 작가의 역량에 따라 작품성이 결정된다는 소리죠.


 

 타입문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 팬덤이나 상업성에서 인디나 동인이라고는 쉽게 말하지 못하죠. 학원묵시록 하이스쿨오브더데드의 그림작가로 유명한 사토쇼우지는 동인작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오버그라운드에서도 회자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동인활동을 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네기마로 유명한 아카마츠 켄처럼 동인작가가 프로로 데뷔하는 경우도 생겨났고, 타입문처럼 동인단체에서 시작했지만 후에 정식 주식회사로 발돋움하여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사례까지 생겨났습니다.


실제로 코믹행사가 일정 규모 이상이 된 일본의 경우 동인활동을 통해 생업을 해결하는 작가까지 존재한다고 합니다. 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작품을 그리는 것으로 먹고 사는 프로 작가가 아니라, 개인의 자격으로 소규모 동인지를 판매하는 것으로 먹고 사는 작가가요. 동인작가의 최상위쯤 되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 사이에 서 있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실제로 프로 작가 가운데서도 동인활동을 하는 이가 존재하고, 본편에선 여러 복잡한 문제로 인해 수록할 수 없었던 내용을 동인지의 형태로 발매하는 작가 역시 존재합니다. 더 나아가 동인작가에서 프로작가로 데뷔했지만, 프로 활동에 적응하지 않고 다시금 동인작가가 되어 버리는 이들도 있을 정도죠.


 

 프로작가와 동인작가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프로작가가 동인지를 내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엑셀사가로 유명한 리쿠도 코우지, 헬싱으로 유명한 히라노 코우타, 바스타드로 유명한 카즈시 하기와라는 오버그라운드에서 어느정도의 족적을 남겼음에도 동인활동을 하였죠. 이들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임과 동시에 다른 작품을 읽는 독자기도 하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본래는 연재 지면에서 수록할 수 없는 내용을 자유롭게 표현하고픈 작가의 창작의 자유나, 팬서비스의 개념을 넘어 원작의 내용진행에 필요한 내용을 동인지로 제작하여 비싼 값에 파는 일이 생기는 등 상업성과 평가에서 자유롭다는 동인의 개념을 변질시키는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자신의 열과 성을 다하는 존재입니다. 때론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작품을 완성하는데 매달리곤 하죠. 이러한 작가를 부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감명을 받은 독자들은 그들이 고생해서 맺은 열매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매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존재이며, 결실의 상징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금 땅으로 돌아가 또다른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존재입니다.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작품의 생산자이자 스승이 되는 셈이죠.


이러한 비유대로라면 동인작가들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줄기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론 양자를 이어주고, 때론 양자 사이의 중간자적인 위치를 통해 양자에 각각의 영향을 줍니다. 때론 뿌리에 가까운 역할을 하면서도, 때론 독자에 가까운 역할을 하며 하나의 문화를 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해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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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인장 알숑규